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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여행 - 네가 원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박선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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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 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여행의 길동무와 손발이 척척 맞고, 취향 비슷하고, 많은 것들을 같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아마 그곳이 어디든 최고의 여행지로 기억될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풍경이 뛰어난 곳이라고 해도 예쁜 추억하나 깃들지 못한 여행지로 전락하고 말테니까...그래서 여행을 누구와 가는가는 정말 중요하다고, 여행갔다 와서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가야한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마음 잘 맞는 여행의 길동무는 사랑하는 가족, 정말 친한 친구, 함께 하고픈 연인, 때로는 나 혼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느 여행서에서 보지 못한 아주 특별한 여행 길동무들의 여행기를 만날 수 있었다.
제목에서도 살짝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일곱살 여행>의 주인공은 바로 엄마와 딸이다. 이 세상 누구보다 더 끈끈하게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엄마와 조금은 어리다 싶은 생각도 드는 7살 딸 손양의 좌충우돌 세상 엿보기~여행을 계획하며 손양이 사막여우를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사막이 있는 곳 중 이집트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게 되어 영국, 터키, 그리스, 이집트, 독일 5개의 나라를 여행하게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80여일 동안의 여행은 정말 즐거워 보이기도 했지만 참 다사다난하기도 했다.

런던의 한 큰 음반 가게에서 손양을 잃어버려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고, 터키의 골목길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기도 하고,사막투어에서 보고 싶다던 사막여우도 만나고, 이집트의 석회가 많은 물 때문에 응급실에서 실려가기도 하고, 산토리니에서 바이크로 섬구경도 하고, 독일의 학생감옥에도 가보기도 했다. 여러 나라의 여행기 중에서도 특히 독일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경유지로 택한 곳이라 기본 정보도 없고 일정도 짧았지만 언제나 관대하고 친절했던 독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독일여행에 대한 로망이 한껏 일기도 했다.
손양은 호기심이 많아 목적지를 벗어나는 여행을 하기도 했고, 어느 놀이터에서든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하며, 누구와도 금세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면서 참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어느정도 맞춰진 여행지를 돌아다녔겠지만 그 속에서 흘러가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천진난만한 웃음과 함께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어려도 알건 다 알고 어쩔때는 더 속 깊게 사람들과 여행지를 바라보던 모습들까지도 참 기특하게 느껴졌다. 분명 어린 아이와 하는 여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신경써줘야 할 것도 많고, 먼 타국에서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힘들 때도 있었겠지만 그런 과정들을 넘어 너무 잘 여행을 마친 것 같다.
티격태격 엄마와 손양의 애정어린 다툼도 있었고, 아플때는 간호해주기도 하며 서로에게 최고의 여행 동반자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도 아직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책을 읽다보니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싶기도 하고 분명 책 속의 모녀처럼 티격태격 하기도 할테지만 참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된다면 꼭 이렇게 두 손 꼭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여행을 하고 싶다. 더 큰 세상을 함께 보고 느끼며 조금은 힘이 들어도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