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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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시대에 평등을 위한 고군분투를 섬세한 문체와 방대한 서사에 잘 담아냈고, 당시 조선 노동당이 남한에 들어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사회 개혁이나 노동개혁을 외치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담아내 당시의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실감나게 한다.

투쟁도, 농성도 모두가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한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고, 화합하고, 연대하고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일본이 강압적으로 1898년에 경부철도 합공계약서를 체결해서 경부철도 부설권을 일본이 빼앗아, 토지를 강제로 몰수하고, 동원된 조선인들은 밤낮없이 일하고, 총살되거나, 때려죽이기도 했으니 철도에 대한 반발이 당연히 심했을 것이다.
선로에다 불에 달군 기와를 쌓아서 열차를 충돌하게 하고, 화약도 묻고, 자갈로 철로도 덮고, 공사장 석재를 옮겨서 선로를 막기도 해서 탈선이나 전복시켜서 일본군을 죽였던 이야기들에 이백만이 손자 이지산에게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만든거다'라고 말하거나 이일철이 '도둑놈이 도둑질 하려고 만든 길'이라고 말한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얼빈에서도 철도 이야기가 나오는데, 1909년 순종과 이토히로부미가 열차를 타고 6박 7일 일정을 떠날때 순종이 '이것이 쇠로구나. 쇠가 온 세상에 깔리는구나'라는 이야기를 하고, 이토가 '지금 철로가 깔렸으므로 조선과 일본은 하나가 되어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쇠가 이 세상에 길을 내고 있고, 한번 길을 내면 길이 도 길을 만들어내서 누구도 길을 거역하지 못한다.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드는 것이다.' 라고 하는 글이 생각났다.
결국은 약탈과 침탈을 위한 길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했고..

실존 인물이었던 사회운동가 이재유, 이관술, 박헌영, 김형선 선생의 이름이 나와 반갑기도 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남성위주의 이야기, 남성 위주의 노동운동이나 독립운동, 사회운동들이 주를 이루나, 따라가는 시선이나 화자는 여성이라는 점이 독특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귀신의 이야기나 무속신앙 등을 담아 낸 이야기들이 너무 튄다, 왜 이걸 담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왜 담았는지 #차이나는클라쓰 황석영 작가님이 나온 부분을 보고 이해가 됐다.

철도원 삼대의 이야기 뿐 아니라, 여성들의 활약들도 서사로 잘 담아냈고, 증손자 이진오가 400일동안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이야기가 현대 시대의 굵직한 노동운동과 투쟁과도 맞닿아 있어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진오는 2014-2015년 실제 고공에서 408일 농성을 했던 스타케미컬 해고노동자 차광호씨를 실제 모델로 해 농성현장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현실감있게 담아냈다.
등장인물인 이진오를 보며, 2018년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파인텍 노동자나, 2020년 355일동안 강남역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생각났다.
무엇보다 이진오가 굴뚝에서 내려오고 옥살이를 하고 석방되었지만, 열악한 환경에, 탄압에 며칠만에 동지들과 다시 올라갈 결의를 다지는 상황이 너무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려 완성한 이야기는 철도노동자 삼대와 증손자인 공장노동자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시대때부터 6.25, 그리고 현대 노동환경까지 근현대사를 오가는 방대하고 강렬한 대서사를 만들어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 버렸다.

노동하는 모든 이를 향한 황석영 작가님의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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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생존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41
최현주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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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의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 오메가 바이러스로 인해 미나는 나노봇 치료를 받고 겨우 일상생활로 복귀한다. 하지만 갑자기 처음 본 남학생 유진이 미나의 곁을 맴돌며 아는 척을 하고, 미나는 이 상황이 마냥 불편하기만 하다. 그러다 나노봇 치료를 통한 부작용으로 유진에 대한 기억만 삭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림자놀이〉
무증상으로 자가격리 중인 주인공은 매일 웹툰을 보고 빈둥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학교에 가지 않고 늘 이런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까지 웹툰 정주행을 하는데, 이상한 소음을 듣고 그 소리를 추적하며 몰랐던 가족들의 모습들을 알게 되는데...

〈마기꾼〉
여드름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해연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서 오히려 자신감이 생겨 더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평소 호감 있던 현수의 고백에 연애도 시작한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시기가 오자 해연은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

〈랩 YO〉
말을 더듬는 유리는 엄마의 격리로 인해 사촌 언니 은미의 옥탑방에서 지내게 되고, 아마추어 래퍼로 활동하는 대학생 은미의 영향으로 랩을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려 하는데...

〈확찐자의 꿈〉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하며 살이 찐 지원은 등교날짜가 정해지자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복싱 체육관 관장이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해 체육관 유망주 만우와 함께 운동을 시작한다. 다이어트를 성공해 아빠에게 최신 핸드폰을 선물 받으려 하지만, 지원은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인데...

〈나비의 귓속말〉
코로나 확진 후 한 달 동안 격리 되었다가 학교에 돌아온 민원은 아이들에게 심하게 따돌림을 당하고, 아이들을 의식할때마다 귀에서 거대한 나비가 날개를 퍼덕거리는 환각에 빠진다. 매일 괴롭게 지내던 어느 날 박복이라는 전학생이 오고, 아이들은 민원에서 박복으로 타켓을 바꿔 따돌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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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단편들이 모두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담아냈다.
감염병 때문에 오랜 시간 원격수업을 진행해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언제나 마스크 쓴 모습을 마주하며, 평범한 일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 하고, 가족과 친구 그리고 사회와 단절되는 경험을 한다.
팬데믹과 상관없이 여전히 지속되는 학교폭력과 외모지상주의에서 늘 자신감을 상실하고 주눅들어야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팬데믹으로 혼란한 시대에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방법을 턱흐개 자신의 세계를 깨고 밖으로 나온다. 그 과정들이 때론 따뜻하게, 때론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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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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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컷>
비혼식을 하겠다 선언한 여자친구와 말레이시아 여행을 떠나 벌어진 일들을 담고 있다. 여행내내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느끼는 과정들을 그리고 있다.

<완벽한 밀 플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의 여행이야기를 담고 있다.아내인 현영은 알코올 중독자에, 충동적인 행동들을 일삼으며, 심지어 손목을 긋거나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한다. 이런 불안한 현영을 보며 화자인 남편은 사랑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생각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단순한 욕심이고, 강요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러브플랜트>
이혼 후 꽃집을 운영하는 백현준과 같은 건물 회사에 일하는 이혼한 이미나 차장이 느끼는 동질감을 느끼지만, 일반적인 연애가사실은 일방적인 연애가 될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한사람만의 잘못으로 관계가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양방의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고, 식물을 기르듯 관계도 인내와 꾸준함,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랑을 주제로 해 연애, 결혼, 이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부담이 되지 않는 적당한 관심과 사랑, 서로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윤치규 작가의 글은 처음이었는데, 장편도 재미있게 잘 담아낼것 같아 찾아봤더니 아직 장편소설로 발간된 책은 없어 아쉽다는 생각.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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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만세 매일과 영원 6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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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한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알고 확인하는 것을 넘어 알게 된 것에 책임감을 갖고 그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를 믿고 변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소설에 매료되고 지금도 소설을 사랑하는 핵심적인 매력이 그것이다. 뉴스는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을 중계해 줄 뿐, 그 사람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건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전후 사정과 내면과 이면에 대해 묘사하고 진술하는 일. 인물이 보인다고 하는 것을 작가도 보인다고 해 주는 일.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 만들어 주고 그것이 허상이고 환상이라 할지라도 그의 눈에는 보인다는 것을 믿어주는 일. 숨겨진 사연과 감춘 사건을 모두가 뒤져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문장으로 써내는 일.
알고 싶은 마음은 아는 마음보다 어리석다. 하지만 강하다. 지금 당장은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지만 알고 싶은 마음은 앎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움직임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잠든 토끼를 이기는 거북이처럼 알고 싶은 마음은 마침내 그 어떤 앎보다 많이 알게 된다. 나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나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 결국에 나를 더 많이 알게 되는 이는 알고 싶어 하는 사람 쪽일 거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계속 소설을 쓰고 싶다.
-불가능한 싸움 中-p45-46

이런 마음을 가지고 쓰는 글을, 이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사람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설에 깊은 가치를 부여하고, 묵직하지만 다정한, 치열하지만 잔잔한,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는 그가 쓰는 이야기들이 나는 참 좋다.

노력과 성실, 게다가 재능을 겸비한 멋진 정용준 작가님 만세!
그리고 소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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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의 노래 - 2023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미카엘라 고드 지음, 명혜권 옮김 / 파랑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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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말하셨어요.
땅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땅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처럼요.

할머니는 말하셨어요.
땅을 보살펴야 한다고....
땅이 우리를 돌보듯이요.
"군나치시..."
나는 땅에게 고맙다고 말해요.

할머니는 말하셨어요.
우리는 땅에서 태어났다고...
땅이 우리의 일부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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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섬에 사는 할머니와 소녀는 강에서 연어를 잡고, 숲에서 다양한 열매를 딴다. 할머니는 소녀에게 자연이 들려주는 노래에 귀 기울이는 방법과 자연을 아끼는 방법, 그리고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다정하고 자상하게 알려준다.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을 부드러운 그림체와 따뜻한 색상으로 아름답게 담아냈다.
실제로 작가는 알래스카 틀링기트족으로 바닷가 마을에서 자라며 느꼈던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를 돌보듯 자연을 돌보고, 늘 감사하라는 이야기와 하나뿐인 지구를 지켜내자는 메시지를 담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게다가 2023년 칼데콧 수상작이라고하니 작품성은 말할것도 없고!

군나치시!
(군나치시는 알래스카 틀링키트족 언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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