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케이트 앳킨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문학사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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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니체는 내내 이에 대해 썼지. 난 뭔지도 몰랐어. '어모어 패티'인 줄 알았다니까...."

"'운명애'라는 뜻이지?"

"받아들이라는 의미야. 당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수용하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관없이. 죽음은 수용하는 것 이상의 일인 것 같아."

 

"결국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우린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해. 결코 '옳게' 살 수는 없겠지만 '노력'은 해야 하지."

"계속 반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결국 옳게 해낼 때까지 말이야. 그럼 멋지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아모르파티'를 중얼 거렸는데 주인공인 어슐라에게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해서이다. 어쩌면 지루한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시간여행을 다룬 여러 책을 읽어본 나에게도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는 참 흥미로운 책이었다. 주인공 어슐라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 인생이 나아지기도 했지만, 또 다른 삶은 다시 생각만 해도 공포로 몸서리처질 만큼 끔찍하기도 했다.

 

어슐라가 살아온 인생의 정 한가운데는 '전쟁'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 꿈을 펼칠 나이에는 2차 세계대전이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여러 가지 삶을 살아가면서 고향인 영국-폭스 코너에서 전쟁을 경험하기도 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에서 삶을 이어가기도 했다. 고향이든, 독일이든 혹은 유럽 어디서든 전쟁속의 삶은 비참한 것이었다. 그녀 자신이 죽기도 했고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도 했으며, 자기 자신이 죽지 않았을 때는 죽은 사람들의 시체조각을 건져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녀가 비참하다고 할 수도 있고, 혹은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는 삶을 거쳐 가며 떠오른 건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며 알게 된 '아모르파티'였다. 어떻게 보면 수동적으로 그저 인생을 받아들이라는 뜻일 테지만, 어슐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모르파티를 'move on'으로 받아들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한 사람의 되풀이되는 인생을 내내 들여다보며 느낀 건 그것이었다. 아무리 아프고 슬프고 처참해도 나아가는 것-그것이야말로 한 번뿐인 우리 인생에 주어진 황금열쇠가 아닐는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옳게' 살아가지 못할 바에는 과거를 가슴속에 쥐어 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아모르파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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