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야수 블랙 캣(Black Cat) 24
마거릿 밀러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헬렌 클라보는 막대한 아버지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한 싸구려 호텔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고독한 삶이지만 애써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테라스에 앉아 거리를 내다보며 지나는 사람들과 차를 구경하는 그녀는 모르는 이가 봐도 철저하게 외롭게 느껴진다.

 

그러던 중 모르는 전화 한 통을 받고 패닉에 빠진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그녀는 알고 지내던 자산 관리사 블랙쉬어에게 익명의 전화를 건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블랙쉬어는 에블린 메릭이란 여자를 찾아내고 그녀의 행적을 조사하는데, 조사할수록 그녀의 기이한 행적에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나 역시 블랙쉬어의 조사를 뒤쫓아 가며 에블린이란 여자에게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클라보 양에게나, 무어 부인에게나, 비교적 약하기는 해도 리디아 허드슨에게도, 새로운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각각의 내면에 잠재된 두려움을 끄집어내어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불안, 걱정, 두려움이라는 점에서 똑같았다. -86p

 

내가 살고 있는 현재는 사이코패스니, 다중인격 같은 개념이 생소한 것이 아니라 놀랍지 않지만, 1950년대 마거릿 밀러가 창조해낸 헬렌 클라보와 에블린 메릭의 캐릭터는 현재에 읽어도 뒤처지거나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나는 지지부진한 여타의 스릴러보다 박진감 있게 읽었으니 말이다.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두운 면이나 공포를 자극하여 극한까지 끌고가는 작가의 필력을 보며, 역시 고전이 가지고 있는 힘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느꼈다. 더운 날 밤 간만에 시원해지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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