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간절한 마음이 전부였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건만 이제는 서로를 비추는 두 개의 거울처럼, 서로의, 서로에 대한 기억들만이 원망의 목소리도 흐느낌도 한숨 소리도, 웃음소리도 없이 순수한 묵음으로 남아있을 뿐이니. - P173
거기에는 그저 어둠뿐이었어. 세상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그저 캄캄한 밤바다. 그런데 가만히 바라보노라니까 그 어둠 속에도 수평선이 있어서 어둠과 어둠이 그 수평선을 가운데 두고 서로 뒤섞이는 거였어.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