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배낭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짙게 깔려 있던 구름이 때마침 걷히면서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정오의 태양이 내 뺨 위의 눈물을 짭조름하게 말렸다. - P165
삶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에 집중해야 했다. - P173
나는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며 나무 그루터기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주변의 숲을, 차가운 적막과 어스름 속에 매달린 삶과 죽음의 층을 쭉 둘러보았다.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숲속의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다. 숲 바닥에는 큼직한 바위, 잔가지와 솔방울들 사이로 큼직한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거대한 황갈색 나무들도 있었다. 그 아래로 수십 그루의 묘목이 생명을 좇아 자라나고있었다. 그중에는 잡초와 쌓인 눈 위로 힘차게 머리를 삐쭉 내민것들도, 아직 내 배 속에 있는 아기처럼 썩어가는 통나무들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것들도 있었다. 혼란함 속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 P176
세상에는 슬픔을 넘어서는 슬픔, 펄펄 끓는 시럽처럼 아주 미세한 틈으로도 스며들어 버리는 그런 슬픔이 있다. 그런 슬픔은 심장에서 시작되어 모든 세포로, 모든 혈관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그런 슬픔이 한번 덮치고 가면 모든 게 달라진다. 땅도, 하늘도, 심지어 자기 손바닥마저도 이전과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세상을 바꿔버리는 슬픔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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