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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평점 :
당연하게 누리고 즐겨 온 모든 것이 계급, 인종차별, 성 소수자, 성별 등의 따라 누군가에게는 ‘투쟁’으로 지켜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과 결국 그 ‘외침’으로 역사적 성과를 만드는 사회문제까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나는 자신의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분투하며 사는지,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나의 본질을 얼마나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지의 대해서도 궁금해졌다.(나를 구축한 배경 속에서 수치스러움에 묻어두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글쎄, 솔직함으로 털어놓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누군가는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조금 머뭇거릴 것 같다.
(P. 188) 나 자신을 교육 체계로부터 축출하지 않으려면 - 혹은 축출당하지 않으려면 - 내 가족과 내 세계로부터 나 자신을 축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두 영역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 충돌없이 이 두 세계에 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자신의 운명을 벗어났다는 기쁨에 후회의 자리를 거의 남기지 않았던 디디에 에리봉. 자신을 이기주의자라고 말하지만 글쎄, 나는 그렇게까지 이기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분리’된 삶 속에서 저자의 가족들이 느꼈을 감정은 또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가슴 깊숙한 곳 어딘가에는 자신의 가족들을 품은 채 살지 않았을까?
그는 요구하지 않는 침묵이 당연했던 배경의 삶 속, ‘낙인’찍혀버린 자신에게 앞으로 펼쳐질 상황들에 대한 두려움에도 그에 맞서 실천의 원동력으로 삼아 자신을 발전시키는데 분투한 노력하는 한 사람이었을 뿐. 고백하자면 나란 인간은 나의 ‘재발명’ 자체를 인식하며 살지 못한 주어진 일상에 굴복하여 받아들이는 것에 머물러있는 사람이다(물론, 체념에 가까운 받아들임은 아니다).
가족들이 있는 랭스를 떠났지만, 자신은 탈출이라 표현했던 그들의 삶을 측은하게 바라보고(계급이 주는 결말은 늘 재생산되는 현실의 씁쓸함이 담긴), 결국 나의 근간이 되어 준 ‘랭스’로 되돌아가 뒤늦게 깨달은 것들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하며 수치심을 자긍심으로 바꾼 디디에 에리봉이다. 왜냐하면, 부모님에게는 이미 정해져 있는 그 운명의 삶 속에서 자식들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에 당연한 한계가 있었던 거니까.
우리는 겪어보지 않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책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귀한 시간을 갖는다. 물론 ‘깨달음’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하게 하는 그 힘은 오롯이 나 자신이 동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는 것.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 는 나의 기준으로 어려운 용어들이 있어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책이 만들어내는 효용적 가치를 다시금 실감하게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