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특별판) 문학동네 시인선 6
이홍섭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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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시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숙연해진다 . 도대체 이런 시대에 '시'를
써서 밥이나 먹을 수 있는지 시 한 편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시를 읽는 사람이 잇기나 한지 궁금해지고 그 대답을  굳이 듣고 싶지   않다는 이중적인 심리는 무엇인지 ......

 

오래 전에 이 시인의 작품 <강릉, 프라하, 함흥>을 읽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다음에 다시 읽는 시라서 감흥은 아리다 . 분명 그는 우리나라같은 중앙집권적 시단에서는 문학권력을 갖지 못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 언제부터 문학도 미술도 음악도 서울에서 활동해야만 인정받는 건지는 몰라도 다들 서울에 몰려살면서 지방은 힘들 때 잠깐 다녀와서 힘을 얻는 휴식 장소같은 유원지 혹은 테마파크가 되어버렸다 . 그런데 강릉이라는 영동지방, 대관령이 가로막혀 한여름 날씨도 한겨울 강설도 남다른  지방에 사는 시인이라니, 그의 작품에서 강릉 혹은 사울에서 머나먼  지역의 정서가 오롯이 살아있음을 발견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

 

 

강릉 고속버스터미널- 이 장소는 구체적인 지명을 썼지만 그냥 우리 인생의 일반명사화된 <터미널.>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  나 자시느이 개인적인 기억이지만, 나 역시 이천버스 터미널에서 어린 것을 업고 울면서 고얗으로 향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 그것은 단순한 행선지로 가는 여정이기도 했지만 인생에 대한 질정할 수 없는 부담에 어린 것이 안겨주던 짐스러움, 그것을 감당해야하는 젊은 어미의 숨죽인 울음...그렇게 내 인생은 긴 가시밭길을 걸어 예까지 왔다 . 그래서 이 시를 읽는데 조용히, 이십 여년 전의 그 젊은 여인이 떠올랐다 .그 풍경을 시로 형상화한 남성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마음 아프다 .

 

 

 

 

 

 

터미널5 - 시인이  젊은 날을 후회하는 이 시에서 나는 시인 개인의 개별적 삶 뿐이 아니라 우리가 젊은 날 겪은 고뇌를 보았다 .우리 모두  젊은 시절에는 감당할 수 없는  젊음의 무게로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 아버지 앞에서 화를 내고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으며 성장한다 . 그리고 세월이 흘면  자신이  낳은 피붙이에게 똑같은 대접을 받고 그 태도에 분개하며 너도 이담에 너같은 자식을 낳아 당해봐라, 하면서 자주를 퍼붓고 어두워지면 다시 후회한다 . 그것이 삶이다 . 시인은 그런 삶에 대해 <터미널> 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 인생을 돌아보는  성찰을 하고 있다 . 앞으로 터미널에 가면 , 그냥 무연히 스쳐가 탑승하거나 하차하지는 못할 것 같다 . 그 모퉁이에서 우는 여인, 버스 앞에서 서있는 늙은 남자, 가출인지 귀향인지를 하는 불안한 젊은이를 보면서 우리 삶의 터미널을 환기할 것이다 .

 

 

 

 

 

 

 

 

 

 

 

 

 

 

 

 

 

 

 

 

한대는, 내가 공부했던 이 지변동을 시로 만나보니 반갑다 . 그때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 그러나 시대를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웠던 때, (1985~1988)하지만 시인에게 그 시기는 자기 인생에서 삶의 진퇴를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쓴다 . 나는 멀리 서울서 들려오는 흉흉한 소문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주인공으로 살지 못하는 젊음에 대한  자책감이 가득했다 .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그의 젊음의 고뇌를 증언하는데 그건 아마도 현재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에전에는 강의실 책상 앞에서 고민했다면 이제는 강단에서 고민하는 예술가로서 아름다운 성취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

 

 

 

 

 

 

 

 

 

 

 

 

 

 

 

 

란- 마음아픈 시다. 결혼이민을 왓던 <란> 이라는 베트남 여성이  한줌 영혼이 되어 역시 가난한 그 생모에게 인도되는 날...시인은 이런 삶의 행태를 놓치지 않고  그 슬픔을 시로 형상화한 거다 . 시인의 감성이 가닿는 곳은 아마도 그가 10 여년 비승비속으로 살앗던 산문에서 익힌 <자비> 였을 거다 . 세상 모든  생명이  다 생로병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 이 낯선 땅에 와서 제대로 살지 못하고 한 점 넋이 되어버린 애절함을 담백하게 읊고 있다 . 시인은 담백한 어조이지만 가슴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를 읽고 어찌 마음이 찢어지지 않으리. 모두들 알고있지만 외면하고 있는 자본의 처참한 결혼 이민시장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곤혹스런 죽음의 현장 .

 

앞으로 이 시인은 어떤 시를 써서 자기 삶을 완성할지 잘 모른다 .  하지만 그가 여전히  시를 통해 삶과 죽음, 세상과 깨달음을 증명하는 자가 되리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다 .훌륭한 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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