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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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도시가 몇개나 있을까? 그중 내가 방문했던 도시는 몇군데일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얼핏 생각해보면 10%는 될까 싶다. 이 책을 보니 그 퍼센티지를 조금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31곳의 여행지중 내가 가본 곳은 다섯군데나 될까 싶은데 역시나 중간중간 실린 컬러사진이 나처럼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한번쯤 나서볼까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여행관련 가장 흔한 격언이 아는만큼 보인다가 아닐까 싶은데 무심코 지나쳤던 절이며 서원이며 유적지 같은 곳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면 알수록 한걸음 한걸음을 더욱 알차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언젠가 이 책에 언급된 곳을 방문했을때 그 기억이 떠오르냐는 다른 문제겠지만. 하긴 이 책의 목적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독자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데 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직접 찍은 사진도 있겠지만 드론으로 찍었거나 문화제 전문 사진가가 찍은 사진처럼 보이는 사진이 많은데 이러한 해당 지방공무원 또는 관련기관의 협조가 가능했던 이유 또한 여행객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다만 책 맨뒤에 협조해주신 분들의 이름들이 실려있는데 협의에 의해 소속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짐작이 되면서도 살짝 궁금해졌다.


저자 프로필을 보니 여행관련 콘텐츠회사의 대표로서 강연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러고보면 책에 실린 사진 말고도 모양이라던지 건물의 배치라던지 유래 같은 각 장소에 대한 설명이 많아 아마 강의시에는 관련 이미지 및 자료와 더불어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 그런 자료사진까지 모두 담기는 힘들었으리라. 추석 고향 방문도 자제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국내 여행지를 중심으로 개인 차원에서의 국내 여행이 조금은 활성화 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조심히 해본다. 어디 한 곳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스토리가 흡입력이 있어 다 가보고 싶어졌던 책.


문득 든 생각인데 각 유적지 소개글들을 역사적 사실 중심으로 건조하게 몇줄 적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 책처럼 해당 장소를 방문한 기행문의 꼭지를 따서 대자보처럼 출처를 밝혀 몇개씩 게시해놓고(이 장소에 대해 글을 쓴 사람이 한명, 한권이 아닐테니) 정기적으로 교체해가면서 보여준다면 스토리텔링적 요소에 힘입이 방문객 유인효과 도 더 높아지고 해당 도서 홍보효과와 더불어 시너지가 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진촬영보단 관련 정보습득에 관심있어하는 나같은 사람이나 끌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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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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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했던 글을 엮어낸 칼럼 모음집인데 제목처럼 모든 글들이 날서있었다. 본인이 겪었던 일들 그리고 주변의 일들을 가져와 이건 제목처럼 다르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이러이러하니 틀린말이다, 문제가 있다라고 조목조목 이야기 하고 있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건 좀 너무 나간거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 몇개만 꼽자면.


이해가 갔던 부분


​- 근본적으로 '페미니스트 논란'이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 성에 따른 불평등이 실재하는 사회에서 그것을 더 평등한 방향으로 옮기자는 것에 논란이라는 말이 붙이는 게 정당한가? 평등주의자 논란, 민주주의자 논란, 자유주의자 논란(특히 'Girls can do anything'에 있어) 같은 말이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페미니스트 논란'도 가짜 개념이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던 부분


​- 2015년 메갈리아가 등장했을 당시 조곤조곤한 페미니즘에는 동의하지만 메갈리아의 과격한 언사는 문제라고 비판하던 남자들이, 정작 그 어떤 페미니즘 텍스트보다 담담한 문제로 한국 여성들의 현실을 재현한 '82년생 김지영'에 노발대발하는 모습은 한편의 희비극 같다.

> 노발대발이라는 표현도 과격해보이고 그 책이 비판받은 이유는 더불어 한 여성에게 일어나는 유독 많이 일어나는 사건 및 상황에 대한 개연성에 대한 부분 아니었었나 싶은데. 82년생이 아니라 72년생 김지영이었더라면 하는 비판도 같은 관점이고.


​더 논의하고 싶었던 부분


- 지하철 광고를 통해 페미니즘 광고를 하는 것의 당위성

- 남자아이 미술 교육 전문가 최민준 소장을 비판하며 남아를 위한 학습방식을 따로 만들필요는 없다는 의견 (남아용 여아용 스케치북 색상 및 캐릭터부터가 다를 정도로 성역할을 공고이 하고 있는 현실이 더 문제?)


이 밖에 정영진, 유아인과 더불어 김어준, 채사장, 강신주까지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부분도 있는데 페미니즘을 통한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주장하는 논객의 글이었다. 갑자기 이분의 가장 최근의 칼럼을 하나 검색해 보니 며칠전 글이 하나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리있는 지적이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런 메시지를 내는 사람도 필요하긴 할것 같다라는 생각도 든다. 


- [칼럼] 연예기사가 남발하는 하트, 사랑을 가장한 어뷰징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0091206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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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산문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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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곡 몇개 말고는 노래를 잘안다고 말할수도 없고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호감이가는 분이라 책이 나온다고 했을때 주저없이 예약구매를 하고 며칠전 받아보았다. 사인이 되어있던데 뒤에 점도가 다르게 비치는걸 보니 아마도 인쇄본이 아닌 친필사인으로 보여 제목과 더불어 첫인상을 나쁘지 않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산문집이 하드커버인건 조금 마음에 안들었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 짐작컨데 장기하는 이 책을 하드커버로 출간하는줄 알았다면 반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글에 드러난 그의 생각과 생활을 보니 그렇다는 거다. 갑작스레 깊게 들어가는 부분도, 상식을 끌어들이는 부분도 없이 자연스럽게 한편한편 읽혀졌다. 라면을 끓여먹는 행위를 하나하나 설명해가며 나는 이렇게 라면을 맛있게 먹는다고, 너도 라면하나 햇반하나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 부분은 다른 의미에서 별로였지만.(지금은 밤이고 라면을 먹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


전 연인에 대한 이야기는 두어번 정도밖에 언급되지 않는다. 모두가 아는 그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차 구입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차를 사게 되었고 그냥 신발을 벗고 손을 잡고 산책을 했었다라는 정도. 건조하게 언급되어 부럽다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번은 매우 놀랐다가, 그 다음은 역시나 실망했다는 이야기에 거의 듣지도 않지만 들어도 거의 같은 음악만 듣는 나도 한번 맡겨볼까 싶게 만들었다는.


공부가 아닌 드럼을 열심히 하며 대학을 다니고 군악대를 안타깝게 못가고 일반병으로 복무하며 만든 싸구려 커피가 소위 대박이 나서 오늘의 장기하로서 살아온 그의 이야기를 엿보고 있자니 괜히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으로 느껴져 지금은 술을 줄이려하고 있다지만 방송에서 보여주기 힘들었다는 술자리에서의 그의 농담을 들어보고 싶어졌다. 관객의 눈빛과 반응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방식의 공연을 한다고 했는데 수년전 한강에 있었던 한 문화행사에 참석했을때, 모두가 어색하게 테이블에 모여앉아 있던 자리에 초대가수로 나와 몇곡을 불렀을때 신나게 따라부르며 에라모르겠다 방방 뛰었던 그때가 기억난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쉬고 있는 와중에 최근 1년간은 의도적으로 전혀 음악작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혹은 안했기에 다시 음악으로 돌아가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장기하로서 홀로서기를 준비중에 낸 이 책에서 다른 어떤 경험은 다음에 나올 그의 앨범속에 녹아들어가 있을것 같다. 지난번 악동뮤지션 처럼 앨범과 책이 같이 나와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일상의 경험을 담백하게 자신의 생각을 담아 한꼭지씩 차곡차곡 쌓아내어 펴낸 그의 첫번째 책. 잠들기전에 그의 노래를 몇곡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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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 수업 - 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
고미숙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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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보니 표지가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을 생각나게 한다. 나이듦을 주제로한 강연회에서 6분의 강사가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엮어낸 책이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독자들에게 말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어 잘 읽힌다. 농경사회에서는 나이는 곧 연륜의 깊이이자 존경의 척도였으나 그렇지 못하게 된지 한참이 된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 것일까.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혼도 하고 자녀도 키워보아야만 하는 것인지, 60, 70이 되어서도 연애경험이 없다면 잘 못산것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첫번째 연사와 두번째 연사가 이렇듯 조금은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양쪽다 절반정도 납득이 되는걸 보면 내가 아직 생각이 정교하지 못한 건지, 후자쪽에 가까운 삶을 살며 자기합리화 하고자 하는 것인지 나도 헷깔렸다.


네번째 장회익 연사분께서는 죽기전날이 가장 보람된 날이라고 하시며 그 이유에 대해 나는 매일 공부할 것이고 그렇기에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성장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던데(대략 이런 뉘앙스)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으니 이게 바로 나이듦 수업의 정수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성장하는 어른이라면 여론조작에 휘둘리지도 않을 것이고 관제데모에 휩쓸리지도 않을 것이니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아끼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너무 나간 것일까나.


또 어느분께서는 다른 분이 말한 100km이론을 소개하시면서 무조건 서울에서만 살려고 하지 말고 50대가 되고 60대가 될수록 서울 100km 밖으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살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하시는데 참 기발하다는, 이런 캠페인을 벌여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일 마지막 연사님께서 하신 지역별로 누구나 강사가 되어 배움을 나누는 커뮤니티의 필요성과 현재 진행상황을 공유해주신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연회비 1~2만원을 제외하면 강사도 학생도 무료로 참여하는 방식이라는데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시민사회 전반의 문화교양 성숙도가 올라가며, 유럽 어디에선가 중산층의 정의에서 말했듯 누구나 악기하나쯤은 다룰줄 아는 사회가 되면 널리 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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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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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눈에 띄기도 했고 오랜만에 스릴러 소설을 읽어보자 해서 선택해서 본 책. 미국의 한 명문 여자기숙학교에 영국 옥스퍼드에서 여학생 한명이 전학을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에도 여자만 받는 기숙학교가 있으려나 잠시 생각. 


하여간 고등학생들이 학년에 따라 서열을 정확히 나누어 지나다니는 계단마저 구분짓고 멘토 멘티 비슷한 관계로 노예처럼 부려먹는 학교문화 속에 적응하려는 주인공. 그리고 학교도 암묵적으로 용인해주는 비밀클럽에 초대받으며 이야기가 더 전개된다. 사람이 막 죽어나가거나 하지는 않지만 여학생들간에 벌어지는 대화 속에서의 긴장감이 주는 재미가 있었고 마지막 결말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하지만 복선이 없었던건 아니었기에 괜찮게 생각했다. 다만 집에서의 그 사건을 어떻게 조작한건지에 대한 설명이 좀 있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은 조금.


철저한 관리에 기반한 기숙학교라곤 하지만 건물에 비밀통로가 있어 학생들이 자유로이 그녀들만의 아지트를 들낙날락 거리며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카리스마로 이너서클을 운영하는 일인자가 성정체성으로 인한 갈등을 겪으며 학장 또한 그녀만의 일탈을 비밀로 간직하는 등 곁가지 이야기들이 사실 전체 내용의 90%라 얼핏보면 여학생의 성장기로도 볼 수 있을 법해보인다. 다만 살인 방법의 잔혹성이 얘가? 이렇게? 라는 생각이 들법해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전개상 중요한 내용을 빼고 쓰려니 별로 쓸말이 없다. 책 소개글을 보니 이런저런 문학관련 상을 수상했던데 기회가 된다면 저자의 다른 소설도 선택할법한 괜찮게 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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