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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산문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대표곡 몇개 말고는 노래를 잘안다고 말할수도 없고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호감이가는 분이라 책이 나온다고 했을때 주저없이 예약구매를 하고 며칠전 받아보았다. 사인이 되어있던데 뒤에 점도가 다르게 비치는걸 보니 아마도 인쇄본이 아닌 친필사인으로 보여 제목과 더불어 첫인상을 나쁘지 않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산문집이 하드커버인건 조금 마음에 안들었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 짐작컨데 장기하는 이 책을 하드커버로 출간하는줄 알았다면 반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글에 드러난 그의 생각과 생활을 보니 그렇다는 거다. 갑작스레 깊게 들어가는 부분도, 상식을 끌어들이는 부분도 없이 자연스럽게 한편한편 읽혀졌다. 라면을 끓여먹는 행위를 하나하나 설명해가며 나는 이렇게 라면을 맛있게 먹는다고, 너도 라면하나 햇반하나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 부분은 다른 의미에서 별로였지만.(지금은 밤이고 라면을 먹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
전 연인에 대한 이야기는 두어번 정도밖에 언급되지 않는다. 모두가 아는 그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차 구입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차를 사게 되었고 그냥 신발을 벗고 손을 잡고 산책을 했었다라는 정도. 건조하게 언급되어 부럽다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번은 매우 놀랐다가, 그 다음은 역시나 실망했다는 이야기에 거의 듣지도 않지만 들어도 거의 같은 음악만 듣는 나도 한번 맡겨볼까 싶게 만들었다는.
공부가 아닌 드럼을 열심히 하며 대학을 다니고 군악대를 안타깝게 못가고 일반병으로 복무하며 만든 싸구려 커피가 소위 대박이 나서 오늘의 장기하로서 살아온 그의 이야기를 엿보고 있자니 괜히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으로 느껴져 지금은 술을 줄이려하고 있다지만 방송에서 보여주기 힘들었다는 술자리에서의 그의 농담을 들어보고 싶어졌다. 관객의 눈빛과 반응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방식의 공연을 한다고 했는데 수년전 한강에 있었던 한 문화행사에 참석했을때, 모두가 어색하게 테이블에 모여앉아 있던 자리에 초대가수로 나와 몇곡을 불렀을때 신나게 따라부르며 에라모르겠다 방방 뛰었던 그때가 기억난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쉬고 있는 와중에 최근 1년간은 의도적으로 전혀 음악작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혹은 안했기에 다시 음악으로 돌아가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장기하로서 홀로서기를 준비중에 낸 이 책에서 다른 어떤 경험은 다음에 나올 그의 앨범속에 녹아들어가 있을것 같다. 지난번 악동뮤지션 처럼 앨범과 책이 같이 나와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일상의 경험을 담백하게 자신의 생각을 담아 한꼭지씩 차곡차곡 쌓아내어 펴낸 그의 첫번째 책. 잠들기전에 그의 노래를 몇곡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