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 실험으로 밝힌 16가지 심리법칙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지음, 문항심 옮김 / 반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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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심리학을 다룬 여러 실험들은 다른 책이나 방송 등을 통해서도 많이 접해왔던 관계로 이 책에서 다루는 실험에 있어서의 참신함을 찾긴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런 책들이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건 저자와 글의 맥락에 따라 조금은 다르게, 조금은 더 잘읽히는 문장으로, 때로는 와닿을만한 오늘날의 사례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같은 경우는 두번째 정도에 해당, 그러니까 '재미있을 줄이야'라는 제목이 완독할때까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목차를 보고 절반이상의 실험이 생소하거나 생소할것 같은 주변사람들에게 추천 또는 선물해도 될 정도랄까. 아마 요즘 이 분야에서 제일 잘 알려진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이나 책을 본 사람이라면 내용 정리 차원에서 다시한번 보아도 괜찮을듯 하고.


책에서 다룬 효과들만 나열해보자면 흔들다리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 자아성의 변화(자기암시의 힘 같은거다.), 리액턴스(청개구리 효과 같은 거), 침팬지와 아이(정글짐 효과라고 할수 있으려나), 스탠퍼드 감옥 실험(워낙유명해서... 루시퍼 이펙트였나), 선입견, 애착행동, 여름캠프 실험(집단우민화?), 인지부조화, 방관자 효과, 기억이식(기억의 취약성), 귀인(귀인이론이라고 보통 불리지 않나), 복종실험(밀그램하면 알듯), 도식(staus qua가 생각나는데), 정신병원에서 정상으로 살아가기(정상인이 가짜 정신병환자로 분해 병원에 잠입하는 실험)까지 16개. ( )안에 간단한 의견을 넣긴 했지만 이제보니 표지에는 16가지 심리'법칙'이라고 해놓고 법칙으로 끝나는게 거의 없는듯. 


이런 실험들이 한참 시행되던 당시에는 아마도 연구윤리라고 해야하나 그런것들에 대한 체계가 부족해서 아이디어만 좋으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었던것 같다. 최근 만들어진 심리학적 효과명은 아직 들어본적이 없는데 어디선가 누군가는 계속 실험을 하고 있으려나. 아니다 이제는 행동을 분석하는게 아니라 아예 그 행동의 근원이 되는 뇌를 뜯어보는 과학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듯. 그래도 앞으로 상당기간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실험 내용과 결과들을 알아두는 것도 상식선에서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다못해 가벼운 하소연이나 고민상담을 하게 되는 순간에도 '귀인이론에 따르면 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너 자신에게서만 찾는 경향이 있어' 정도 같은 멘트를 해줄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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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블레이저 - 변화를 이끄는 기업의 힘,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지음, 김정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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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라는 기업을 들어본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통한 CRM, 그러니까 고객관리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한 20년쯤 되었으려나. 미국 IT산업 호황기와 더불어 외형적인 매출확대 뿐만 아니라 직원들 관리에도 힘쓴 결과 수년간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기업의 창업자가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힌 책이었다. 트레일블레이저라는 단어는 개척자라는 뜻이라고. 지금은 당연히 못하고 있겠지만 정기적으로 큰 행사를 열어 제품설명회를 겸한 강연회를 열고 있었다는데 거기서 직원들이었나 참석자들이었나가 입던 옷에 쓰인 문구라고도 한다. 누가 입었는지는 크게 중요한건 아니고 책 제목으로 삼을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단어의 뜻 정도는 알아두어야 할것 같으니.


그런데 이만큼 중요한 단어가 하나 더 있었다. 오하나. 하와이어로 가족이라는 뜻으로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가치관 중 하나였다. 오하나 정신. 직역하면 가족같은 회사라는 뜻인 셈인데 우리나라에서 이 단어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생각해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쩌면 노동유연성이 더 높다는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 패밀리 스피릿이라는 단어는 차마 못쓰고 다른나라는 아니고 미국령인 하와이섬의 원주민어 중에 발음도 괜찮고 하니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챕터구성을 보면 알수 있듯이 이 책은 자신의 비슷한 다른 책들처럼 창업스토리를 시간순으로 담았다기 보다는 순차적이긴 하되 각각의 순간에 있어 어떤 가치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느냐를 중심으로 구분되어 있어 나름 신선했다. 이미 규모가 꽤 커진 이후에도 직원들이 거리낌없이 외부이슈에 대해 입장표명을 해줄것을 요청하는 직원들이나 트위터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건강한 조직이구나라고도 생각했고. 매출의 1% 자본의 1% 업무시간의 1%를 사회공헌에 사용한다는 1-1-1원칙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일텐데 같은 가치관을 지닌 조직원들이기에 단순히 물품만 기증하는 오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가서 설치도 해주고 사용법도, 소프트웨어 스킬 또한 알려주는 활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십수어년전 우리나라에도 진출했을 즈음 우연히 알게 되어 소프트웨어 애즈 어 서비스라는(SaaS) 단어를 제대로 인식하게 만들어준 기업이기도 한데 우리나라에서 마켓쉐어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업의 철학만큼은 좀 퍼졌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들어주었던 책이었다. ESG라는 요즘 트렌드에도 어울리는 기업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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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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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대망이라는 책을 보다 포기한 이후로 일본역사 관련한 책은 접한 기억이 없는데 우연히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삼국지에서 주요 인물을 뽑아 간략한 일생을 다룬 책처럼, 아니 우리나라로 치면 김옥균이나 서재필 같은 분들의 행적을 소개하는 책처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일본 막부의 시대가 막 저물기 직전인 시기에 그러니까 제목처럼 사무라이라는 계층이 소멸을 앞둔 시기의 주요인물인 요시다 쇼인, 사카묘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라는 네명의 인물을 다룬다.


일본은 원래 유학의 나라가 아니지만 19세기 사료를 보면 대부분의 사무라이들이 유학관련 책을 보았으며 이시기는 유학중에서도 주자학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그러니까 19세기 사무라이는 독서하는 사무라이 였다는 말이다. 사카모토 료마도, 이토 히로부미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오다 노부나가와는 종류가 다른 사무라이였다는데 그래서인지 이들은 외세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기에 막부와 천황 사이에서 일본의 미래를 스스로 그리고자 했다. 막부는 쇄국상태를 유지했지만 해외 정세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기에 나가사키에 주재하고 있던 네덜란드인을 통해 정보를 습득했다는데 이들을 통해 미국이 페리제독을 보낼거라는 것도 1년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처음 등장하는 요시다 쇼인은 송하촌숙이라는 학교를 만들어 회독(會讀)이라는 학습방법을 통해 선생이나 선배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특정주제에 맞춰 참가자들이 자유롭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신분도 나이차도 내려놓고. 심지어 야외에서 노동하며 회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는 기초를 다지는 아카데믹한 방법은 아니었던 관계로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나 쇼인은 학문은 곧바로 정치와 연결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학정일치(學政一致) 사상에 따라 정치토론의 장으로 연결되는 것을 장려했다는데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실학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간간히 주요 사건이 벌어질 당시 우리나라 상황도 같이 언급해주었으면 좋았을뻔 했다. 


손정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사카모토 료마가 두번째로 나오는데 손정의는 회사로고도 료마가 만들었던 무역상사의 깃발을 본따 만들었으며 세상에 태어난 것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다라는 료마의 말을 인생 모토로 삼고 있다고 한다. 보지는 않았지만 료마가 간다라는 드라마인가 영화가 매우 인기가 많았을 정도로 일본인들에게는 영웅시 되는 인물로 아는데 요시다 쇼인과 더불어 일본의 미래를 나름 진심으로 걱정하는 인물로 등장. 일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우리나라 개화기 당시의 인사들이 오버랩 되었다. 순탄치 못했던 인생의 종장까지도.


처음에 이해를 돕기 위해 막부시대의 탄생을 비롯한 번, 천황, 존왕양이, 존황양이 등에 대한 몇가지 용어에 대해 짚고 넘어갔다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후반 주요 번들간의 갈등을 보면서는 지리적인 정보와 함께 입력이 안되다 보니 몰입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메이지 유신의 주역인 사이고 다카모리 또한 잘 모르던 인물이었는데 덕분에 한번 접해볼 수 있었으며(인터넷으로 추가 검색해보니 정한론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고.) 저자가 중간에 천황은 인간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로 여겨 성이 없다는 사실이나 우리의 태극기는 다른 나라 국기처럼 민족성이나 고유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없고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어 한국을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훗날 세계공화국이 만들어진다면 거기에 적합한 국기라는 부연설명 또한 유익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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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 왜 평범해 보이는 남성도 여성 혐오에 빠지는가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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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오마이뉴스의 기자이기도 한 저자의 남성중심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고 지적하는 사회학책이다.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거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끄집어내면서 이것봐라 이런 말이나 행동에 어떤 전제가 깔려있는지 아느냐라고 물어보는 저자의 칼럼 모음집이라고도 할수 있겠다. 글 서두에 한때 회자되었던 사건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더 흡입력있게 볼 수 있었기 때문. 


고백해서 혼내주자라는 말, 오프라인에서는 들어본적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농담식의 분위기 글에서 접한적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마음에 드는데 번호요청해도 될까요라는 글에 왜 고백해서 혼내주려냐고, 다음에 갔을땐 그분 없겠네요라고. 저자는 이런게 남성에게는 농담이겠지만 여성들에게는 실재하는 공포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한번도 이런 경험이 없지만, 구애와 스토킹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스토킹이 문제인건 확실하니 이해가 되면서도 조금은 찝찝한 느낌.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존재인건 맞는데 많은 경우에 있어 보통 어떤 방식으로든 남성이 여성에게 먼저 호감을 표시하는게 현실아닐런지. 여성은 마음에 드는 남성이 있을때 눈치를 살피지만 그 반대의 겨우는 너무나 자유분방하다며 이를 젠더권력이라며 비판하고 있는 부분까지 보면서는 논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에 비추어볼때 고개를 갸웃할수밖에 없었다.


다만 n번방 사건을 언론에서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비판이나 부부강간에 대한 이야기 등은 십분 동의하면서 읽을 수 있었고 '난 아내에게 잡혀살아'라는 말을 분석하며 이 말에는 원래 안그래야 하는데라는 전제, 그러니까 남성으로서의 권력을 일부러 행사안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 노키즈존에 대한 문제를 다룬 글 에서는 그렇게 볼수도 있겠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으며 성폭력 사건 수감된 안희정 전 지사의 모친상에 조문하기 위해 찾아온 정치인들이 2차가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에는 아무래도 동의하기 어려웠던, 여려모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고 변희수 하사의 용기를 다룬 글을 보면서는 다시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 또 미투운동의 의미를 바래게 만든 빚투라는 용어의 사용을 지적하는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주린이라는 용어가 어린이를 성인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있는 개인으로 보지 않고 미성숙한 어린이는 훈육해야 할 존재라는 현 사회의 인식이 반영된 용어라며 시대착오적인 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이건 좀 너무 나간거 아닌가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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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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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모를 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야기가 더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홀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풍경이 아름다우면 카메라를 꺼내는데 나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몇 초가 흐르면 나는 그 좋은 이야기도 잊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초인적으로 노력한다.'


나도 그랬다. 듣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적는 것을 놓치기 일쑤였다. 학창시절에도 그래서 원치않던 손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언제였던가 수업시간에 들어와 칠판을 가득채우도록 썼다가 지우고 다시 채우고를 몇번을 하고는 몇마디 없이 나가시던 선생님과 교수님 생각이 난다. 물론 그런 과목들 성적은(도) 바닥이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그래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메모를 통한 자료수집과 더불어 스마트 워크를 한답시고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에버노트와 원노트 최근에는 노션 덕분에 간혹 칭찬아닌 칭찬을 받을 때면 살짝 부끄럽기까지 했다. 맘먹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메모의 가치는 나중에 찾아볼때 있는 것이 아니라 적는 그 순간에 있다. 외부의 자극을 머리속에서 정리해 손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문자화하는 과정 속에 가치가 숨어있는 것이다. 필요할때 찾아보는건 부록인 것이다. 사실 그 필요할때라는게 거의 오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경우 그럴때도 그때 적은 메모보다는 그런게 있었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 찾아보는 것이 더욱 양질의 정보를 발견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우연하게 지난 메모를 뒤적이다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이 책은 메모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메모를 소재로한 저자의 에세이이자 그 자체로 메모에 가까워보인다. 저자는 CBS라디오 PD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라디오 나래이션 처럼 술술 잘 읽혔던, 분량도 많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직전에 읽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의 사르트르을 말이 떠오르던 문장을 옮겨본다.


오늘의 헛수고

오늘도 나는 다른 사람을 닮으려고 너무 노력했다.

오늘도 나는 다른 사람 마음에 들려고 너무 노력했다.

오늘도 나는 나의 그림자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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