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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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모를 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야기가 더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홀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풍경이 아름다우면 카메라를 꺼내는데 나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몇 초가 흐르면 나는 그 좋은 이야기도 잊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초인적으로 노력한다.'


나도 그랬다. 듣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적는 것을 놓치기 일쑤였다. 학창시절에도 그래서 원치않던 손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언제였던가 수업시간에 들어와 칠판을 가득채우도록 썼다가 지우고 다시 채우고를 몇번을 하고는 몇마디 없이 나가시던 선생님과 교수님 생각이 난다. 물론 그런 과목들 성적은(도) 바닥이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그래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메모를 통한 자료수집과 더불어 스마트 워크를 한답시고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에버노트와 원노트 최근에는 노션 덕분에 간혹 칭찬아닌 칭찬을 받을 때면 살짝 부끄럽기까지 했다. 맘먹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메모의 가치는 나중에 찾아볼때 있는 것이 아니라 적는 그 순간에 있다. 외부의 자극을 머리속에서 정리해 손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문자화하는 과정 속에 가치가 숨어있는 것이다. 필요할때 찾아보는건 부록인 것이다. 사실 그 필요할때라는게 거의 오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경우 그럴때도 그때 적은 메모보다는 그런게 있었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 찾아보는 것이 더욱 양질의 정보를 발견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우연하게 지난 메모를 뒤적이다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이 책은 메모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메모를 소재로한 저자의 에세이이자 그 자체로 메모에 가까워보인다. 저자는 CBS라디오 PD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라디오 나래이션 처럼 술술 잘 읽혔던, 분량도 많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직전에 읽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의 사르트르을 말이 떠오르던 문장을 옮겨본다.


오늘의 헛수고

오늘도 나는 다른 사람을 닮으려고 너무 노력했다.

오늘도 나는 다른 사람 마음에 들려고 너무 노력했다.

오늘도 나는 나의 그림자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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