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사략 9 - 당의 흥망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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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등장하는 승전의 역사들은 민족 자부심을 높여주곤 한다. 일제 강점기하에 독립지사들도 외침을 이겨낸 선조의 전사들을 선례로 들며 항거하곤 했다. 수양제를 격퇴한 고구려 을지문덕장군의 전사는 자랑스런 민족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양제의 패인을 고구려의 강병에만 두기는 어렵다. 고구려 공격 이전 낙양성 건축, 만리장성 증축, 운하건설 등 대단위 토목공사가 국력을 쇠진시켰던 것이다. 수나라 왕조의 3대 만에 몰락은 민심에 무심한 권력자이 야욕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운하건설의 대목이 눈에 걸린다.

이세민은 부패한 수나라를 대신하는 당나라를 개국한다. 황제가 되는 과정에서 친형과 동생의 살투가 마음 아프다. 당태종의 정관치지가 돋보이는 대목은 ‘위징’을 재상으로 삼는 것이라 하겠다. 위징은 당태종 암살계획을 세우던 형의 충신이었던 것이다. 능력본위의 인재선발이 국정운영에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과연 인재등용에 능력본위를 시행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당 고종은 측천무후라는 무서운 아내를 취하는 대과를 저지르게 된다. 여태후 이상의 악녀로서 친아들을 독살하고 영아인 딸도 살해한다. 당 태종의 문덕황후에 극단적으로 비교된다. 부부는 닮는 다는 속담이 황제부부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운영에도 부부의 심성구조가 유사하게 발현된다. 하여간 측천여황제는 인간세상에서 가능한 모든 유형의 폐륜을 종합했던 여인이었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이융기 당현 종은 초기 인재 등용을 잘했던 것 같다. 그러나 며느리 양옥환을 귀비로 정하여 비익조(암수가 한 몸), 연리지(두개 뿌리에서 한 나무로 성장)를 논하는 장면이 장차불안을 불러왔다. 양귀비와 추문을 갖던 안녹산이 난을 일으키는 불운한 국사가 발생된다. 이어서 왕선지 황소의 난으로 당나라의 역사는 정리되어 진다.

이태백과 두보가 잠시 소개되고 있다. 두보가 시를 통해 고발정신을 발휘하였다는 것이 인간적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붓필이 강철보다 강하기 위해서는 힘을 다해 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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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8 - 남북조시대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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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뉘앙스라는 것이 있다. “사람마음은 움직이는 것이다”의 뉘앙스는 선에서 악으로의 변절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캐럴의 ‘스크루지’의 경우처럼 개과천선하는 일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소한 8권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세를 잡으면 사치에 빠지게 된다. 진무제도 검소한 성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향락을 탐닉한다. 왕개와 석숙의 사치경쟁은 인간 허영심의 극단을 묘사하였다. 우리 시대에 그러한 사치경쟁이 부활되어 있지 않은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사마의 후손들의 ‘팔왕의 난’은 권좌에 혐오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 서진은 흉노족에 의해 수립될 수 밖에 없었다. 동진과 5호 16국은 화백의 염려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왕희지(명필: 글 연습을 옷에 하여 누더기 의복이 되었다), 고개지(그림에 눈망울은 그리지 않는다), 도연명(귀거래사), 조충지(천재 과학자) 등의 인물열전은 진부한 왕권살육 중에서 그나마 재미거리가 되어주었다. 
   

  비수대전의 교훈은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불의와 맞서는 상황이 된다면 형편이 상대적으로 크게 열세라 하여도 불굴의 의지를 세우면 이겨낼 수 있다는 전사인 것이다.
수나라 문제의 치적에 비해 가정교육 소홀은 아쉽다. 그러나 이해되는 면도 있다. 국정대사에 치어 가사돌봄이 소홀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본 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시적인 감화로 선해질 수 있지만 대게의 경우 근본의 변화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리뷰 말미에 이를 반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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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7 - 조조 유비 손권의 삼국시대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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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팔사략 10권 중 가장 기대되었던 권호를 읽었다.  1권 리뷰에서 밝힌적이 있다. 중국 고대사는 완벽하게 모르지도 않지만 안다고 자부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지식인 경우가 많다.  

  7권은 삼국지를 주배경으로 하고 있다. 삼국지는 교양역사, 소설, 만화, 영화 심지어 컴퓨터 고전게임에 이르기 까지 그동안 많은 모습으로 만나왔다. 그렇기에 기대가 되었던 것인데, 주요 관점은 그 많은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요약하는가에 맞춰졌다. 소개되는 내용은 삼국지의 요체가 되는 장면들로 다시한번 정리해 보는데 참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백께서는 도원결의, 삼고초려, 장판교, 적벽대전, 관우사망 정도로 거대한 삼국지를 잘라쓰셨다. 전혀 불만스럽지 않았다. 역사적 관점에서 더 이상의 소개도 거추장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듯이 삼국지 기술은 유비와 조조로 양분되어 있다. 어떤 관점이 역사읽기에 적합한 것인가.  최근에 조조를 핵심인물로 논의해야 된다는 의견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유비의 문약성이 현대의 성공기준에 중대한 약점으로 재평가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제갈량, 관우 부하를 포용한 것만으로도 유비는 위대하다. 사실 조조보다 높게 칭송받을 수 있는 중대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유비에 대한 평가에서 이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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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6 - 후한시대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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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는 종이와 펜이 생명이다. 이 두가지가 없으면 알타미아동굴 벽면에다가나 실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종이와 펜 둘 중에서 무엇이 우선인가를 두고 잠시 생각했다. 어렵지 않게 종이를 택할 수 있었다. 본 권의 표지 등장인물이 채륜이다.
필자가 표지 인물에 관심을 두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각 권의 분량에서 등장하는 주요인물이 적지 않다. 그중 한명 또는 두 명에게만 컬러프린트 호사기회가 주어지는데 그게 표지인물인 것이다. 추측컨대, 고우영 화백께서 이를 두고 심사숙고 하셨을 것이다. 독서 시작단계에는 표지인물 선정에 편집자의 의도가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횟수를 거듭하면서 화백의 결심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 결정적 증거라 본권이다. 채륜은 종이를 개발한 신하이다. 화백께서는 만화가로서 그에게 진정 내면적인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본권에서는 기원전 180년 무렵의 기록부터 시작되어 기원후 세기로 진입된다. 여태후는 참으로 문제적 여인이었다. 극악무도라는 말에 맞춤격 인물이다.
문제경제의 태평 40년, 무제, 원제의 시기의 평온함이 독자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는 듯 했다.  

왕망의 63가의 병법가들이 서로 다투는 장면은 다만 한컷에 불과했지만 여러 영감을 던져주었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한 스스로에 대한 평가만큼은 야박하지 않은 편이다.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자신의 당첨확률을 통계적 확률보다 수백 배 높게 인식한다 경험적 심리연구 결과가 있다. 이것은 자신이 타인에 비해 행운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병법가가 무려 63명이 모였다면 자신의 주장이 운명론까지 덧붙여져 하나의 병법전략으로 종합되기란 불가했을 것이다. 매우 설득력 있는 패인이라는 생각에 몇 초간 눈길이 그 컷에 머물렀다. “망해가는 집구석 하는 짓이 그렇다”는 문장이 매우 맘에 들었다. 일단 4·3 의 운율에 읽는 재미가 있다. 망하다, 구석, 짓이라는 품격 높지 못한 단어가 조합되었으나 명문장의 웅장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대사는 5천명 통곡사의 채용 대목에서 등장한다.

광무제의 대사에서 “정사보는 일이 가장 즐겁다.”라는 말에 당대의 국정이 원만하였음이 함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죽마고우 엄광에 대한 의리있는 모습도 존경심이 발동되었다. 화타의 인술과 장형의 과학업적은 재밌고도 신비로웠다. 장각의 황건적이 봉기와 멸하는 것으로 6권은 끝났다. 장자크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인류역사상 최초의 범죄행위에 대해 주장한바 있다. 일정구역에 말뚝으로 경계를 정하여 사유지임을 주장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필자 생각은 이와 약간 차이가 있다. 원시 사이비 종교인이다. 밝힐 수 없는 문제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은 인류행복을 침해한 최초의 원흉들이라 할 수 있다. 장각은 그런면에서 여태후 이상의 만행을 저질렀다고 악평해 볼만 하다.  

하여간 역사는 사필귀정인듯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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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5 - 항우 유방의 초한전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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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권은 통일 진나라 2대황제 호해로부터 시작된다. 간신 조고의 사구비밀 의심자 처벌이 시황제 개국공신 이사에까지 이르게 된다. 불의와의 타협은 필연적으로 비극을 가져온다. 목전의 이익은 달성될 수 있으나 당대에 그 이상의 파멸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이치인 듯 하다. 이러한 교훈은 사실 역사서의 도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세상에서 유사한 불의적 결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정의’를 분간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혜의 결여가 문제라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을 삶에서 유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혜를 연마하려는 노력이 주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진나라의 사형제도가 참혹하다. 거열, 요참, 책, 기시, 오형 등 잔인성의 극치이다. 이러한 형벌은 당시 중국인의 야만성으로 부각시키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양의 처벌의 유형을 보면 이에 못지 않다. 로마시대는 물론이고 중세 마녀사냥의 시기에도 온갖 참형이 자행되었다. 예컨대, 소모양의 틀에 사람을 넣고 끓는 구리를 붓는 처형도 있었다. 동서양을 망라하여 혼란기에 복종을 유도하기 위한 방식으로 최대한 공포스런 처벌이 개발되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참조서적으로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 있다.

전국시대 각 국의 명망가 후예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텃밭을 가로 채이더라도 왕대 밭에는 왕대가 솟는가 보다.

유방의 한 건국은 민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정치는 민심을 근간으로 한다. 군주국의 시대에도 그럴진데 민주주의에서는 재론을 불요한다. 유방은 때를 기다리는 침착성, 한신의 수모를 참아내는 인내성도 큰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항우가 전쟁에서 패하긴 했지만 처복은 유방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았던것 같다. 여태후의 인간도륙과 척부인 참형이 불쾌한 심사를 만들어 낸다. 평소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 왔다. 잔인성도 점점 큰 잔인성으로 커져가는 것 같다. 이제 5권을 보았다. 빠른 시간 진행이 본서 편집에 또 한가지의 장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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