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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수업 - 십대들이 알아야 할 교실 밖 세상 이야기
정선렬 지음 / 행북 / 2022년 12월
평점 :
청소년에게 필요한 사회학 수업이지만, 내가 청소년 수준에게 못 미치는 사회학 지식을 갖고 있는터라 일단 아이에게 주기전에 내가 먼저 읽어 보았다.
일전에도 어떤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요즘 유행하는 MBTI에 대해서 심리학자들은 근거 부족, 타당성 부족 등의 이유로 과학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 책에서도 역시 혈액형 성격설이나 별자리(점성술)처럼 실제 그 근거의 타당성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 할 필요 없고, 유행을 멀리 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왜 MBTI가 유행하는지, 왜 사람들이 MBTI에 열광하는가를 보면, 사회적 동물인 사람들은 사회 내 상호작용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사회 속 타인에 의해서 정의되기 때문에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이 성격을 유형화하고 나와 맞는 사람인지, 맞지 않는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관심이라는 거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사회적 동물인데 사회속의 관계가 궁금하지 않는게 되려 이상한 것이지.
아비투스 ([프랑스어]habitus)
[명사] [사회 일반 ] ‘제2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친숙한 사회 집단의 습속ㆍ습성 따위를 뜻하는 말.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규정한 용어이다.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 출처 : 네이버사전
아비투스라는 새로운 용어를 배웠다. 역시 내가 이렇게 모자라다.
국어사전에서 예의는 '특정 상황 또는 대상에 대해 존중의 뜻을 표하기 위해 예로서 나타내는 말투 혹은 몸가짐'을 뜻하는데 이 예의 절차의 단적인 사례가 존댓말이다. 존댓말과 같은 언어 예절은 굳이 하지 않아도 의사 표현에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이 언어를 활용한 예절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을 구별 짓는 확실한 기준점이 된다. 그래서 이에 대하 사회적 평가와 의미 부여도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예절이 표현하는 구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뽑아낼 수 있는 문화적 소향을 갖추고, 예절이라는 문화적 관습을 중시하는 집단에서 생활하면서 예절이 몸에 자연스레 배어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조건에 충족하지는 않더라도 일부 요소라도 일치하는 집단은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 보면 모범생은 중산층일 가능성이 많고, 교실내 권력자(성적을 부여하니까)인 교사는 모범생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여러 사회 연구에서도 교사는 대부분 중산층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결국 교실내 권력자 교사는 자신과 유사한 성향을 보이는 중산층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교사의 말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문화적 특징과 유사한 학생을 우수한 학생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중산층의 모범생 아이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여, 교사의 문화적 배경이 예측하지 못했던 힘으로 작용하게 만든다.
아비투스는 습관, 어투, 무의식적 행동 양식 등 일상생활 속에서 학습된 일종의 기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의 행동 양식 속에 자리 잡은 아비투스는 교육, 성장 과정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개인이 사회의 영향을 받는 과정에서 어떤 행동 양식이 자리 잡는지 분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결국 아비투스는 특정한 사람에게 '체화된' 문화적 자본으로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해 왔던 높은 성적과 학교 교육, 시험 간의 연결고리에는 태어난 집단의 언어 코드, 지역의 문화, 예절을 중시하는 세계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아찔했다. 그렇구나. 그렇게 순환고리가 이어지는 구나. 이 순환고리중 어떤 위치를 점유할 것인지를 내가 스스로 선택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에도 직면하니 더 아찔하다. 나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위치를 주고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내 친구 중에 말을 정말 예쁘게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면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할 것 같고, 좋은 생각만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친구를 만나거나 통화를 하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내 말에 대해, 내 생각에 대해, 내 행동에 대해 점검하기도 한다. 교사가 아닌 친구인 나도 이런데, 교실내 권력자인 교사가 그 친구를 보면 당연히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을까? 어느 한 가지로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 있겠지만 체화된 상태의 예절, 그건 한순간에 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롤게임이라고 들어만 봤지 실제로 뭔지 제대로 이해를 못 했었다. 5명이 한 팀으로(순위만 같은 중에 무작위로 팀이 구성된다고 함), 게임에 진 이유를 남에게 전도할 수 있고, 심지어 대리게임도 가능하다. 랭킹으로 무한 경쟁을 돌입하게 만들어 사람들을 더 빠지게 만들었는데 여기에 도덕적 아노미가 생겼다고 한다. 바로 대리 게임. 어떻게든 자신의 랭킹을 올리고 전 '다이아몬드에요, 저는 마스터에요' 를 말하고 싶은 게이머들이 대리게임을 시키는데 그래서 실력이 월등하지만 게임 속 계급이 같은 게이머들을 만나서 게임의 승패가 게이머들이 선택한 전략이나 게임에 대한 집중도보다 우리 편이나 상대 쪽에 대리 게이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처럼 남에게 보이는 것에 신경쓰고, 지표를 중시하는 나라의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 도덕적 아노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문화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때 사람들이 선택하는 일탈이나 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규범을 정상화 또는 강화해 대리 게이머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런 불법/비합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접근했을 시에는 기회 자체를 박탈하거나 더 큰 리스크를 게이머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랭킹 상승 기회를 지금보다 좀 더 넓게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게 하는 것. 가끔(?) 트롤링이라고해서 자신이 랭킹을 높이기 어려운 경우에 오히려 지게 만들어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까지도 고통받게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게임랭킹을 내 실력의 위치보다는 나에게 부여된 새로운 사회적 지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단다. 따라서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게임 자체로만 즐기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롤게임으로 넘어가지 못한 사람인데(본디 게임을 잘 못함--;) 롤게임에 이런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는게 좀 충격적이었다. 역시 사회적관점을 가지려면 많이 알고, 알고 배운것을 접목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었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내가 미흡한 사회학 지식을 갖고 있고, 더 미흡한 사회학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제공하는 여러 주제들이 매우 흥미로웠고, 결론(?)을 내어주니 읽으면서 좋았다. 그리고 내 생각을 자꾸 점검하게되는 기회도 되었다. 더 다양한 주제들이 있으니 궁금하면 꼭 만나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