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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평점 :
결론적으로 '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서 살짝 낚인 느낌이 들었다.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이라는 슬로건을 보고 나는 개인의, 개인적인 심리나 관계 맺음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다른 장애특징 또는 해당되는 병명(?)과 그런 의심을 받을 만한 그레이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주축이었다. '그레이존'은 말그대로 '~인 듯한' 에 초점을 두어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특정 질병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 질병과 비슷한 양상을 띄지만 또 다른 특징이나 원인이 다른 경우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의 주 내용은 그레이존에 머물고 있는 일종의 경계선 장애나 장애 비스무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레이존(gray zon)
회색 지대 혹은 경계 영역,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 지대.
이 그레이존의 범위에 있어서 성인과 아동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그레이존의 범위에 해당 하는 아동은 발달 중에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을 기해 돌보아야 한다. 그레이존에 있으니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상태가 아니라, 세심한 주의와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 상태로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레이존에 있는 아동에게 어떤 주의와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앞으로 성장과정의 운명이 엇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p.65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명문장이 있는데, 이는 전체를 보지 못한 채 자기주장만 옳다고 우기는 사람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집착이 심한 경우 거기에서 빠져나오려면 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생각을 멈추고 몸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좋다.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그 장소나 상황에서 조금씩 발을 뒤로 뺀 후, 5미터 위에서, 또는 하늘 위에서, 더 나아가 저 먼 다른 별에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 집착, 고집이 강한 사람에게 권하는 방법인데 어떤 상황에 도달했을때 판단력이 흐려지고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장소나 상황에서 조금씩 발을 빼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훨씬 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화의 뉘앙스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커뮤니케이션 장애는 장애로 진단할 수 없다. 게다가 소통이 힘들고 사회성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 용어는 정확한 표현도 아니고, 차별적인 뉘앙스까지 풍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애착 시스템과 관련이 깊고, 유전적으로는 옥시토신 계열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저하는 교감능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이것은 상대를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를 일으킨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저하된 이들은 '회피형 애착 스타일'이거나 '회피형 인간 유형'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개선이 가능하다고 한다.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적절한 관심'이다. 만일 어린 아이라고 하면, 어린 시절에 양육자의 적절한 관심으로 보이고, 가능한 한 아이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면 안정형 애착 스타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성인은 자신의 말에 공감해주고 응답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역시 애착 스타일을 서서히 변화시킬 수 있다.
지각 추론 능력은 - 이미지로 생각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 지각 추론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지적 능력은 우수해서 성적도 좋고, 명문대를 다닐 수 있다해도 사회생활은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추론이나 순발력과 관계 있는 지각 추론 능력이 약하면 사고력 부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추론 능력이나 순발력이 약해도 경험과 반복에 의해 업무 처리 능력은 차근차근 좋아질 수 있고, 갑작스럽고 즉흥적인 상황에서 임기응변은 어려워도 특정분야에 지식과 경험을 쌓고 관련된 상황에 맞는 대응법을 익히면 점점 신뢰받는 존재가 될수있다고 한다. 내 얘기 같아서...내가 순발력이 떨어져서 각 상황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이불킥하는 날들이 얼마였던가 생각하면서...나는 지각 추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구나 각성했다. 이 지각 추론을 단련하려면 블록 장난감이나 퍼즐을 하는 것이 좋고 장기나 바둑같은 것을 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더불어 수학도 잘 하게 된다고 한다. 음.... 다 내가 좋아하는 놀잇감인데....나 뭐지? ^^;;; 좋아져서 이정도인가?
p. 122 인간의 뇌에는 공감(empathy)능력이 뛰어나 E타입과 시스템(system) 사고가 우수한 S타입이 있는데 자폐증은 극단적인 S타입으로 공감 능력이 극히 떨어진다고 한다.
p.131 E타입인지 S타입인지를 가늠하는 생물학적 지표가 있다. 그것은 검지와 약지의 손가락 길이 비율이다. 남성은 검지가 더 길면 S타입. 여성은 그와 반대로 약지가 더 길면 S타입일 경우가 많다.
p.132 공감하는 뇌의 사람은 "~는 괜찮았어?", "~는 좋아요(혹은 싫어요)." "나도 그래~"라는 대화가 주를 이루고, 시스템적인 뇌는 "~는 어때요?(어떤 의미가 있죠?", "~가 옳아(틀렸어)" "~해야 해"처럼 구조나 규칙, 옳고 그름에 대해 관심이 높아, 시스템적인 뇌가 강한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에 대한 수다를 지루하다고 느끼기 쉽다.
P.137 공포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강해서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관계를 맺었다가 상처받을까 봐 두렵기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사실은 타인과 관계 맺길 원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랬군. 나는 전형적이 S타입이었구나. 땀나네. 심리 상담을 통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데....아우...
P.153 과민한 성향을 갖게 된 걸까? 이는 과민한 인지와 연결되어 있다.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에 묶어둠으로써 모든 것에 지배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 습관은 트레이닝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시점뿐 아니라, 상대방의 시점 그리고 제삼자의 시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면서 시야를 넓히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과민함을 서서히 인지하게 되고 좀 더 편안하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감각 과민은 일종의 통증이다.
P.154 매일 3분 명상만으로도 강박이 완화된다. 마인드풀니스는 호흡과 신체 감각에 집중하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명상법이다. 이런 명상을 매일 3분 정도만 해도 강박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운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가 예민한 성향의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본디 그랬느냐는 다시 생각해도 잘 모르겠는데, 어쩌면 기저에 깔려있다가 사회생활 속에서 스트레스와 압박이 나의 예민함을 발현시켰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예민함을 줄이기 위해서 카페인섭취를 제한하기 위해 커피를 끊었다. 아............내 커피. 상황이 좀 개선되면서 다시 커피를 조금씩 마시고는 있지만 여기에 명상도 하면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과민한 성향을 갖게 된 원인을 보면 우리신랑이 늘 내게 하는 말과 비슷해서 놀랬다.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남들에게 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은 마음이 나를 이렇게 만든거구나. 신랑말처럼 어서 이 생각을 버려야겠다. 그게 최선일 듯.
P.164 ADHD와 의사 ADHD의 구분 방법 중 중요한 지점은 증상이 열두 살 이전에 시작되어 점점 완화되었는지 아니면 열두 살 이후에 점점 심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우울증 등 기준 장애나 불안증, 뭔가에 대한 의존증, 과식, 해리 장애 증상 등이 있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이런 증상이 여러 가지가 드러났을 때는 의사 ADHD일 가능성이 높다.
P. 166 집중력 유지와 분배는 실행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실행력의 지표가 되는 것은 처리 속도다. ADHD는 집중력 유지가 힘들고, 자폐증은 집중력 분배를 잘 하지 못한다. 전자는 처리 속도 자체는 빠른 것 같은데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고, 후자는 너무 꼼꼼하게 한 가지에만 매달리다 보니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P.170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것은 보상 체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의존하는 행위가 즉각적인 쾌감을 주기 때문에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요즘 사람들이 자주 자신이 ADHD가 아닐까 의심하고 걱정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폐도 마찬가지) 둘 다 질병인데 현대인들의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 높은 긴장 등이 마치 이런 장애인것 같은 인지왜곡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이에 대한 해답으로 3분 동안의 마인드풀니스를 권하는데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를 두고 하는 것 같다.
조금 아쉬운건 '그레이존'이 말그대로 너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점이다. 질병은 아닌데, 질병 비스무리하고 증상은 있는데 딱 그거라고 할 수는 없고,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슬쩍 걸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다. (이게 아쉬운 것은 아마도 나의 시스템적인 뇌의 작동 때문인 듯)
정상도 비정상도 아닌 '그레이존'인간 유형. 전작에서 나온 말 '인간 알레르기'처럼 새로운 관점 제시지만 해답은 정의만큼 모호해서 좀 아쉽다. 그래도 내가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거였어? 아는 것만으로 좀 더 다른 시야를 가질 수 있으니 나도 그레이존에 속하는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