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걸까?
내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책을 쓰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전문적을 글쓰는 사람, 작가가 되어 책을 낼 생각은 없다는 거다. 혹자는 이렇게 주구장창 글을 쓰고 있으면서 책을 내는게 목표가 아니라니, 이게 무슨 어패란 말인가?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사실이다. 책을 내겠다는 생각은 글을 처음 쓴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단 한번도 없었던거 같다. (다만..오마이뉴스나 칼럼같은 기고글은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하다.)
모든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내는데 목표를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나는 나의 글에 대해 일찌감치부터 객관적인 시선으로 글로 돈벌이를 하기는 어렵겠구나 하고 판단 했을 수도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글을 쓴다. 왜? 왜 글을 쓰는 걸까?
어떤 면에서 보면 나같은 사람에게 지속적인 연습 과정이 필요한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계속해서 글을 쓰는 과정을 위한 동력(동력이 있는 것도 이상하긴하군)이 자주 상실되기도 한다. 게다가 이럴 때(동력상실시점에) 바라보며 나아갈 목표가 있으면 더 나아갈 힘이 되어 줄 수도 있을텐데 이것도 없으니...여러모로 문제가 될만한 이유는 많다. 결국 이러다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스르르 꺼져버려 더는 글을 안 쓰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이런 이유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오래 글을 써 왔다. 어떤 형태로든 간에 말이다. 한 때는 내가 글을 좀 쓰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닌거 같고(시는 좀 썼을 수 있다. ㅋㅋ 너무 오래전에 쓰기를 그만 두었지만... 이런 자뻑은 지속하는 힘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뒤에 현실에 대해 깨달으면 매우!몹시!많이! 부끄럽다.) 아마도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은 이 글쓰는 시간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살아야 한다. 도대체 나는 왜 그랬을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이불킥하는 낯간지러운 상황뿐만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했고, 고마운 시간들도 돌아보아야 한다.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내게는 '글쓰기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통해서(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글을 쓰는 시간을 통해서) '정리'가 되고, 이런 정리의 과정이 내가 또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힘'(성장의 원동력이자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게 해주는)이 되어 준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던 아니던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 괜찮다. 내 이야기니까 다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내가 일기를 열심히 썼음을 이리 길게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어떤 면에서는 글을 잘 쓰는 사람만 글을 써야 한다면 나는 더 글을 쓰면 안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글을 잘 쓰는 사람만 글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며, 글을 잘 쓰던 못 쓰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글로 하는 방법을 택한 사람(그러니까 바로 나)은 그걸 글로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의 메리카가 바로 이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는 것, 자전적 글쓰기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한다. 나는 종종 내 글쓰기의 당위성을 찾지 못해서 나는 왜 글을 계속 쓰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만날 일기만 쓰고 있는 게 싫어서 에세이로 글을 좀 변화시키고 싶어 시도(?)도 해 보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내 글의 정체성일 수도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계가 보이는 글쓰기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