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욕필의 동평양대극장 공연이 있었다. 도무지 진전이 없는 북미관계에서 성사된 공연이라 "문화외교"로서의 기대감이 상당했다. 북핵 6자 회담에서도 막후에서 극적인 진전을 이뤄낸바 있는 크리스토퍼 힐. 김계관 라인에 의해 성사된 공연이다.
뉴욕필의 부악장이자 제 2바이올리니스트 미셸 김이 안전문제를 걱정해 공연을 꺼렸으나 공연후 남과 북은 한 핏줄임을 실감했다니 그 효과가 충분히 기대에 부응했음을 보여준다.
공연을 관람한 북한 고위층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지고 끝난후 퇴장하는 단원들을 향해 계속 박수를 아끼지 않던 북한 관객들의 겉모습은 흥분되고 자신들이 타도해야할 서양제국주의의 근본인 미국 문화에 대한 첫경험으로 설레인듯 했지만 결국 그것은 모두 고도의 정치적인 이벤트란 생각을 지울수 없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고 미국 대선전에 나선 오바마의 선전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면서 김정일은 아마도 이 시기가 무언가 당근을 던져야 할 적기라고 생각한 듯 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그동안의 대북정책에서 탈피해 "줄건 주고 받을건 받고" "할말은 한다" 라는 기조여서 몽니부리듯 고자세로 일관해도 무작정 퍼주던 전 정권들과는 다를 것이란걸 예감했고, 오바마 역시 북한에 대해서 그다지 유화책을 쓸것 같지 않으니 미리 선전효과를 누려보자는 계산이 작용했을듯 하다.
그토록 민족을 외치는 북한이니 이참에 뉴욕필 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먼저 초청했으면 민족을 외치는 명분이나 있었겠다. 자신들 편할때 마음대로 당근을 던졌다가 갑자기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고도의 정치선전술에 뉴욕필의 공연을 마냥 감상하기에는 의구심이 생긴다.
뉴욕필 평양공연!!! 이 소식이 전 세계에 뉴스로 타전되고 있을무렵 김정일은 또다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