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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평점 :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언하는 / 미중전쟁 / 김진명 작가!
김진명 작가의 ‘미중전쟁’이 30만부 돌파 기념 합본판으로 나왔습니다. 작가가 25년 작가 인생을 건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미중전쟁의 의미는 묵직합니다.
오늘은 이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겠습니다.
먼저 질문 하나를 드립니다.
여러분은 조건 없는 선행이 있다고 믿으세요?
저는 사람 사이에는 측은지심으로 베푸는 선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는 조건 없는 선행이 어려울 것 같아요. 이상합니다. 국가를 움직이는 것도 사람인데 말이죠.
제가 어릴 땐,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참 좋았습니다. 한국이 어려울 때 도와준 정의로운 국가였습니다. 미국은 경제 선진국이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도 선진국이어서 미제라고 하면 무엇이건 동경의 시선으로 보았어요.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사는 국가, 시민 의식이 높은 국가, 약소국을 돕는 국가, 세계 평화를 지키는 경찰 국가... 그런 미국으로 건너가 코리안 드림에 도전하는 한국인들도 많았죠.
그런데 오늘날의 미국은 ‘깡패국가’라는 말을 듣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인종 차별 문제와 총기 사건이 끊이질 않고, 국외에서는 고집스러운 태도로 패권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도 선량한 마음으로 국외 봉사를 다니는 수많은 선교사와 NGO 활동가들이 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이나 작은 단체의 활동입니다. 국가 차원의 모범적인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패권 국가가 떠오릅니다. 바로 중국인데요.
중국은 1980년대에 시장경제를 도입한 후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습니다. 현재는 자본주의를 이해하면서도 사회주의 이상은 포기하지 않는 실용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어깨를 견주며 패권 싸움을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고래 같은 큰 국가들의 싸움에 새우 한 마리로 껴 있는 존재가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은 분단국가이기에 남북문제라는 큰 약점이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 세력은 남북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나뉘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전이 아닌 휴전의 상태에 살고 있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지냅니다.
그런데 남북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은 남북문제의 당사자도 아니면서 서로를 노려보며 팽팽하게 고삐를 당기고 있습니다.
조건 없는 선행이나 평화에 대한 염려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남북한에서 얻을 이득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반도를 틀어쥐는 국가가 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토록 복잡한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합니다. 사실 고민해서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기에 머리가 아프죠.
저는 이런 상황에서 ‘작가의 의무’에 대해 생각합니다.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웃고 울리는 글을 쓰지만, 작가만의 부드러운 화법으로 사회에 대해 알리는 사명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이 역할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김진명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김진명 작가는 남북문제에 대해서 집필하는 전문적이고 대중적인 작가입니다. 그는 국제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한 학자는 아니지만,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는 마법 같은 필력이 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비야 청산가자>,<한반도>,<싸드>,<제3의 시나리오> 같은 작품들은 출간할 때마다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김진명 작가의 글은 국제관계의 예언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제는 <미중전쟁>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중전쟁은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에서 특별조사요원으로 일하는 변호사 김인철의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김인철은 세계은행의 공적자금이 초단기 투기자본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비엔나로 급파돼 비밀리에 자금세탁 관련 조사를 진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력자가 돼주기로 한 스타 펀드매니저가 의문의 전화를 받고 자살하는 사건에 휘말리죠.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던 인철은 펀드매니저를 자살로 내몬 배후를 캐다가 신변이 위험해 집니다.
대형 범죄의 냄새를 맡은 김인철은 검은돈의 주인을 찾기 위해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케이맨 제도에 갑니다. 그러나 검은돈의 정체를 알아낸 인철은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국제 관계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미국, 중국, 러시아, 남한, 북한으로까지 쭉쭉 뻗어 나갑니다.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국제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소설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작가는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독자를 잡아끌면서 다양한 국가들의 입장 차이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까지 담아냅니다. 우리가 국제, 정치, 경제 화두에서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아주 친절하고 다정한 태도로 마음을 두드립니다.
이 사회가 처한 문제를 소설로 읽는 것은 전체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기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나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국제관계에 대해 생각할 화두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국민 개개인이 국제관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믿는 것은 유능한 개인이 아닙니다. 개인은 언제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제가 믿는 것은 대한민국의 집단 지성입니다. 지혜로운 국민 의식말입니다.
집단 지성은 어느 한쪽이 곪아도 전체가 썩지 않습니다. 곪은 부분은 관심을 가지고 치료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곪았다고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몸 전체에 위협을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집단 지성은 모두가 함께 걷는 것입니다. 느리더라도 희망적인 방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함께 가야 합니다.
어쩌면 북한보다 더 스트레스 받는 관계가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의 선택에 정답을 제시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담고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라도 ‘우리의 선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광복 이후에 체제가 둘로 나뉜 까닭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강대국들의 기에 눌려서 눈치만 보다가 자유 선택 의지를 박탈 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소설은 저의 가슴에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려 준 작품입니다. <미중전쟁>이 재조명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사회에 희망의 촛불 하나가 켜진 느낌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 소설을 통해 국제 관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조건 없는 선행을 기대하는 착각을 버리고, 이성적인 목소리로 우리의 실리와 권리를 외치면 좋겠습니다
미중전쟁 합본판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기에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고 어려운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 김진명을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혹은 김진명의 소설을 좋아하는 저 같은 평범한 독자를 읽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관심. 관심이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