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도 -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
김영권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는 250여 명의 주민들이 사는 섬이 있습니다. 섬의 이름은 선감도.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들꽃과 확 트인 바다가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이 섬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감도는 1942년 일제 강점기부터 1982년까지 ‘선감학원’이라는 소년 수용시설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부랑아를 구제하고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참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졌죠. 하지만 아직도 진상 규명과 유해 발굴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요.

선감학원은 항일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시설이었고, 군부독재 시대까지 남아 아이들을 강제 수용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까지도 고문과 강제 노역과 인권유린 행위가 이어졌다니요!?

자살하고, 성폭행을 당하고, 섬을 탈출하다가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어째서! 누가! 무슨 권리로! 아이들의 삶을 이렇게 잔인하게 짓밟을 수 있나요? 저열한 폭력으로 누가 누굴 교화하겠습니까?

모르는 사람도 많았던 선감학원의 진실! 이 일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선감원 부원장으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선감도에서 살았던 이하라 히로미츠가 ‘아! 선감도’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당시에 그는 8세 정도의 나이였는데요. 그때의 기억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참혹했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고 소설을 썼을까요?

최근 한국에서도 선감학원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문제 언급을 했고, SBS<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방송을 했습니다. 그리고 김영권 작가는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선감도: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은 10대 소년 용운의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용운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어머니와 병에 걸린 아버지와 살았습니다. 불우한 환경이라도 가족의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머니에게 버려져 선감학원에 끌려갑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을 쓴 수필처럼 생생합니다. 10대 소년의 시선에서 아픔과 갈등이 그려집니다. 소설 초반에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생을 고민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용운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소년을 바라보며 제 인생을 돌아보았습니다. 주어진 자유에 감사하지 못하고, 삶을 허비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겼던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만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그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은 이유는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내 처지는 한결 낫다는 위로를 얻고자 함이 아닙니다.

울고 있는 사람의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힘겨운 처지의 사람에게는 손을 내미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이 점점 어지럽고 탁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내 안의 측은지심을 지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감사와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자유는 과거에 살았던 누군가의 피와 눈물 위에 지어진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집이 풍파를 잘 견딜 수 있도록 지키고 다음 세대에게 잘 물려주어야 합니다.


“날갯짓이 무한한 자유만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고투라는 걸 안다.
그래도 그 고투를 사랑하고 싶다.”

-선감도, 336p-


현재 선감도에는 과거의 일을 알리는 푯말 하나 없다고 합니다. 작가가 방문해도 취재할 것이 없는 장소였다고 합니다. ㅠㅠ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과거는 지워야 할까요?

완벽하게 지울 수 있다면, 영원히 아무도 모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상처를 마주하고 더 늦지 않게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다시는 그런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모두의 시선으로 지켜야 합니다.

선감학원에 대해서 누군가는 논문을 쓰고, 누군가는 방송을 내보내고, 누군가는 소설을 썼습니다.

그들은 한을 품고 죽어간 이들을 기억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는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 시대, 문과생은 이렇게 일합니다
노구치 류지 지음, 전종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I에 대해서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것의 실체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들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노구치 류지가 지은 ‘AI시대, 문과생은 이렇게 일합니다.’란 책이 나왔어요. 이 책은 제가 궁금했던 부분을 콕 집어서 설명하는 AI계의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궁금했습니다. AI 때문에 인간은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나 같은 문과생은 어쩌라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작가조차 위험해요. 로봇이 쓴 글이 문학상도 받는 시대니까요. 그 소식을 듣고 눈앞이 깜깜해졌었죠. 그런데 이런 저의 불안감을 이 책이 다독여줍니다.

지은이는 AI가 엑셀처럼 누구나 사용하는 도구라고 말합니다. 냉장고가 만들어져 얼음가게 일이 없어진 대신 전자제품 가게가 생긴 것처럼, AI 관련 일자리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고 격려합니다. AI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그것을 잘 알고 잘 사용하는 사람이 되면 괜찮다고 외칩니다.

이 책의 원칙은 3가지 입니다.

1. 프로그래밍과 통계, 수리적 내용을 깊게 다루지 않는다.
2. AI 전문 용어를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다.
3. 가능한 한 많은 사례를 사용한다.

이 원칙 덕분에 용어를 잘 몰라도 쉽게 읽을 수 있었죠.

어려운 내용도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정리하여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만들었어요. 이 책을 통해 문과생들이 AI 미래에 대해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무척 유용한 내용입니다.

이 책에 정리된 내용 중에서 AI와 일하는 능력 4단계가 인상적이었어요.

1. AI에 관한 기본 지식을 외운다.
2. AI를 만드는 방법의 큰 그림을 이해한다.
3. AI 기획력을 연마한다.
4. AI 활용 사례를 철저하게 익힌다.

특히 3장부터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용어들도 제시해 줍니다. 외울 것들을 보니까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이 저자는 참 친절한 선생님입니다. 중요한 용어도 쉬운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거든요. AI, 머닝러신, 딥러닝의 차이 같은 것도 이 책에서 읽으니 간단하네요.

AI는 가장 넓은 의미이고, 그 안에 머닝러신, 머닝러신의 하나로 딥러닝이 있습니다. 머닝러신은 사람이 주는 학습을 통해 특정 업무를 수행하고, 딥러닝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 진행도 합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다니 인간의 뇌와 비슷해 보이죠?

이런 질문을 품기도 전에 저자는 아주 영리하게 선수를 칩니다. 인간의 뇌와 AI의 구조를 비교 분석합니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는 타입에 따른 AI 활용 사례 45가지가 나오는데요. 제가 아는 기업들과 그 기업에서 사용하는 AI 기술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반가웠어요.

그중에서 아마존의 예가 기억나네요. 아마존은 이미 AI 선도 기업인데요. 계산대가 없고, 물류 관리도 기계가 합니다. 배송은 드론이 담당하고요.

저자는 일본 사람이라서 일본 은행에 관한 이야기도 했는데요. 은행에서 문의 창구의 일과 대출 심사, 환율 분석 같은 것을 이미 AI가 하고 있답니다.

앞으로 인간이 설자리는 어디일까요?

불안감 대신에 용기와 격려를 얻고 싶다면 친절하고 다정한 저자가 쉽게 강의하는 ‘AI시대 문과생은 이렇게 일합니다.’책을 만나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양으로서의 인공지능 -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AI 활용법
이상진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미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로맨스 영화와 SF영화 중 고르라면 제 취향은 무조건 SF입니다.(저는 로맨스 소설 작가입니다만.. SF도 쓸 계획은 있음..)

미래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상상하면 심장이 마구 두근거립니다. 요즘 최고 관심사는 AI. 인공지능입니다. SF영화에서는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위험한 존재가 되는 이야기가 많아요. 흥미진진하지만 소름 끼치죠!

영화에 등장하는 사회는 최소한 100년은 지나야지? 생각했는데요. 코로나 이후에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에 빠르게 들어섰습니다.

뛰어난 인공지능 때문에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예전에는 조직의 리더가 내리던 결정도 인공지능의 분석과 판단으로 결정되는, 사람 위에 기계가 있는 시대! 영화에 나오는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밀려날 수 없습니다. 미래를 알고 대비해야죠. 그래야 아이들도 진로를 잘 정할 수 있고요. 그래서 인공지능 관련 책이 나오면 큰 관심을 가지고 읽어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교양으로서의 인공지능’입니다. 책의 저자이자 한국표준협회 회장인 이상진은 중국에 있는 인공지능 기업을 방문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곳에는 90퍼센트 이상의 직원이 인공지능 전문가였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python)과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들을 교과서로 만들어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상해에서만 매년 2,000명에 가까운 고교생들이 현재 한국 석사과정 정도의 인공지능 지식을 갖춘 채 졸업한다고 합니다.

이런 풍경에 비교하면 한국은 아주 많이 뒤처져있습니다. 인공지능 지식은 전문 엔지니어만 알고, 그 외의 사람들은 가벼운 관심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공지능 지식이 필수 교양이 되도록 돕는 책입니다.

문과 출신에 수포자인 30대 아줌마가 읽기에는 약간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낯선 용어들이 마구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기뻤습니다. 이미 수박 겉핥기로 많이 접한 내용이 아닌 피부에 확 와닿는 현장 실습에 나간 기분이 들었거든요.

저는 공부를 하면서 읽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과 개념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이해가 훨씬 빠를 것 같아요.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 시대의 변화를 5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글로벌 자유 무역 질서의 붕괴
2. 창의적 계급의 등장
3. 초심과 근본적인 이슈로 돌아가기
4. 비대면 처리
5. 비지니스의 지각 변동

질병이 퍼진 상황에 부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인 변화도 끌어낼 수 있죠. 뉴턴이 흑사병이 발발한 후 고향으로 피신하여 만유인력과 운동의 법칙이라는 위대한 발견을 한 것처럼!

저자는 이 시기를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자신이 속한 조직의 효용성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라고 조언합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마음에는 여유를 가지고 이런 전문 서적을 보면서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야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을 때처럼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 분야를 변혁시키고 있습니다. 현재도 예측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것이 많죠.

최근에는 호텔 룸서비스도 로보트가 와서 해주던데요. 이제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들겠죠. 이런 현실을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다가오는 미래는 피하고 거부할 수 없으니까요. 미리 대비하고 현명하게 공존하는 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있는데요. 이직률이 많은 어느 콜센터에서 직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이직률을 줄인 것과, ‘부산행’ 영화의 개봉 시기 결정과 마케팅 전략에 기술을 활용한 것이 기억에 남네요. 이성 소개도 인공지능이 하면 천생연분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해서 이미 결혼한 것이 아쉬웠네요. ㅋ

물론 인공지능이 가진 문제도 많습니다. ‘데이터의 사적 비밀과 개인 정보 보호 문제, 예측이나 분류가 정확해도 그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은 알 수 없는 문제, 모든 것을 데이터로 분석하기에 가지는 편견’등 인공지능도 완벽하지는 않아요.

저자는 인간의 의식 수준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합니다. 현재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다루는 아주 성능 좋은 도구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을 읽고 SF영화를 많이 봐서 과하게 부푼 저의 상상력이 헛바람이 좀 빠졌어요. ㅎㅎ

인공지능이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 되어야 함을 생생하게 느낀 책이었습니다. 인공지능 때문에 인류가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 호들갑 떨지 않아서, 담백하고 이성적이라서좋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2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미호 식당 서평

구미호 식당은 일단 죽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미 죽은 인물인 도영(10대 소년) 민석(40대 남자)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중간계에서 서호라는(구미호 같은) 존재를 만납니다. 서호는 한 모금의 따뜻한 피를 주면 49일 동안 이승에 머무르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도영과 민석은 ‘구미호 식당’이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에서 함께 지냅니다.

그런데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닙니다. 얼굴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식당 밖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입니다. 밖으로 나가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죠.

살아있을 때 요리사였던 민석은 꼭 찾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크림말랑’이라는 자신의 특별한 요리를 널리 알려서 그 사람을 찾으려고 하죠. 반면에 도영은 이승에 별로 미련이 없어요. 가족은 할머니와 이복 형이 있는데 구박만 받았죠. 도영과 민석은 49일동안 어떤 날을 보낼까요? 구미호 식당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박현숙 작가의 신간 ‘구미호 식당’은 독특한 마력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책에 높은 흡입력을 가진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다음 장에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까?궁금해하다가 책을 손에 잡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네요.

이 책은 연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구미호 식당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고 등장 인물도 많지 않거든요. 대사는 통통 튀고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지는데 담고 있는 교훈은 깊이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삶을 바라보는 각도를 달리 해보았어요. 죽음의 시선에서 내 인생을 응시하며 만약 내일 죽으면 가장 후회할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른인 민석의 모습을 통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고, 도영의 모습에서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났어요.

특히 도영의 이야기가 안타까워요. 죽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이었는지,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는 도영의 모습을 보며.. 지금은 제 곁에 없는 사람들도 생각났어요. 그 사람들도 제가 그들을 얼마나 고마워하고 사랑했는지 알고 떠났기를 바랍니다.

내가 죽어도 누구 하나 진심으로 슬퍼할 사람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죽기조차 억울하더라고요. 그 시절에 이 책을 만났으면 큰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구미호 식당’을 통해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구미호 식당’은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담한 사이즈라 핸드백에도 쏙 들어갈 수 있으니 선물용으로도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더랜드 서평

understand.
‘이해하다’는 동사에는 무엇인가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그것의 아래를 가봐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discover.
‘발견하다’는 구멍을 파서 드러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시선은 대부분 하늘에 향해 있습니다. 하늘을 생각하면 자유롭고 상쾌합니다. 저 구름 너머에 광활한 우주가 있어요. 누군가는 천사나 천국이 있다고 믿기도 하죠.

그런데 땅속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가요? 어둡고 음울해요. 일부러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는 지옥이 있다고 믿고요.

사실 하늘보다 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많아요. 온갖 풍부한 자원을 제공하고 안락하게 쉴 보금자리를 내어주죠. 이 고마운 땅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신 적이 있나요?


로버트 맥팔레인의 책 ‘언더랜드’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세계에 눈을 뜨게 합니다. 작가는 이 책으로 독자의 내면을 확장시킵니다.

책의 첫인상은 판타지 소설 같았어요. 거대한 나무가 대지와 뒤엉킨 강렬한 표지에 사로잡혔고, 섬세하게 묘사한 문장들에 설렘을 느꼈습니다.

집필 기간만 6년이 걸린 이 책은 작가가 여행한 언더랜드의 기록서인데요. 저에게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서처럼 다가왔습니다.

로버트 맥팔레인은 자연에 관한 저술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의 저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각색되었는데요. ‘언더랜드’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의 기분으로 독서에 몰입했습니다.

자연에 대해서 알면 자연과 사랑에 빠지고, 인간들의 세상에서 살아갈 교훈을 얻습니다. 언더랜드를 알아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언더랜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우드 와이드 웹’이었어요. 이것은 땅 밑에서 이루어지는 균류 네트워크인데요. 땅속에서는 식물과 곰팡이들이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고 분배합니다. 아픈 식물이 있으면 돌보고, 서로에게 면역 신호도 보냅니다.

그곳은 종을 초월한 세계입니다. 모든 나무가 서로에게 보호자이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인가요? 어째서 우리 인간들은 이들처럼 하지 못하고 서로를 질투하고 다치게 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뿌리는 땅속에서
서로를 향해 자라고 있었다.
가지에서 아름다운 꽃이
모두 떨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둘이 아닌 한 그루의
나무였음을 알게 되었다.

-루이 디 베르니이즈-



우드 와이드 웹의 세계를 알면 이런 글의 진정한 의미도 깨닫죠. 너무 달라서 서로에게 고통만 준다고 생각한 누군가와도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죠.


언더랜드를 들여다보면서 ‘매장’의 다양한 형태도 알 수 있었어요. 우리는 땅에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죽은 이를 묻기도 하고, 소중한 기억을 담은 타임캡슐이나 보물을 숨기고, 쓸모없는 쓰레기를 파묻기도 합니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에는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해서 온갖 종자를 보관한 금고가 있고요. 지구 여기저기에는 핵 폐기물을 묻은 곳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절대 열지 말라고 다양한 언어로 경고문이 쓰여 있다고 해요.

종자 저장고? 핵폐기물? 미래의 후손들이 무엇을 찾고 개봉하느냐에 따라 축복과 저주가 갈리겠죠.

언더랜드에서는 인간도 살 수 있어요. 특권을 누리는 자들은 하늘 높은 곳을 좋아합니다. 고층 빌딩을 세우고 멋진 경관이 보이는 곳에서 살죠. 그러나 가난하거나 박해받는 자들은 어둡고 낮은 곳에 모입니다. 언더랜드가 그들을 품어 주었어요.

터키 카파도키아 지역에는 200여 개의 지하 도시가 있다고 해요.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 쿠유’라고 불리는 이곳은 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았어요. 종교적 박해와 두려운 적과 혹독한 날씨를 피해서요. 마치 개미가 땅굴을 짓는 것처럼 아래로 아래로 파고 들어갔죠. 아직도 완전히 발굴하지 못했다는데, 얼마나 거대할까요?

카타콤이라는 곳도 있어요. 그곳은 지하 묘지인데 지금은 사람들이 파티를 열거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여행지가 되었죠.

이러한 도시들은 암반 속에 있었기에 지상의 도시가 사라져도 보존될 수 있었어요. 땅속에 고스란히 보존된 과거 덕분에 우리는 역사를 알고 교훈을 얻습니다.

빙하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신비로웠어요. 얼음에도 기억이 있습니다. 얼음 안에 갇힌 공기방울은 상세한 대기 조성을 보존합니다. 불순물 안에는 과거의 화산 폭발, 오염 수준, 햇빛의 양까지도 읽을 수 있는 데이터가 담겨 있어요.

이렇게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 얼음은 온도에 따라 순식간에 상실되어버리죠. 빙하 학자들은 이 소멸성에 매력을 느낀다고 하네요.

빙하 학자도 신기했지만 동굴 탐험가도 흥미로웠어요. 산악인은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데, 동굴 탐험가는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지하로 하강하니까요.

언더랜드에 대한 탐구심 때문에, 하젤바튼이라는 사람은 극한 지하 환경에서 미생물을 채집해 항생제 내성 물질을 발견했어요.

알면 알수록 사랑에 빠지게 하는 언더랜드. 온갖 신화와 환상을 품은 곳이기에 창작자들에게도 영감을 주죠. 저에게도 언더랜드에서의 시간이 많은 깨달음을 얻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우리가 현재 집착하는 많은 것들은 곧 사라질 것들이며, 언더랜드에서 보존되지 않을 것들입니다. 불영원성에 대한 인정이 삶을 편안하고 너그럽게 만들어요.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생각해 보아요. 과연 우리가 만들어낸 위험 물질로부터 미래 세대를 보호할 수 있을까요?

자원을 대책 없이 쓰고, 온갖 쓰레기를 파묻고, 서로를 경계하는 마음 때문에 핵을 만들고 그 폐기물을 땅에 묻는 현재의 인류!

이 책 언더랜드는..
엄마의 자궁처럼 어둡지만 따스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파하고 있어요.
땅이 부르는 가슴 아픈 노래.
우리는 이 아름답지만 슬픈 노래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