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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평점 :
걷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 날씨라면 걷는 일을 아주 좋아합니다. 걷기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합니다.
게다가 걷는 동안 사색에 잠길 수도 있고, 아름다운 풍경을 둘러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죠.
오늘은 걷기의 매력을 또 하나 발견하게 하는 책!
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뉴욕, 파리, 베네치아, 도쿄 등 다양한 거리를 걸었던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흔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 길을 걷던 과거의 여성들을 떠올리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지은이는 여자들이 도시를 활보하게 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합니다. 19세기 이전에는 여자는 집밖으로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고 다닐 수 없었죠.
이 상황은 한국의 조선시대를 떠오르게 합니다. 과거에는 한국도 여성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죠. 여자 목소리가 담을 넘는것도 금기시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플라뇌즈’입니다. 이것은 천천히 걸으며 도시를 관찰하는 산보자를 뜻하는 말인 ‘플라뇌르’라는 남성형 명사를 여성형으로 바꾼 단어죠.
여성이 거리로 나와 걷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시선이 참신했어요. 한국판 책 제목인 ‘도시를 걷는 여자들’도 이 의미를 담고 있어요.
도시를 걷는 여자들은 책의 표지처럼 자신감 있고 당당한 시선으로 거리를 활보한 여성들이 떠오르는 책입니다.
눈앞에 놓인 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영역을 밝혀 나갈 때 사람은 성장합니다. 그래서 수동적이고 정적이고 침체된 태도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사가 되곤 하죠.
책 내용 중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흔적을 만난 것이 무척 반가웠어요. 그녀의 섬세함과 우울. 그 경계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쓴 그녀가 존재했던 흔적이 있기에 위로를 받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인물들이 머물렀던 길을 따라 걷고 싶은 충동이 들었네요. 저자가 저의 마음을 대신해 주니 대리만족을 느꼈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거리를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개운해지고 용기가 생겼습니다.
마음으로 걷는 시간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당신은 자유롭게 걷고 있나요?
주목 받는 것이 신경 쓰이고, 그런데 투명인간처럼 무시 받는 것도 싫은 것은 아닌가요?
저 역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도시를 자유롭게 걸어본 적이 없네요.
조르주 상드, 버지니아 울프, 진 리스, 소피 칼, 아녜스 바르다...
지금보다 더 여성 앞에 놓인 벽이 높았을때,
도시를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근사한 여성들이 이 책에 살아 숨쉬고 있었어요.
어쩌면 여성의 인생이란 어느 시대이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살았는데요. 이것이 나의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걷던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추한 진실이 낫다고 생각할만큼 솔직해요. 그래서 더 멋진 것 같아요.
당신이 여성이라면
그 발걸음에 용기가 실리게 하는 책입니다.
당신이 남성이라면
당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더욱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게 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