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 -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공간 창조법
브룩스 팔머 지음, 허수진 옮김 / 초록물고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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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공간은 자신의 욕망을 비춘 거울이다.
스님의 방에서 유독 마음의 고요를 경험하는 건, 비워진 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움으로써 얻어지는 진정한 자유와 나와의 대면,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가 나침반이 된다.

 

이제 쓰레기들을 비울 때
물질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더불어 대가(돈)를 지불하고 얻은 행복은 유효기간이 짧다. 우리가 마음과 정성을 쏟아야할 대상에 잡동사니를 들여앉힌 셈이다.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일은 과거와 작별로 시작한다. 누구나 아픔과 상처의 방패막이용 잡동사니(내 인생에 보탬이 되지 않는)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공간은 과거 추억의 창고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나는 이 책 첫 장을 열어놓고 집에 있는 모든 ‘인형’을 버릴 수 있었다.

 

잡동사니는 과거의 올가미, 심리적 조작, 방해꾼
잡동사니는 지금 소유한 물건이 대부분이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다는 사실 인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책 전반부는 잡동사니를 통해 숨겨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인간이 물질에 잘못된 가치를 부여하고(감정을 사들이는 일), 기억으로 봉제시키고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심리적 조작을 꾸민다. 당신이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물질’, 즉 잡동사니가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책은 저자가 잡동사니를 정리해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부여잡은 잡동사니의 본질이 ‘환영’임을 일깨우고 ‘잡동사니를 버리기 위한 연습과제’를 던져준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처럼 공감을 이끈다) 잡동사니는 책, 옷, 연애편지, 사진, 심지어 자식, 애완동물, 영성이 될 때도 있다. 흥미로운 주장은 물건(추억이 담긴)을 치우면, 새로운 것(인연, 창의성, 에너지 등)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잡동사니를 버리면 새로운 인생이 제 발로 걸어온다
외면의 잡동사니는 내면의 잡동사니에 의해 생산된 것이다. 따라서, 쓸모없는 물건을 치우는 것은 내면을 정리하여 내 삶을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지금 이 현실의 집중, 내 인생의 중요한 것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집’은 우리의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이것은 비단 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자의 시선은 외부의 잡동사니에서 (적은 분량이지만) 내부 잡동사니 불평, 비난, 집착, 걱정, 참견 등으로 옮겨진다.

 

새로운 물건을 들여온 날보다, 버린 날이 더 상쾌하고 마음 가벼워짐을 느껴본 사람은 유독 나뿐이 아닐 것이다. 늘 버리지만, 또 채우고 있는 습성을 끊고자 한다면, 꽉 들어찬 집에서 마음의 쉴틈을 찾지 못하여 텅빈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면, 당신은 지금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 책은 내게 잡동사니에 투영된 일상 공간에 들어찬 욕망을 들여다보며, 내 인생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 보게 했다. 그리고 '비움으로써 얻어지는 자유'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떠나보겠다'는 셀레임을 선사했다. 채우기와 비우기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진 않겠지만, 이 책을 만난 나는 이전의 나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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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순례하다 - 어머니의 집에서 4평 원룸까지,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집에 대한 철학을 담아 지은 9개의 집 이야기 집을, 순례하다 1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황용운.김종하 옮김 / 사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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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개월에 한번씩 유랑?을 떠나지만 거의 대부분 (주말까지) 집에서 보내는 나,
문득, 주말만은 이 도시와 이 공간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일은 이 도시에, 주말은 어느 한적한 시골집에.

이런 생각은 '농가주택', '전원주택'을 검색하게 하더니.
'그래서 어떤 집에 살고 싶은데?'라는 질문에 닿게 했다. 

'어떤 집? 글쎄. 한번도 구체적으로 뭘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한번 생각해 볼까?' 

그렇게 집어든 책이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지은 <집을, 순례하다>이다.

제법 잘 만들어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참 안되었다 했더니,

대형 서점 4곳(교보문고·영풍문고·예스24·인터파크도서)에서 제법 알차지만 많이 팔리지 않은 책 워스트셀러 6권에 뽑혔단다.
 

이 책은 건축가이기도 한 저자가 20세기 건축의 거장 8명이 지은 9채의 '작은집'을 순례한 기록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어머니를 위해 스위스 레만 호수가에 지는 18평집부터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루이스칸이 미국에 지은 회화적이면서 조각적인 집 '에시에릭 하우스', 티치노 지방의 전통적 수법을 답습한 마리오 보타의 리고르네토의 집 , 뉴욕 맨해튼의 너비 7.5m짜리 중간에 연못 중정을 배치 동서양적 정서를 담은 필립 존슨의 '타운 하우스'
 

거장들의 소박한 집을 만나는 일은 여행을 떠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집이란 것은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집은 마음인 동시에 그 사람에 대한 이해이고,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현장사진은 물론, 저자가 손수 집 내부를 그린 스케치, 내부 인테리어, 설계도면까지 친절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 또한 건축가와 집을 이해하는데 큰게 기여했다. 
 

외형으로는 <집다움>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8명의 건축 거장들의 집이 줄곧 보여준 것은 주변 환경과의 평화와 조화, 최소한의 건축으로 자연을 건축 안에 끌어들이려는 한점, 그리고 집안 가득한 누군가를 위한 건축가적 배려였다. (그게 고양이 일때도 있고) 
 

책을 덮고 나니, '집'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어렴풋이 내가 살고픈 짓고픈 '집'의 모습이 떠오른다.

더불어, 저자와 마찬가지로 '건축'이라는 것이 <인간 거처>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행동 관찰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에 공감했다. 

'자연'이 신이 만든 환경이었다면, '건축'은 인간이 만드는 환경, 인간의 자연인 것이었다.
'집'이라는 친밀한 공간을 통해  '환경'을 발명하는 '건축'의 세계에 쉬이 다가설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미국 맨하튼에 있는 필립 존슨의 타운하우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입구(왼), 침실에서 중정을 통해 본 거실모습(오)>

 
<중정 위, 새삼 이곳이 맨하튼 빌딩 사이라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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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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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따라 주위에서 차를 바꾸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들의 말인즉 이제 지위와 나이에 걸맞는 차를 타야한다나?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출퇴근에 전혀 지장이 없어 몇 년은 더 탈거라 말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차종에 따라 행사장 멀리서 내려 걸어 행사장으로 간다고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 ‘차’는 지위와 부의 상징일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그저 출퇴근용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 판단과 차를 바꿔야 한다는 사람들의 가치체계는 전혀 다른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의 가격, 이는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상에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소 불편한 진실이었지만 일상생활 매순간 이뤄지는 모든 행동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 에두아르도 포터의 책 <모든 것의 가격>은 인간의 행동경제학을 심리학적으로 파헤쳐 재미있다. 사물은 물론이고 생명, 행복, 여성, 공짜, 문화, 미래의 가격까지 분석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가격 뒤에 숨은 사회적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가격의 변화를 들춰내 읽기 쉽다. 가격결정은 경제적, 문화적 심리적으로 복합적으로 이뤄지며 인간은 합리적이기도 투기적이기도 한 존재라는 사실이 입증된다.

누구나 궁금해 하는 목숨값은 911테러 희생자들의 보상을 들어 보여준다. 죽은 자의 목숨값은 몇수십배의 차이를 보인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슬픔이 다를 리 만무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불평등은 죽음 후에도 고스란히 이어진 셈이다. 갓 결혼한 신랑의 죽음과 십수년을 살아온 신랑의 죽음 이 둘의 가치, 가격을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가 배우고 추구하는 가치와 실제 우리가 선택하는 가치는 다르다.

이 책은 이러한 고통스런 사실을 일깨운다.

“인간이 내리는 모든 결정의 배후에는 ‘가격’이 있다. 어느 쪽이 정의로운지 판결하기 앞서 인간이 실제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보자”

이것이 작가인 포터가 책을 쓴 이유이고 책은 무척 성공적이다. 나조차 파악하지 못한 내 삶의 모든 선택의 순간 뒤에 숨겨진 대안들에 대한 가치를 들여다보게 했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도덕적 가치도 가격의 문제로 치환되는 때 인간이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동물이 아님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사실이었다.

이런 가격을 예산으로 길들일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이 말한 대출은 대안이 되지 못했다. 경쟁도 통제도 적절한 방법이 되지 못했다. 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가격의 플라시보 효과, 남의 것보다 내 것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인간 등 인간의 비경제적인 행동은 어찌할 것인가.

가격 탐색 시도는 매우 흥미로웠다. 보수와 진보의 불평등심화에 따른 행복도, 일부다처제의 해석도, 개발도상국에 버려지는 쓰레기도 비이성적이지만 논리적이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계의 정점 직면했고, 새로운 경제학의 대두는 거의 기정사실화되었다. 다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부의 분배가 개인의 만족보다 중요할 수 있는 인간이 세상에 적합한 인간라는 사실을 전제로한 경제학이 과연 대두될 수 있을까.

가격이 인간이 무엇을 원하고 인류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알려주기에 과거를 보면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고 이 둘은 터무니 없이 차이가 나는 복잡한 세상, 인간이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존재를 실감하며,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새삼 내삶의 숨겨진 가치 체계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내 삶이 내 욕망에 의한 선택인지 남들의 욕망에 의한 선택인지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혀보려 할 것이며, 세계와 정부의 다양한 선택들 뒤에 숨은 '잔인한 비용과 편익에 대한 가격'을 통한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를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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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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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경험으로 예측가능한 미래는 없다.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

호주에서의 ‘블랙스완’의 발견은 이후 ‘블랙스완’은 진귀한 것, 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 됐다. 

이 책에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말하는 ‘블랙스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첫째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둘째 대단한 파급력을 갖는 사건이며, 세번째로 거의 모두 예상하지 못했지만 발생하고 난 뒤에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어떻게 탈레브는 예측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2008년 기존 경제계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운전대를 맡긴다며 신랄하게 조롱한다. 게다가 2008년 금융 위기조차 검은 백조가 아닌 단순한 위기고 지금 당장 노벨경제학상 폐지하고 이 지경에 빠뜨린 은행들에게 보너스를 환수하고 부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그는 블랙스완이 올 것을 대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침을 담았다. 복잡한 금융상품은 금하고, 더 이상 학자나 전문가(특히 한 우물파는 전문가를 경계)에 귀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말기 등. 또한 낙관을 경계하고 부정적 조언에 주목하고 이기기보다 실수를 피하라고 조언하며, 개인의 경우 바벨전략 90% 안전자산, 10% 완전 위험한 상품 투자하라고 한다. 


그는 이 책이 경험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지식의 허약성, 한계를 설정하는 시도라 한다. 이를 통해 블랙스완에 강인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탈레브는 검은 백조에 강한 사회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을 내놓는다. 우선 허약한 것은 규모가 작을 때 일찍 붕괴시켜야 한다는 것. 경제는 숨겨진 위험을 더 커지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손실의 사회화나 이익의 사유화는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에 나는 일부 공감한다. 다만, 공적사업부분에까지 그래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도입부분 그의 한국 강연이나 질의응답에 대한 기자들의 기사로 시작한다. 알고보니 이 책은 전작 <블랙 스완> 이후 학계와 경제계의 반응, 변화된 환경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 등을 채웠다. 한국기자들이 쓴 짧은 글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이후 그의 글에비하면. 그의 글들은 읽으면서 이게 경제학 책인지 철학책인지 무척 헷갈릴 정도로 철학, 인지심리학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그토록 어렵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특정 인물과 이론에 대한 반박과 비난은 그의 이러한 이론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 오만함을 느끼게까지 한다.(그의 특정인물에 대한 비판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배경지식의 한계때문일런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장 대자연에서 배우기’는 참으로 흥미롭다. 인간보다 생물학자들보다 똑똑한 대자연은 과도한 전문화를 좋아하지 않아 보험으로 중복을 겸비하거나 큰 것보다 작은 것을 좋아한다는 생태학적 해석은 인간이 그간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빚은 전문화나 중복성을 제거한 행동들에 대한 경계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 복잡한 책을 읽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탈레브가 말한 바와 같이 '복잡성'을 겸비한 건 금융상품도 책도 가져야 할 미덕은 아니라고 본다.  


책을 읽고, 탈레브가 제시한 바벨전략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지만 일부 포트폴리오에 반영해 두었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나 할까. 차의 안전벨트인셈. 보험까지 들기는  내게 다소 무리한 요구다. 난 위험을 좀 과소평가한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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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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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누구나 한번쯤 내뱉어 본 말.

그러나, 그들이 찾는 곳은 또 다른 속세 어느 관광지.

그곳에 ‘삶’은 없다.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두 마디를 남긴 채 시인 김선우가 찾은 곳은 남다르다.

몹시 궁금하지만, 서둘러 가고 싶지 않다던, 인도 남부 벵골만에 위치한 영적공동체이자 생태공동체 ‘오로빌’이다.

한달 남짓 그곳에서 머물면서 그녀가 쓴 에세이는 ‘오로빌의 삶 엿보기’다.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아닌,
누군가 꿈꾼 세상을, 40년이 넘도록 이루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로빌을 특별하게 만드는 원칙들이 있다.  


오로빌은 내면과 영혼을 중요하게 여기고 삶 속에서 이 가치를 실현한다. 종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발생하고, 공동체를 위한 일이면 어떤 일(나뭇잎을 닦는 일, 꽃으로 거름을 만드는 일, 적응 못하는 아이들과 놀아주기)이라도 상관없다. 일한 댓가에 차등 또한 없다.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이 하고픈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일을 하면 된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만들어서 커뮤니티를 운영해도 된다. 


졸업은 학생 스스로 결정한다. 집 소유권은 없다. 빈집이 나면 필요한 사람이 쓴다. 슈퍼가 있긴 하나 돈으로 지불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을 나눈다는 의미의 가게를 운영한다. 그들에게 ‘경제’란 욕망의 만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식 성장을 위한 경제‘이다. 일정 기간을 거쳐 오로빌의 주민 오로빌리언이 되지만, 어떤 사람의 내적 진화의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누구나가 오로빌리언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로빌이 특별한 건 40년이 지난 지금 완성된 세상이 아닌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마을 운영 결정사항은 만장일치제로 진행한다. 해서 오로빌에서는 시간과 인내와 조율이 필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실험과 실천의 과정들이 일어나고 있다.

오로빌은 생태 공동체이다. 초창기 심리학자 부부와 뉴커머(오로빌리언이 되는 과정의 사람)과 자원봉사자 1명이 숲 만들기를 시작해 극한의 더위와 몬순의 습기를 극복하고 울창한 숲을 이뤘다. 유일한 식당 솔라키친은 채식 식단을 고집한다. 

저자는 이런 오로빌을 탄생시킨 인도 시인이자 사상자 스리 오로빈도와 영혼의 파트너인 프랑스 여성 미라 알파사, 마더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마친다.  


시인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소제목들이 어여뻐 한참이나 곱씹고, 글의 내용만큼이나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사진이 없어 조금 아쉽지만, 미스터 블링블링 새에게 수지침을 맞고 파파야와 아침인사를 하는 그녀 특유의 혼잣말에서 그녀가 되찾은 행복이 느껴진다. 그녀가 만난 오로빌리언들은 일을 놀이처럼 하고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안다. 다양한 가능성과 개성을 인정하는 세상,  영적 진화는 예술과 맞닿아 있었다.

 

전세계 40여개 2000여명 사람들이 평화와 공존 실험하는 곳. 오로빌의 꿈과 희망이, 우리 삶에 작은 파장을 일으킬 매듭을 시인 김선우가 <어디 아픈데 없냐고> 이 책을 통해 묻는다. 당신이, 이 세상이, 어디 아픈 건 아닐까하고.

타인의 욕망을 내 욕망과 가치인양 따라다니다 길을 잃고 지친 그대,

그녀의 매듭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통해 오로빌과 잇닿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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