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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순례하다 - 어머니의 집에서 4평 원룸까지,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집에 대한 철학을 담아 지은 9개의 집 이야기 ㅣ 집을, 순례하다 1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황용운.김종하 옮김 / 사이 / 2011년 3월
평점 :
삼개월에 한번씩 유랑?을 떠나지만 거의 대부분 (주말까지) 집에서 보내는 나,
문득, 주말만은 이 도시와 이 공간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일은 이 도시에, 주말은 어느 한적한 시골집에.
이런 생각은 '농가주택', '전원주택'을 검색하게 하더니.
'그래서 어떤 집에 살고 싶은데?'라는 질문에 닿게 했다.
'어떤 집? 글쎄. 한번도 구체적으로 뭘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한번 생각해 볼까?'
그렇게 집어든 책이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지은 <집을, 순례하다>이다.
제법 잘 만들어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참 안되었다 했더니,
대형 서점 4곳(교보문고·영풍문고·예스24·인터파크도서)에서 제법 알차지만 많이 팔리지 않은 책 워스트셀러 6권에 뽑혔단다.
이 책은 건축가이기도 한 저자가 20세기 건축의 거장 8명이 지은 9채의 '작은집'을 순례한 기록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어머니를 위해 스위스 레만 호수가에 지는 18평집부터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루이스칸이 미국에 지은 회화적이면서 조각적인 집 '에시에릭 하우스', 티치노 지방의 전통적 수법을 답습한 마리오 보타의 리고르네토의 집 , 뉴욕 맨해튼의 너비 7.5m짜리 중간에 연못 중정을 배치 동서양적 정서를 담은 필립 존슨의 '타운 하우스' 등
거장들의 소박한 집을 만나는 일은 여행을 떠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집이란 것은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집은 마음인 동시에 그 사람에 대한 이해이고,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현장사진은 물론, 저자가 손수 집 내부를 그린 스케치, 내부 인테리어, 설계도면까지 친절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 또한 건축가와 집을 이해하는데 큰게 기여했다.
외형으로는 <집다움>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8명의 건축 거장들의 집이 줄곧 보여준 것은 주변 환경과의 평화와 조화, 최소한의 건축으로 자연을 건축 안에 끌어들이려는 한점, 그리고 집안 가득한 누군가를 위한 건축가적 배려였다. (그게 고양이 일때도 있고)
책을 덮고 나니, '집'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어렴풋이 내가 살고픈 짓고픈 '집'의 모습이 떠오른다.
더불어, 저자와 마찬가지로 '건축'이라는 것이 <인간 거처>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행동 관찰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에 공감했다.
'자연'이 신이 만든 환경이었다면, '건축'은 인간이 만드는 환경, 인간의 자연인 것이었다.
'집'이라는 친밀한 공간을 통해 '환경'을 발명하는 '건축'의 세계에 쉬이 다가설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미국 맨하튼에 있는 필립 존슨의 타운하우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입구(왼), 침실에서 중정을 통해 본 거실모습(오)>
<중정 위, 새삼 이곳이 맨하튼 빌딩 사이라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