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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비밀
자현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놀라운 집단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 <스님의 비밀>
‘스님의 비밀’,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의 대중적 성공은 책제목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비밀’이란 말이 붙었지만,
알면 안 되는 비밀이
아니라,
알아도
되는,
어쩜 알아야 하는
비밀이다.
그
‘비밀’이란 것이 스님의
호칭부터,
의식주와 관련된
변천사,
출가·입적,
스님의 하루일과
등이기 때문이다.
다년간의 템플스테이,
아니 내공 쌓인
노보살님들도 알 수 없을 것 같은 스님과 관련된 불교문화를 ‘알아야 할 비밀’이라고 말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스님의
비밀>을 읽고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단편적인
지식(승은 상가,
무리를
뜻한다)보다는 불교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의식이나 전통이 어떤 필요와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구나 하는 이해는 어떤 현상을 수용하기도 수월할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전통’이라고 고집하기보다 변화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개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상태를 만들어줬다고나 할까.
그러한 관점이라면
‘옳다,
그르다’의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실제로 불교는 전파된 지역의 선행문화를
존중하고 핵심가치를 현지문화나 상황에 맞게 변형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규율을 정함에 있어 부처님의 결정은 늘
중도적 관점에서 접근한 지혜로운 것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접근이
저녁 9시에 자고 새벽 3시에 일어나는 놀라운 집단이 같은 시대,
속세와는 다른 세계로 천년이상 고집스레 유지되는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불교문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해 온 것
식문화는 다른 무엇보다
환경적,
지리적,
식재료 풍족여부 등의
영향을 받았다.
고온다습한 인도는
조리한 음식이나 저장해 먹는 것이 어려우니 보시를 받거나 탁발 다니거나 했고 탁발 그릇도 쇠나 질그릇이 되었지만(식중독 방지를 위해 불에 데쳐
먹음),
우리나라는 발우를
조리도구로 사용하지 않으니 가벼운 목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한 것 중 또 하나는
금지식이다.
인도불교에서는 이렇다
할 금지식이 없었단다.
또 붓다는
육식금지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그런데
한국,
동아시아불교 금지하는
문화 발전했을까.
북방에서는 대승불교의
영향으로 생명존중 의식이 확대되면서 육식 금하자는 의견을 수용했다는 것.
이것은 사찰에서 음식
조리한 이후의 주장이기도 하다.
금지식을 정한 결정적
계기는 탁발이 아닌 사찰에서 조리를 허용한 것이라고.
불교는 여러 종교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장삼은 도교 도사들의
옷에 영향을 받았단다.
인도시간에 대한
오해와 농경사회라는 배경 때문에 새벽 3시가 하루일과가 된 사연도
있다.
오신체와 같은
근거없는 것이 금기시되기도 했다.
철야행사의 문화는 붓다 당시 인도의 무더위
때문에 생겼다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정진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사찰시계는 농경문화의
유산으로 사찰의 시간표는 포교를 위해서라도 변해야 한다는 저자에 말에 심히 공감한다. 새벽예불은 좋아하지만, 늦게 자던 사람이 템플스테이를 하고나면 좀
어지럽다.
비유를
통한 쉬운 설명,
자현스님의
필력 돋보여
개인적으로 아끼는 책,
<사찰 상징의
세계>(문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이어
두 번째 읽는 자현스님의 책이다.
불교를 일반인들에게
쉬운 비유로 전하는 지현스님의 돋보이는 필력과 조계종출판사의 가독성을 높인 편집도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승가란 길드
같은 단체를 지칭하는 표현,
행자시절은
군대로 비유하자면 청년이 사회와 군대문화를 이해하는 훈련병 시절처럼,
다른 문화차이의
중간 지대인 비무장 지대다.
주지는 실질적
회장,
회주는
명예회장,
49재는 형이
확정되기 전 미결수와 같은 상황에서 변화 가능한 것.
천도재란
기결수에 대한 특별사면과 같은 것”
“태고종은 가정을
이루다 보니 참선위주 수행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불교전통문화에
주력하는 종단,
불교문화 전통을
계승하는 기능인,
예술인의 모습이
강하다,”
천수보리의 일화도 기억에
남는다.
천수보리
“어떤 이는 좋은
옷을 입어 깨달음을 얻고,
어떤 이는
누더기를 입어 깨달음을 얻는다.
깨어있는 것은
마음에 있는 것이지,
옷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천수보리는
‘좋은 옷을 입은
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천수보리의
일화는 붓다가 지향하는 것이 궁핍이 아니라,
'적절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불교는 결핍이나
고행을 미덕으로 찬탄하는 종교가 아니다.
붓다가 주장하는
것은 집착을 여의는 것이다.
현재 스님들의 의식주 관련된 생활도
그러하리라.
수행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 상황에 따라 방편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줄기가 승가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늘 변화하면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비결일 것이다.
이밖에 왜 스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가사는 왜 지금의
색을 가지게 되었는지,
삭발의 의미는
무엇인지.
방장,
종정은
무엇인지...
불교계는 어떤
조직체계로 움직이는지 등등 불교계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절에는 좀 다니는데
이런저런 의미가 궁금했다거나 출가는 하고픈데 어떤 절차와 생활을 하게 되는지 알고 싶은 이에게는 <스님의 비밀>은 재미있고 친절한
안내서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