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플레이스 -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하는 내 인생의 마지막 한 곳
이기웅 외 지음 / 강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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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지막 장소, 당신은 어느 곳에서 맞이할텐가

책 <소울 플레이스> 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건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 인생의 마지막 '죽음'을 맞고 싶은가'

 

누구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이 질문이 한의사, 영화감독, 소설가, 건축가 등 각 분야 9명에게 던져졌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9명의 대답이다. 

 

질문은 단순했지만, 답변은 '죽음의 장소'라는 단순한 이야기을 넘어 '삶의 방식' , '어떻게 살아가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사유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책 <소울플레이스>를 '영혼에 감명을 준 어느 장소'정도의 여행 정보를 얻으려 했던 내게 같은 질문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답변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기대 이상의 흥분을 전해주었다.

 

9명이 전하는 삶과 죽음의 방식 그리고 그들의 장소

한의사 이기웅은 '지구별 여행자로 여행이 끝나는 그날까지 거지의 걸음으로 만나고 또 만나라'고 말한다. 그의 인생 마지막 장소는 처음으로 '죽어도 좋다'고 어둠과 죽음을 인식했던 '지리산'이다.  그가 말한 단지 아름답고 멋진 경치를 넘어 삶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풍경이 바로 지리산인 것이다.

 

"욕망의 바벨탑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엉뚱한 갑옥을 무장한 채 한 세월 싸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적으로 부터 나를 보호해주리라 믿었던 갑옷은 거꾸로 우리의 육체와 영혼에 무수한 생채기만 내왔을 뿐이다." / 11p

 

소설가 김별아는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며, 책상 하나와 노트북 꼭 읽고 싶은 책 서너 권이 놓인 자신의 작은 방을 인생의 마지막 장소로 꼽는다.

그 작은 방에서 충실히 오늘을 살다가 고요히 잠드는 죽음. 창문을 비껴들어온 따뜻한 햇살이 이는 죽음의 고통과 한자 한자 기록하며 끝까지 내 삶의 증인 되는 것, 그곳을 맞기에 가장 좋은 곳은 자신의 마지막 방이라는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끝까지 소설가이길 자처한다.

 

여행작가 오소희는 부암동을 꼽는다. 전 세계를 헤집고 다니는 여행작가의 생의 마지막 한 곳이 왜 부암동이 되었을까. 그건 뜨겁게 질주했던 생의 추억 첫사랑, 첫아이와의 산책 등이 부암동이라는 장소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마흔살에 인생의 새로운 선택을 한 사진작가 이창수는 '나를 지우는 길',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로이 살 수 있는 곳을 죽음의 장소로 택한다.

그에겐 '내가' '나를' 잊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한 '지리산'이 그곳이 된다.

 

영화감독 임찬익의 사색은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다에 대한 고찰로 시작된다. 소설가 박범신의 <주름>에서 바이칼 호수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끌어안는 죽음,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와 <쇼생크 탈출> 그리고 <박쥐>에 나타난 각기 다른 의미의 죽음의 바다를 이야기하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장소 '우도'에 이른다.

 

건축가 천경환은 '다소 느슨하지만 단정하게 정리된 곳, 적당히 낡고 오랫동안 쌓이고 자연스럽게 물들어 있는 다양한 문화의 향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뉴욕 블리커 스트리트'를 꼽는다. 문화평론가이자 시인인 방민호는 자신의 영지 '홍대역 다섯 개 비밀 지구'를 털어놓는다. 짧은 글이 소설로 다가오리 만치 흥미로운데 특히 그가 만난 다섯여자에 대한 유형분류가 인상적이다. 그가 홍대를 꼽는 이유는 그곳이 숨찬 변화 속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가벼움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밖에 요리가 김문정과 이주노동자에서 지금은 영화배우인 마붑알엄의 <소울 플레이스>가 있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삶의 방식과 이어진다

같은 질문에 각기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답을 한 '몰랐던 9명'을 만났다는 것은 이 책을 읽은 이가 얻을 수 있는 덤이다.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풍요롭게 맛볼 수 있는 촉수 몇개를 더 얻은 느낌이랄까.

 

책을 덮고 나니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삶의 방식과도 이어진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리고 답변만 들으려 했던 나에게 애초의 질문이 던져진다.

 

"행복한 죽음이 있는 당신의 '그곳'은 어디인가요?"

"지금 당신은 잘 살고 있는 건가요?"

 

내겐 돌아가고픈 추억의 장소도 삶을 완전히 바꿔버릴 풍경도 없다. 더불어 내 삶을 지탱한 일터나 거처도 내 인생의 마지막 곳은 아니다.

치열하지 못하게 살았던 삶인가. 아니면 더 많이 만나고 여행해야 한다는 뜻인가. 또렷한 정체성도 없이 살아온 건가.

회의가 몰려온다.

 

사실 질문을 내게 던졌을 때 나는 '장소'가 아닌 '사람'을 떠올렸다.

이건 내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창수사진작가에게 결정적 한마디가 되었던 은사의 한마디가 내게도 꽂힌다.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삶을 산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너의 인생의 흐름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란 걸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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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라 2012-02-2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의사 이기웅이고요, 소설가 김별아예요...;;;

영혼울림 2012-02-21 13: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