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누구나 한번쯤 내뱉어 본 말.

그러나, 그들이 찾는 곳은 또 다른 속세 어느 관광지.

그곳에 ‘삶’은 없다.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두 마디를 남긴 채 시인 김선우가 찾은 곳은 남다르다.

몹시 궁금하지만, 서둘러 가고 싶지 않다던, 인도 남부 벵골만에 위치한 영적공동체이자 생태공동체 ‘오로빌’이다.

한달 남짓 그곳에서 머물면서 그녀가 쓴 에세이는 ‘오로빌의 삶 엿보기’다.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아닌,
누군가 꿈꾼 세상을, 40년이 넘도록 이루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로빌을 특별하게 만드는 원칙들이 있다.  


오로빌은 내면과 영혼을 중요하게 여기고 삶 속에서 이 가치를 실현한다. 종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발생하고, 공동체를 위한 일이면 어떤 일(나뭇잎을 닦는 일, 꽃으로 거름을 만드는 일, 적응 못하는 아이들과 놀아주기)이라도 상관없다. 일한 댓가에 차등 또한 없다.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이 하고픈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일을 하면 된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만들어서 커뮤니티를 운영해도 된다. 


졸업은 학생 스스로 결정한다. 집 소유권은 없다. 빈집이 나면 필요한 사람이 쓴다. 슈퍼가 있긴 하나 돈으로 지불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을 나눈다는 의미의 가게를 운영한다. 그들에게 ‘경제’란 욕망의 만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식 성장을 위한 경제‘이다. 일정 기간을 거쳐 오로빌의 주민 오로빌리언이 되지만, 어떤 사람의 내적 진화의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누구나가 오로빌리언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로빌이 특별한 건 40년이 지난 지금 완성된 세상이 아닌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마을 운영 결정사항은 만장일치제로 진행한다. 해서 오로빌에서는 시간과 인내와 조율이 필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실험과 실천의 과정들이 일어나고 있다.

오로빌은 생태 공동체이다. 초창기 심리학자 부부와 뉴커머(오로빌리언이 되는 과정의 사람)과 자원봉사자 1명이 숲 만들기를 시작해 극한의 더위와 몬순의 습기를 극복하고 울창한 숲을 이뤘다. 유일한 식당 솔라키친은 채식 식단을 고집한다. 

저자는 이런 오로빌을 탄생시킨 인도 시인이자 사상자 스리 오로빈도와 영혼의 파트너인 프랑스 여성 미라 알파사, 마더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마친다.  


시인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소제목들이 어여뻐 한참이나 곱씹고, 글의 내용만큼이나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사진이 없어 조금 아쉽지만, 미스터 블링블링 새에게 수지침을 맞고 파파야와 아침인사를 하는 그녀 특유의 혼잣말에서 그녀가 되찾은 행복이 느껴진다. 그녀가 만난 오로빌리언들은 일을 놀이처럼 하고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안다. 다양한 가능성과 개성을 인정하는 세상,  영적 진화는 예술과 맞닿아 있었다.

 

전세계 40여개 2000여명 사람들이 평화와 공존 실험하는 곳. 오로빌의 꿈과 희망이, 우리 삶에 작은 파장을 일으킬 매듭을 시인 김선우가 <어디 아픈데 없냐고> 이 책을 통해 묻는다. 당신이, 이 세상이, 어디 아픈 건 아닐까하고.

타인의 욕망을 내 욕망과 가치인양 따라다니다 길을 잃고 지친 그대,

그녀의 매듭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통해 오로빌과 잇닿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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