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 In the Blue 7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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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을 손에 드는 건 두 가지 경우다.

여행갈 곳이 있어 혹은 갈려고 정보를 얻기 위해, 또 하나는 여행은 못가니 간 것처럼 간접 경험을 하고 싶을 때.

 

백승선의 번짐시리즈((도시 이름 앞에 그리움이 번지는, 행복이 번지는 식의 수식어가 붙어서)는 후자다.

 

그의 첫 책, 마녀배달부 키키 배경이 된 크로아티아에 에 이어 두 번째 읽는 책이다.

체코의 프라하, 체스크 크룸로프, 올로무우츠 세 도시를 담았다.

 

천년의 도시 프라하에서 시간여행
프라하를 수식하는 말들은 이렇다.


중세시대를 간직한 전세계인들이 사랑한 여행지, 유럽 문화의 중심지. 모차르트가 사랑한 도시, 19세기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의 도시, 연인들과 여행자가 사랑한 도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

 

수많은 예술가들을 잡아끈 도시의 매력은 과연 무얼까.

레오 르네상스, 바로크, 고딕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박물관, 520m 수제 돌다리 카를교와 카를교를 도도히 흐르는 블타바강.

 

존 레논의 벽이 있고 빨간색 트램이 돌 길 위를 달린다. 첨탑은 파란 하늘에 맞닿아 있고 위에서 내려다본 붉은 지붕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돌길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 정각이 되면 울리는 천문시계의 종소리, 악사들의 세레나데 소리가 어우러지는 곳.
밤이 되면, 홀로일 여행자들을 위해 골목엔 벽등이 다리에는 가로등이 들어온다.

 

 

상상해 보시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곳에서.

예술가들이 행복한 곳, 여행자도 머물고픈, 이곳은 프라하.


 

동화책 주인공들이 사는, 체스키 크룸로프

집시 예술인과 지식인들의 고향, 체스키 크룸로프는 도시보다는 작은 마을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두시간 정도로 마을을 다 둘러볼 수 있다고.

 

모라비아 지방 대표 도시로 프라하에 이어 두 번째로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다. 성삼위 일체 기념비, 체코에서 두 번째로 높은 첨탑 성 바츨라프 대성당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체코어로 '체코의 말발굽'이라는 뜻을 가진다.


마을 전체를 S자로 휘감는 블타바 강은 높은 언덕 위 성에서 확연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18세기 이후 지어진 건물은 단 한 채도 없는 그야말로 중세의 도시.


중앙광장과 나무다리 라제브니키 다리(이발사의 다리)의 숨은 이야기가 마음을 끈다.

 

상점마다 나무 판 위 그림이나 나무 깍은 인형들이 가게를 소개하는 간판이 아름다운 곳이다.

가게 주인들이 우리가 읽었던 동화책 주인공들처럼 살고 있다.

 

홀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을 곳이라고.

 


중세 이야기를 간직한 올로모우츠 시청

프라하 구시청사 천문시계이 종교적이라면, 올로모우츠 시청사 천문시계는 사회주의 이념을 상징한다.

 

시간을 알리는 등장인물이 철강 노동자, 농부, 악기연주자, 운동선수로 바뀐 목각인형이 시간을 알린다.

 

올로모우츠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테마로 만들어진 7개의 분수가 숨어있다.


숨은 그림찾듯 이리온, 헤라클레스, 카르사르, 트리톤, 주피터, 넵튠분수를 찾아보고 각각의 신화를 듣고 조각품을 감상하는 것은 필수.

 

<프라하, 체코>에는 유독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풍경들이 자주 등장한다.

높은 성과 첨탑 그리고 붉은 지붕을 보기에 좋은 그림이기 때문이리라.

시간과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닌 카를교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를 읽고나니,

중세도시에서 동화속 주인공들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대성당 성 바츨라프에서 아래를 굽어본 듯,

종소리와 돌 길위 말발굽 소리와 함께 눈 앞에 펼쳐진다.

 

중세로의 시간여행, 동화와 같은 그런 곳으로 여행이 그 종소리와 함께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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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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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시와 사람, 일상이 깃든 디자인을 이야기 하는 ‘디자인 산책’ 시리즈 2번째 편, <런던 디자인 산책>이다. 디자인 출판전문회사 나무수의 시리즈이고 전편으로는 <핀란드 디자인 산책>, 경영인프라로서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한 <결국, 디자인>도 있다.

 

 

리뷰보기: 핀란드 디자인 산책, 결국, 디자인:경영인프라가 디자인이어야 할 이유

 


디자인, 생활 속에 쓰일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해온 사물은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실용성을 초월해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가 된다.”

런던의 오락가락 날씨를 떠올리게 하는 우산, 에드워드 7세 때부터 꼬박 100년을 한결같이 서 있는 길거리 우체통(근대 우편제도 발상지가 영국) 전통과 현대, 다양성과 다문화, 개발과 보존의 관계 속에서 런던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모습을 재발견한다.

 

“자연을 향한 애정과 소통을 위한 인간의 노력의 결과가 디자인 사물에 투영된다“

 

영국의 지극히 개인적 정원문화는 자연의 결핍으로 인한 요구에서 비롯된 가까이 두고 보호하고 보호받으려는 그들 노력의 결과이다.

홍차와 밀크티를 제외하곤 영국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일상에 가까운 차 문화는 찻잔에 차를 넣으면 오리가 떠오르는 디자인 등을 통해 일상 속에 자연을 환경을 닮으려는 노력으로 진화한다..

 

 

과거 유물은 허물지 않고 새롭게 재해석하며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
과거 유물을 허물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대중문화와 완벽한 조화를 이뤄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난다. 화력발전소가 현대미술과 테이트모던으로 바뀌고 와핑 프로젝트 전력수급 수력발저소가 전시관,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과 녹지 소실 방지를 위한 산업 유휴지 개발을 장려하는 공간개발 정책 한 몫했다.

노팅엄대학교 박물관은 ‘상상 속의 욕망의 사물들’을 통해 옛사람들이 소중히 다뤘던 과거 물건 다시 상상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브이앤에이 박물관을 거리 위로 데리고 나오고 싶었어요” / 어맨다 리베트

 

박제된 박물관을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는 표현의 브이앤에이의 프로젝트처럼 시대 요구에 맞게 박물관 체제를 개선하고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와 변화를 모색하는데 디자인은 핵심 역할을 한다.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 최소와 보편, 평범함의 가치로 태어난다

책의 내용을 보다 가치 있게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 고민은 적정 가격대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사양과 인쇄 방식의 실험, 군더더기 없는 최적의 디자인 펭귄 문고판을 만들었다.

 

갱지에서도 품질 유지되는 타임로만체, 장르를 색깔구별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뿐만 아니다. 북디자인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매출은 물론 일관된 브랜드는 유지하고 소비자는 만족시키고 북디자이너들의 창작욕까지 충족시킨다.

 

예술을 일상의 공간으로 들여놓은 윌리엄 모리스의 벽지와 최소와 보편, 평범함의 가치로 최적의 디자인을 뽑아내는 에어체어로 유명한 재스퍼 모리슨은 근본적으로 특별한 것은 평범한 것보다 유용하지 못해서 지속성이 떨어진다며 혁신적 개편보다 진화의 수순을 밟아 디자인된 사물을 덜어내며 키워낸다.

 

이밖에 평범함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엔조마리의 “디자인휴지통”, 식기그릇의 효율적 공간활용을 생각한 조셉조셉 조리도구 등은

최소한의 요소로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영국디자인이 지향하는 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생활을, 세상을 변화시킬 '여지'를 만드는 디자인

디자인은 여러 분야와 접촉을 촉진하고 주변의 관심을 끌면서 협력을 통해 생활의 변화를 촉구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혁명적 도구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도시형 텃밭가꾸기 환경 프로젝트이다. “빅토리 가든 캠페인”은 2차 세계대전 식량공급 극복 사례로 참여 놀이학습 통한 환경문제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은다.

 

과일 100% 건강음료 이노센트는 시민들이 짜보낸 니트 모자 쓴 음료 판매 "빅 니트 켐페인" (캠페인 기간 동안 니트 모자 쓴 이노센트 한개 사면 그중 5펜스를 자선단체 에이지콘선에 전해 노인을 위해 쓰는) 나눔을 실천한다.

 

오픈스튜디오와 디자인페스디벌 등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고 조화와 협업 중시하는 런던, 전통의 보존과 생활의 디자인이 바로 런던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한다.

장인 정신의 진정한 가치는 훌륭한 기술이나 디자인보다 좋은 마음을 품는 것에 있다.
따라서, 사치스런 필요 대신 대중적 필요의 총족이 중요하다는 한네스 마이어(Hannes Meyer)의 말처럼, 디자인은 생활 속에서 쓰일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누군가가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여지,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여지, 편히 생각할 수 있는 여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여지. 그리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지들을 만들어가는 게 바로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디자인을 통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한국도시 디자인 산책> 편을 기대해 본다.

* 책 표지디자인은 영국 국영 우정기업 로열 메일이 20세기 영국 디자인을 위해 2009년 발행한 ‘영국 디자인 클래식’ 기념 우편의 일부로 영국은 1964년부터 예술적 가치를 기념하기 위해 기념우표 발행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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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 내 눈 뜨기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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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고뇌나 근심이 없을 수 없다.

 

‘삶이 배움터’란 생각으로 늘 배우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늘 무너지는 감정들에 상처입고 상처 입히고 그럴 때마다 사람에 대한, 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무기력해져만 간다. 하나 둘 포기하고 만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내 감정’과 옮고 그름의 ‘경계’와 ‘분별심’만 내려놓을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

그렇게 연초벽두부터 들게 된 책이다.

 

<스님의 주례사>에 이은 법륜스님의 두 번째 책리뷰다.

 

객관적이란 것은, 자기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해 본다.

 

어떻게 행동할까는 좀 뒤로 돌려놓고 먼저 있는 그대로 봐라.


팔정도의 첫길 ‘정견(바르게 바라보기)’에서 출발한다.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다.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살아야 한다. 내가 굉장한 존재인 양 착각하는 순간 인생은 불행해진다.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 때문에 인생이 괴롭고 그 때문에 특별하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인사평가에 대한 교육 때였다. 재미있는 연구조사가 있었다. 85%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이 참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것. 그러니 인사평가가 절대 객관적일 수 없다고 교수가 말했던 것이 떠오른다.


소중한 자기라고? 자기를 아낀다는 것은 자기를 괴롭히지도 속박하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특별하다는 생각은 '감히'라는 권위와 '어떻게'라는 완벽주의 등으로 자신을 속박하고 괴롭히는 빌미를 제공한다.

 

기도와 수행으로서 네 발밑을 살펴라.

기도와 수행의 공통점은 자신을 돌보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기도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수행이란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것이다.

즉, 자신을 되돌아봐 자신의 업장을 알고 장애와 재앙 등에 쉽고 안전한 대처법을 알아가는 것이다.

 

신발 벗어놓을 때처럼 네 발밑부터 챙기는 순간순간에 '그저 할 뿐'을 외쳐라.

똥 눌 때 똥 싸고 밥 먹을 때 밥 먹으란 말이다.

갈까 말까. 할까 말까 쓸데없이 머뭇거리고 고민할 시간이 없어야 인생살이가 신난다.

 

불행은 잘못 맺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잘못 맺은 관계라 함은 내가 이롭고자 하는 마음으로 맺은 관계다. 내가 이롭고자 하는 마음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의리를 상하게 하니, 상대를 도와주고 이해하려는 태도로 전환할 때, 사귐은 길게 되고 그 사귐 속에서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관계에서 비롯된 불행이라면 이롭고자 맺은 관계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나쁜 환경에 대처하는 네 가지 사람유형

쁜 환경에 대처하는 네 가지 사람유형이 눈길을 끈다. 내가 어느 단계인지 보이기 때문이다.

4단계는 나쁜 환경에 물드는 사람, 나쁜 환경을 멀리해 물들지 않는 사람, 나쁜 환경 안에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나쁜 환경에 물들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나쁜 환경을 좋은 환경으로 물들이는 사람. 이 중에 내 단계가 보인다. 단계에 따라 무엇을 중시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법륜스님이 정토회를 이끄는 이유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의 목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타방정토, 미래정토, 유심정토의 의미를 알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우선 정토(淨土)는 청정국토 깨끗한 세상, 이상 세계를 일컫는다. 타방정토는 공간적으로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이지만, 시간은 현재에 존재하는 정토. 미래정토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도 미래에 정토가 될 수 있는 언젠가 이뤄질 정토 세계, 유심정토는, 정토가 타방이나 미래에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 번뇌가 사라지면 지금 이 세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내 맘 하나 깨끗하면 청정해지는 세상, 즉 내가 깨닫는 즉시, 이 세상이 정토라는 것.

 

사람들은 왜 정토를 그리게 됐을까.

 

괴로움에서 벗어나고픈 마음. 외부 조건에 있어 다른 곳으로 간다고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진다는 믿음을 가지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 달라지지 않아도 내 마음 하나 바꾸며 내 삶이 좋아지는 것. 불교에서 꿈꾸는 이 세가지 정토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 삶에서 언제나 동시에 추구해야 할 가치이고 법륜스님이 종교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이유인 듯 하다.

 

내게 던지는 화두

"죽을병이나 재앙이 닥쳐 곧 죽게 된다고 해서 그만둘 일이라면 나는 지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달 뒤면 죽게 된다는 선고를 받더라도 죽음 직전까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일은 가치 있는 일이 된다. 후회 없는 인생, 순간순간도 즐겁고 나중에 돌아봐도 즐거운 그런 삶을 선택해 살아야 한다.”

 

당신의 삶은 어떤가. 바로 그만둘 일인가. 아니면, 계속 이어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채 뽀안 먼지 속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만두고 돌아서야 한다고 한다.

 

차마... 돌아서진 못하고 멈춰서서 하나를 결심한다.

 

수행하는 삶을 통해 내 자신을 좀 더 들여다 보겠노라고. 그렇게 내려놓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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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4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정수 미생 4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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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리던 <미생 4> 정수(正手)편이 나왔다.
정수란, 바둑에서 속임수나 홀림수(남의 실수를 유발하려는 짓)를 쓰지 않고 정당하게 두는 기술이다.

 

미생1 리뷰, 미생 3리뷰(미생2는 어디갔어? 몰라. -.-;;)

 

이번호의 주인공은 표지에서도 드러나듯이  ‘오과장’이다.
장그래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별로 주인공을 만드는 구성인가? 좋군.

 

후속편이 나올수록 이야기가 더욱 알차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십여 년의 직장생활에도 보지 못했던 일들이 보인다. 적/나/라/하/게.
회사라는 큰 판 위에 보이지 않았던 치열한 인간들의 한수한수를 본다.

 

장그래가 팀원 한 몫으로 커가는 과정, 특히 보고서 요약하는 과정. 변화된 정세에서 추진하던 신사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누군가는 뺏고 누군가는 밀리는 과정에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오과장과 김부장의 태도. 특히, 큰 건 하나 올렸다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타팀에서 굴러들어온 박과장과 영업3팀이 그 똥을 어떻게 해치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미생4편의 주제의식을 드러나게 한다.

 

또, 주옥같은 말들은 어찌나 곳곳에 포진해 있는지. 어느 하나 소홀히 지나칠 수 없어 밤을 새게 한 <미생 4>편의 주옥같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제 팀원 한 몫을 하라고!
모르는 건 묻는 거다. 배려와 보살핌을 받는 시점이 지날 무렵, 아직도 모르냐는 추궁이 두려워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지 맘대로 한다. 모르는 건 묻는 거다!

 

모든 건 보고서다!  장그래가 대성통곡한다. 고졸출신, 전문용어와 약어에 약하다. 용어의 인과관계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다. 보고서가 잘 정리될 일이 없다. 보고서에 많이 등장하는 용어로 문장을 줄여라. 전문적인 용어로 대화한다는 건 대화의 깊이를 더하고 속도를 높이는 거야. 그게 효율이라는 거지. 잘 정리된 문장이 아름답기까지한 장그래의 피눈물의 결과를 안 보고 갈 수야 없지.


1. 중동항로와 관련된 특이사항 -> 중동항로 관련 이슈”


2. 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라마단이 지난 8월 18이에 끝났습니다.

따라서 중동항로의 거래랑과 실재 적재비율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 라마단(2012.7.20-8.18) 종료에 따라 중동항로 물동량 및 소석률 회복이 예상됨
문장 구분을 위해 “-”(하이폰)을 사용한다.

 

직장인들이여, 체력이 승부다!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일어난 증상. 체력이 약하면 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 떨어지고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호칭 똑바로 써! 아랫사람한테 반말 까지 말고! 오과장님, 박과장님이 심부름 시키셨는데 시키신 거 지금 필요하신 건가요? 삑X!(내가 잘 하는 실수 T.T) 바른 표현 오과장님 박과장이(낮은 사람이다) 심부름 ~ 이거다. 존칭은 겹으로 쓰지 않는다. 너~ 아무개야 어쩌구 이게 회사냐(이건 내가 욱해서 하는 말^^;;)

 

직장인 모 있어? 승진과 월급 빼면 이라굽쇼?

직장인 모 있어? 승진과 월급 빼면. 아, 정말 그런가.

승진과 월급에 최적화되어 있는 승승장구 김부장과 그렇지 못해 승진에서 밀리고 있는 오과장.

정말 회사 생활 그게 다인가.

일을 자신과 동일시 하는 매소드 배우 오과장에게 김부장의 한마디는 일침이다.

* 메소드 배우란? 작중 인물이 되기 위해 자신을 지우고 극 중 인물이 되어 사고하고 행동한다.


"큰 조직의 일이라는 게 항상 선후가 바뀌는 게 다반사. 누구 한 명의 땀방울로 되고 안 되는 시절은 지났어. 한다 안 한다는 문제도 누가 하느냐도 아니다. 중요한 건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더 많아. 혼자 떠 안으려고 하지마. 누구 한 명의 캐릭터로 성사가 결정되는 일은 회사로선 매우 위험해. 당신 아니어도 될 일은 되야 한다고. 그게 조직이고. 회사지"

 

나 하나쯤 어찌 살아도 사회는, 회사는 아무렇지 않지만, 그래도 이 일이 지금의 나. 나에게 전부인 바둑. 내 바둑, 내 일, 내게 허락된 세상.

 

"판이 어찌 돌아가는지 판이 보이겠니? 판 위에서 비틀거리는 놈이 판을 어찌 봐. 우린 판을 못 봐. 제때 자기 삶 챙기면서 살아야 해."

 

전체를 잃고 패배할 수도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제때 자기 삶을 챙기면서 살아가는 거.

내게 허락된 세상, 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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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 한 줄도 쓰기 어려운 당신에게
임정섭 지음 / 경향BP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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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재미도 붙이고 원하는 글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플한 글쓰기 이론과 이에 적절한 예문, 글쓰기 멘토들의 조언을 담은 글쓰기 책 한권을 소개한다.

 

글쓰기는 꽃씨를 심는 일이라는데 심고 정성을 기울이면, 내 인생의 꽃도 피우는 날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사람이 글을 쓰는 행위는 나무에 꽃이 피는 이치와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가장 먼저 뿌리를 북돋우고 줄기를 바로잡는 일에 힘써야 한다...

진실한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고.. 부지런히 실천하며...

진액이 오르듯 독서에 힘쓰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듯 널리 보고 들으며 두루 돌아다녀야 한다.”

- 정약용

 

 

1. 좋은 문장이 글쓰기를 이끈다. - 명문장 필사해라!
배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승을 잘 만나는 일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문장을 쓰는 스승을 만나, 필사해라. 필사는 언어의 표현법, 문장 구조, 글의 서술 방식까지 익히게 한다.

 

“재능에 대해 회의하지 말고 자신의 열정을 믿어라”-안도현

 

2. 글쓰기 습관, 어떻게 익힐 것인가. - 열 손가락을 춤추게 해라!
머릿속 생각, 백날 소용없다. 문장이 안 나오면 서가 책제목부터 보이는 사물까지 나열해라. 자신의 추억거리도 좋은 소재다. 원고 1천매를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해라. 처음 글로는 자기소개서도 좋다. 글쓰는 습관을 위해 평소 유심히 ‘관찰’하며, 보이는 것은 모두 글로 써봐라. 책표지나 그림을 글로 옮기는 연습도 좋다. 단, 단문으로 이해하기 쉽게, 세심한 관찰을 통해서. 중요한 것은 느낌보다 ‘사실’을 먼저 표현해라.

 

“나는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을 관찰하는 사람이다” - 에드워드 E. 커밍


“우리는 실제로 본 것에 생각과 판단, 의문, 해석을 덧붙인다. 이런 습관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뒤섞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찾아내는 데 방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 109p

 

 

3. 포인트(POINT)로 써라!
포인트(POINT)란,
P(Point) : 무엇을 쓸지, 글쓰기 주제, 소재를 잡는다.

O(Object Outline) : 대상(글감)의 개요나 주요 내용을 적는다.
I(Information) : 글 쓰게 된 동기, 배경, 관련 정보 기술한다.
N(News) : 인용, 예화, 참고자료를 넣는다.
T(Thought) : 생각을 적는다.

 

3. 매혹적 글쓰기 - 두괄식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글쟁이다.

첫 문장은 덫이다. 두괄식 기술을 구사할 수 있어야 글쟁이다.

 

“저에게 서재란 책 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창조의 도구입니다.

만약 어떤 주제에 대해 기존 작가들이 어떻게 얘기했는지 알지 못한다면....” - 알랭 드 보통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 하나로 끝내기, 핵심을 한 문장으로 말하기, 차이와 비교 등을 표현하는 사고의 확장을 통해 숫자 3의 마법을 부려라.


“세 가지 이유를 대면 설득력 있고, 세 가지 근거를 대면 정당성을 얻는다.”-235p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이다.“-난설헌

 

스토리텔링을 통한 설득과 이해, 적절한 비유가 유용하다.


“저녁이면 젖은 비옷 같은 영혼을 추슬러 여의도로 향했다”-김영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결말은 조용한 드라마다. 극적인 의도를 숨긴 채 살짝 드러낸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다양한 명문장을 사례로 만날 수 있는 글쓰기 책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단문 쓰기'다. 당분간 내 글쓰기의 화두가 될 것이다.

더불어 수많은 마법(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훔치는)을 일으키는 명문장을 만나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명문가들이 있다. 그들이 있어 읽기도 쓰기도, 살아가는 오늘도 즐겁다.

 

그런데 왜 글을 써야 할까? 보고서, 계획서, 기안 등인 일상인 회사원으로서의 필요한 글쓰기? 

당신은 왜 글쓰기를 배우려 하는가? 이 물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안네 프랑크의 말을 빌려본다.

 

"나는 죽은 후에도 여전히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통해 마음속의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는 글 쓰는 재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에는 어떤 일이라도 잊을 수 있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방식, 나를 기록하는 방식,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방식으로서의 글쓰기라..

나는 지금 나를 알아가고 훈련시키는 방법으로서 이 글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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