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김규회 지음 / 끌리는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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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소설 첫 문장>의 서문을 거치면 첫 문장과 이미지가 시화처럼 자리잡고 있다. 첫 문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각 작품에 어울리는 문을 만들려고 소설가들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생생히 느껴진다. 간혹 어떤 문장들은 시적 표현이 풍부하여 시화처럼 꾸며놓은 구성이 조화롭다. 문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미지 자체는 되도록 심플하게 채택한 것이 적절해 보인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작품의 첫 문장을 시작으로 작가에 대한 짧은 프로필과 그 작가의 다른 작품 2~3권 정도의 문장도 함께 볼 수 있다. 시인과 소설가는 엄연히 장르의 구분은 있지만 표현을 함에 있어서는 역시 무 자르듯 선을 그을 수 없을 것 같다. 문장만 발췌하면 이렇게 하나의 시로써 기능을 하니 말이다.

 

첫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아무리 시간적 여유가 많은 독자라도 한 페이지를 넘겨야 그 뒤를 읽어 내려가려 하기 때문이다. 출판물이 넘쳐나는 요즘은 첫 문장뿐만 아니라 띠지부터 공격적 마케팅에 이용된다. 책을 대상으로 마케팅이라는 말을 하면 속물적이라 잘 쓰고 싶지는 않은데 사실이 그렇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주옥 같은 문장들을 그냥 흘려 보내기가 너무나 아쉬울 때가 많다. 가끔은 엑셀에 인상 깊은 구절들을 잔뜩 입력해 가며 읽기도 하는데 그러면 흐름에 방해가 돼서 곧 포기했다. 읽고 쓰려고 하면 내용이 새롭게 다가와 그것도 방해가 된다. 결국 나중에 쓰기로 하고 계속 손 대지 않는 작품이 수두룩한데 이렇게 따로 인상 깊은 첫 문장을 모아 둔 책이 출판된 걸 보니 반갑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가 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좋아하는 문장을 잔뜩 모아두었을 텐데 책의 형태로든, 댓글의 형태로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도 생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고, 남들의 시선은 과연 어디에 닿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책들과 작가들의 작품이라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살 것 같다. 글을 쓰기 위해 첫 문장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습작을 하는 분들이 참고를 위해 보기 좋을 듯싶다. 책의 말미에 국내 3대 문학상 수상작의 첫 문장들이 있다. 색다른 방식이 신선하다. 아무래도 일반 독자보다 매의 눈으로 살피는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끈 문장들이니 남다를 수 밖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회가 새롭겠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문장 그 자체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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