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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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와 소피를 연결 짓고 그 두 사람을 상징하는 작품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다른 시공간을 통해 유사한 상황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1차 세계대전으로 삶이 피폐해진 20세기의 소피는 전쟁에 참가한 남편만을 기다리면서 하루를 살아가고, 21세기의 젊은 미망인인 리브는 이른 나이에 남편을 잃고 그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를 벽에 걸어두고 하루하루를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그녀들은 세상으로부터 차단된 자신들만의 세상 속에서 침잠해있다. 세상사람들과 완전한 단절을 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그 작품은 소피에게는 남편이 본 자신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예술적 상징이었고, 리브에게는 신혼여행 중에 남편으로부터 선물 받은 사랑의 표현이었다. 또한 싱그럽고 도발적인 눈빛과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사랑의 정수를 이미지화하여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둘 다 사랑하는 여성의 자신감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본인들의 가장 사랑스러운 한 때를 추억할 수 있기에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작품으로 추억을 회상하면서 행복해 하지만 그 만큼 돌아오지 않는 사실에 서글픈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그녀들이 택한 삶의 방식이 썩 편안해 보이진 않는다. 주변에서 늘 좀 더 요령 있게 살라는 말을 들을 법한 캐릭터 들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붙잡을 수 없는 것을 향해 헛손질을 하면 빈 손에 떨어지는 것은 한숨과 눈물뿐인데 말이다.


 무엇이 진정한 가치인가? 작품에 대한 가치는 그 작품을 창조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기에 유가족들이 가지는 변질되는 모습은 자못 씁쓸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실망스럽더라도 익숙한 건 사실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치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평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치에 대한 신념과 삶의 태도를 여실히 반영하는 표현이다. 초반에 미련하게만 보였던 리브와 소피의 순정이 오히려 이 대비로 인해 가치를 부여 받는다. 작품에 소유물로서의 가치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가지는 의미의 가치를 깨닫는 리브는 초기와는 확연히 다른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기 있게 되살아난다. 자신의 사랑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그것도 공감을 형성하는 사랑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모습에서 삶에 대한 개인의 신념에 대한 확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사랑을 주제로 삶을 조명하는 조조모예스의 소설은 재미있지만 괴롭다. 사실에 대해 선명하게 그려내기에 소설의 허구성으로 대리만족을 하기보다 자신과 직면해야 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조조 모예스의 작품에 손을 뻗는다. 가독성이 좋은데다 시사하는 바와 작가에 대한 신뢰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 대한 주인공들의 신념과 태도를 통해 자신이 미처 관심을 쏟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데 한층 열린 마음이 된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가 독자에게 사랑에 대한 비합리적인 신뢰를 지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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