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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시 스토리 하모니 - Shihoahi Story Harmony
권정아 지음 / 알비 / 2015년 5월
평점 :
의류의 재질과 색을 통해 관계를 풀어나가고 있다.대부분이 사진으로 이뤄져 있으며 문장은 사진첩에 메모 하듯이 짧다. 왕래가 없던 먼 친척의집을 방문하여 보게 된 앨범 같은 느낌의 <시호시스토리>는표지부터 작가와 딸이 편안한 차림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다. 그 일상의 평범함이 더하지도, 덜 하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이물감 없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행복을 보여준다. 각 장면마다 컨셉에 맞게 보여주는 의복의 색과재질은 다양하지만 그 분위기는 한결같이 편안하다. 마치 일반인들이 평소에 무심코 찍었을 때 건질 수있는 정도의 가족사진 같아 그 느낌은 배가 된다. 딸과 남편, 작가의모습은 가족 같기도, 친구 같기도 하다. 특히 작가와 딸의모습은 그저 친구나 자매 같아서 딸을 키우는 엄마들의 시각에 새로운 시점을 마련해 줄 것 같다. 두께도얇고 크기도 한 손에 들기 맞춤이라 <시호시스토리>가얘기 하려는 행복을 위한 자세가 북 디자인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 하다. 2013년에 냈던 전작과 같은제목에 ‘하모니’가 더해졌다. 그녀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행복의 정수를 표현한것이리라.
굳이 애정을 표현하는 컷이 아니라 해도 남편에게 사랑 받는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이사진으로도 보인다. 작가도 얘기한다. 좋은 아빠란 엄마를사랑하는 아빠라고. 좋은 엄마란 행복한 엄마라고. 실제로아이의 마음에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부모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지적으로 충만한 부모가 아니다. ‘사랑’에 대한 가르침이 별도로 필요 없을 정도로 생활에서 보여주는 부모가 아닐까 한다. 작가의 그런 마음과 생활방식이 딸 시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혹시 사랑 받지 못해 행복하지 못한 엄마라면 적어도 그런 연기라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할 수 있는 상황도 개척할 필요가 있고, 그런 상황을 만들기어려워 ‘그런 척’ 연기라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연기하는 나’에게 공감하여 행복해 지는 상황이 순환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긍정적인 효과를 발견할 것이다.
권정아 디자이너를 부러워하며 멘토로 삼는 멘티들이 많이 있다. 이미 유명한 그녀이기에 선망의 눈으로 그녀의 일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접했다면 일상의 행복을 말하는데 주목하여 디자이너라는 이름이 주는 고정관념은살짝 멀어질 수 있겠다. 대게 디자이너들의 이미지란 좀 강한 편이다.자기 주장이 강하여 편협하다는 생각 때문에 ‘조화’가힘들 것이라는 이미지가 전반적이고 꼭 틀린 말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직군의 사람에 비해 주관이강한 건 사실이니까. 그런 디자이너가 ‘조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완벽하고 화려하지만 함부로 접근하기 힘든 디자이너의이미지에서 편안하고 조화로운 가족을 통해 ‘행복’을 선사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이야 말로 그녀의 힘이 되고 없어서는 안 될 행복의 원천인가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대부분 쓰인 것이라 딸을 키우는 엄마에게 최적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인간관계라든지 업무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구절들이 곳곳에 녹아있어정신적으로 많이 고무된다. 굳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새로운시작에 있어서도 주변을 다 정리하고 시작하려고 무리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지금의 주변과어우러져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성공에 닿은 사람들은 ‘자신’을 잘 알고 끊임없이 성찰하여 주변과 함께 갔기에 가능하다. 그녀를보니 새삼 뭔가를 하면 한 가지만 보고 달려가던 좁은 시야의 나를 책망하게 된다. ‘다 같이’ 일굴 수 있는 건데 요령도 없고 시야도 좁아서 그저 앞만 보고 정신 없이 가다가 ‘결핍’에 정신적으로 붕괴되어 지치고 만다. 나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청장년층들이 ‘길 위의 세대’가 되어 방황하는 마당이다. 작가는 말한다. 조바심 내지 말고 편안하게 주변과 어우러 져서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