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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소설이 아니라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을 거다.
정말 반가운 이름 무라카미 류.
이 전의 작품들은 좀 거칠다 싶었는데 주제를 장년층으로 잡아서 인지 작가가 연륜이 더해져서 인지 조금은 포근하고 아늑한 기분이 든다.
남성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여성 작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일본의 경제성장기의 화려함을 이끌던 세대라서 그의 작품 역시 화려함과 음울함의 대비가 늘 역동적이었다.
<55세부터 헬로라이프>는 정년을 맞이한 장년층들의 방황을 그리고 있다.
방황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그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춘기가 지나면 스스로의 감정조절이 자연스러워질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언제나 선택의 순간에 살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연습해보지도 못 할 상황에 맞닥뜨린다.
특히 지금 아버지들은 젊은 시절을 경제 호황기에서 보냈다.
쇠퇴라는 것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전례가 없던 정년이라는 고비를 맞이하여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공황상태다.
개인이 아닌 한 세대의 전환점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작가는 지금까지처럼 너무도 태연하게 시대를 잘 꼬집기도 하고 비틀면서 다독이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는 후회를 남기는 것”이라는 대사를 통한 작가의 목소리가 가슴에 묵직하게 내려 앉는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망설인 순간에 대해 보상해주지 않는다.
선택은 우리가 했고 후회도 우리의 몫이다.
시간은 존재할 뿐이다.
오늘의 선택을 20년 후의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마음 속에 미련 따위 두지 말고 나아가라.
포기함에 만족해?
그럴 거면 왜 살아?
...라고 작가 본연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전해지는 듯 하다.
무라카미 류는 평범한 삶을 그리고 싶었나 보다.
그의 드라마틱한 표현들은 한결 편안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사람은 살면서 뭘 배우는 걸까?
결국 나이가 들수록 수긍하는 법을 배우는 건가?
대체 죽기 전에 그런 삶에 대해 어떻게 만족하라는 건가?
가슴에 한을 품고 사는 한국 사람들은 늘 ‘참는 자’의 미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렇게 한이 전해지는 것도 모르는 채.
정년을 맞이한 독자에게 너무나 공감이 가고 때로는 위안이 될 <55세부터 헬로라이프>.
부모님께 읽어드리고 싶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상상하게 한다.
사실 행복이란 단순하지.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따라주는 것이다.
헌데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탈이지.
<55세부터 헬로라이프>를 읽으며 잠깐 내 미래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구나 그렇겠지.
가능하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읽어보고 상상하고 오늘을 후회 없이 보내는 상황이 많아지길 바래본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