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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셰프다 - 사진가에서 셰프가 된 목혜숙의 이탈리아 요리 정복기
목혜숙 지음 / 호미 / 2014년 11월
평점 :
저자가 요리를 결심하기 직전의 과정부터 이탈리아에서의 견습기를 소소하게 그려내고 있다.
“무슨 요리를 배우러 이탈리아까지 가?”하겠지만 식사를 단순한 먹는 행위가 아닌 문화의 공유라는 사상을 가진 셰프기에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단순한 돈을 목적으로 일을 한다기 보다는 정말 애정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것이 느껴진다.
요리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이 남다르다.
게다가 채식주의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고 수록하고 있어 저자의 섬세한 배려심이 엿보였다.
이런 셰프라면 왠지 맛 보다 요리하는 모습 자체가 궁금해진다.
스마트한 시대가 되면서 음식은 그저 에너지 생산을 위한 정도로만 여겨졌다.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가성비 좋게.
물론 적합한 가격의 책정도 중요하지만 다소 높다고 생각되는 가격도 요리와 서비스의 질, 그리고 셰프의 마인드에 따라서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저자의 요리에 대한 애정과 감성을 알게 된다면 다소 높은 가격이라도 기꺼이 지불할 고객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부암동은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실제 “다 파스타(DA PASTA)”에서 가격책정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탈리안 가정식’을 모토로 삼고 있는 걸 보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 예상 된다.
<나는 셰프다>만 읽어봐도 애초에 ‘고급화’보다는 ‘편안함’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기에 그 가게 분위기가 궁금하여 검색해봤다.
전직은 속일 수 없다. 사진작가를 했어서 그런지 미적 감각이 탁월하여 인테리어부터 접시 하나에 이르기 까지 소홀한 부분이 없다. 컨셉 자체가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품들로 인해 분주할 법도 한데 전체적으로 추구하는 스타일을 정확히 잡아 정돈했다.
개인적으로는 식기는 무조건 단색이어야 한다는 고집이 있다.
하지만 많은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탈리아 요리는 원재료의 색감이 살아있기 때문에 어떤 식기를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걸 보니 요리사에게 필요한 건 미각뿐 아니라 미적 요소까지 더해져야 그 요리가 완성된다.
요리는 생활에 없어선 안 되는 것이다 보니 예술로 결부하기 보다는 일상의 부분일 뿐으로 치부되기 일수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 한 때는 시간이 아깝다고 먹는 것 조차 번거롭게 여겨졌었다.
하지만 최근의 다양한 사건을 통해 요리란 대화이고 또 한편의 사랑의 과정이란 생각이 든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엄마의 맛을 못 잊는 우리들을 보면 더 생각할 것도 없잖은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녹아있어서 별 볼일 없는 음식이라도 우리를 살 찌운다.
한식을 배우는 과정은 많은데 딱히 장을 담그는 걸 배우는 과정은 흔치 않다는 게 좀 안타깝다.
장을 정말 좋아하는데 된장만 잘 이용해도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상당히 많을 거다.
된장 자체도 다양한 유형으로 만들 수 있을 텐데.
한 때는 된장이나 겨자를 이용한 베이커리를 생각했었는데 내가 밀가루에 약해서 영 힘들다.
앞으로 한식을 배운다면 직접 접목해 볼 수 있을까? (일단 배우고 말해.;;)
이탈리아 음식을 통해 이탈리아의 세련된 문화를 느낄 수 있듯이 한식을 통해 한국의 정갈하고 깊은 문화를 전할 수 있다.
많은 셰프들이 세계에서 한국의 문화를 음식 속에 잘 녹여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