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스토리콜렉터 19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신더'의 연속편이던 '스칼렛'.

빨간 모자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제목과 표지에 가녀린 소녀보다 당차고 진취적인 여주인공을 연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이미 강인하고 주관이 뚜렷한 여성상을 보여준 여주인공을 통해 '스칼렛'이라는 이름 자체가 나에게는 여전사와 같이 느껴졌기에 캐릭터에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흥미로운 관점으로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미래와 더불어 외계까지 상상하는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판타지는 중학생 때 졸업했다고 생각했지만 마리사 마이어는 사이보그에 인격을 더해 새로운 세상과 능력을 접목시켜 전혀 다른 분야의 판타지를 만드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시리즈의 묘미는 바로 '반가움'에 있다.

좋아하는 캐릭터이든 얄미운 캐릭터이든 재등장에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새어머니와 의붓언니까지 반가웠을 정도로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개성이 강해 정이 간다.

새어머니는 분명 꼬이긴 했지만 악랄할 정도까진 아니라서 '어휴...'하는 정도의 한숨이 날 뿐이지 밉지는 않더라.

오히려 자기 딴에는 왕자와 협상을 한답시고 꺼낸 마지막의 어리석은 대사가 측은하면서도 한편으론 귀여웠을 정도.

하지만 정말 온전히 반가움으로 반긴 캐릭터가 있다면 단연 '이코'라 할 수 있다.

신더에게 있어 이코는 사이보그나 애완용과는 차원이 다른 가족이자 친구의 개념임을 알기에 이코와의 재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어떤 형태로든 그렇게 살아있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도 잠시 일었다.

 

판타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재미있어서도 있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잠시나마 주인공들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대리만족으로 인한 쾌감에 있다.

책장을 덮으면 허무하기도 하지만 이제 현실과 가상을 구분 못하는 사춘기도 아니고 나에게 기분 좋을 정도의 자극을 준다.

한편으론 소심해서 모험은 절대로 감행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나에게 그런 위기가 닥쳤다면 기관에 의뢰할 뿐 직접 나서려는 용기는 엄두가 안 날 텐데 주인공들은 어쩜 그리도 용감무쌍한지!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나의 위약함과 비겁함을 부끄러워한 탓에 리더십 있는 캐릭터에 늘 끌렸던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신더와 스칼렛에게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전작에서는 신더가 공주였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즉각 판도를 뒤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전개에 약간 의아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신더가 진정 갈망하는 건 '자유'였음을 알고 그녀에게 지워지는 지위에 따른 책임이 얼마나 형벌과 같은지 깨닫고는 측은한 맘이 들었다.

높은 자리라고 모두가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가장 추구하는 방향임은 분명한데 평생을 두고 자의대로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 이제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새로운 수갑을 차는 느낌이겠다.

스스로 원해서 앉은 자리가 아닌 만큼 더 피하고 싶음은 당연하겠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다음 편에선 어떤 동화의 여주인공이 신더의 편에 서 줄지 궁금하다.

신더의 생각은 여전히 자유만을 갈망할지 지위에 대한 책임의식이 조금은 생겼을지?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겨울방학을 준비하던 나였기에 '스칼렛'을 덮으니 후속편의 여주인공이 누굴지 상상하고 있다.

누가됐든 스칼렛과 신더처럼 용맹한 여자 이려나?

이 시리즈 중에 허약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순간도 있긴 있겠지?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본다.

 

기존의 동화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곳곳에 생경한 표현을 읽어가는 재미에 얇지 않은 두께임에도 한번 손에 드는 순간 휘리릭 읽어버린다. 시간을 조금만 때울까 하다가 온전히 시간을 써 버렸다.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장편의 소설을 읽는 거였다.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소설이라 특히 기분전환하기에 딱 적합해서 다행이다.

고전에 대한 존경으로 재해석을 마땅치 않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좀 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주는데 대한 신선함으로 받아들이는 정도로 재미있게 읽을만하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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