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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라디오 키드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유쾌한 빈혈토크
김훈종 외 지음, 이크종 그림 / 더난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TV도 안 보는데 라디오를 들을 리 없는 내게 라디오 키드란 공감할 만한 부분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가진 청춘의 열정과 재미에 대한 욕망은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 (다만 저자들이 꽤 유명한 사람들인가본데 알지 못해서 미안하다.)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열정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물의 근거가 되기 전까지는 주위로부터 변태적으로 해석되거나 가족으로부터는 염려만 자아내기 십상이라 그 행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물론 성공을 위해 집착을 보인 게 아니라 순수재미를 위한 것이긴 했지만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이 사회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면 그보다 이상적인 일은 없을 거다.
언제나 재미를 추구하다가도 생계와 직결되면 경직되어 버리는 나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다.
여자로 태어난 걸 후회한 적은 없지만 가끔은 길바닥 생활의 여행을 감행할 수 있는 용기를 내가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있는 남자들의 패기는 부럽다. 게다가 그들이 가진 끈끈한 형제의 정도.
고독을 즐기는 나라고는 해도 가끔은 사람들 사이로 나아가고 싶은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렇게 개구진 사람들의 일대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전에도 말 했지만 귀찮은 건 딱 질색인 나로서는 그저 모험에 대해서는 동경만 하지 직접 감행하는 건 딱 질색이기 때문.
개인적으로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는 건 작가가 가진 께느른한 분위기나 고독함이 나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거다.
현재 나이로 보면 그다지 청춘이라고 할 수 없는 육체적인 나이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서 꿈틀대는 그 열정은 젊은이의 이상이다.
최근의 '나이 먹음'에 대한 주변의 은근한 압박에서 다소 의기소침해있던 나의 중심을 다시 꼿꼿하게 세워준 책.
내년엔 어떤 변화를 꾀해야 할지 그대로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나에게 조금의 방향성을 제시해줬다.
그래!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뭘 망설여!
사람에겐 '때'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 때라는 것이 늦든 빠르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모~든 세대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저자들도 각자가 가지는 열정을 쏟아 붓는 때가 있지만 그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잖나.
사실 오늘은 시험을 봤다.
일주일 내내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새로 각오도 다짐하면서 고군분투 했었는데 황당하게도 어렵게 예상했던 시험은 잘 보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시험은 좀 외운 것들이 아까울 정도로 다른 부분이 문제로 나왔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적지 않은 나이니까 몇 번을 시행착오를 겪으며 늘 되새기는 말인데도 그 순간은 참 씁쓸하다.
덕분에 신방동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가서 달다구리로 기분전환을 해 주고 오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를 괴롭게 했던 순간들이 어느 순간 내가 1보 전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초석이 되어있음을 발견한다.
지금은 괴로운 순간들을 즐기는 나를 보며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20세기 라디오 키드"는 보는 내내 즐거움이 떠나질 않았다.
물론 도중에 심각하고 진지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한 편이고 삽화 역시 적당히 의도를 잘 표현했다.
스트레스로 경직 된 뇌가 좀 말랑말랑 해진 느낌.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잖아요.
오늘은 좀 쉽시다. 네? 작가들이 재미나게 살자는데요?
재미는 없어도 짜증은 좀 해소하고 잡시다.
재밌게 살자 구요!
나는 뭐가 되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재미 없으면 안 해.
끝.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