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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성실록 - 우리 역사의 맨얼굴을 만나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역사는 이긴 자의 것.
힘있는 자가 싣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눈 가리고 아웅 이 될 것만 같은데 '조선백성실록'에는 어찌 이 자료들이 보존되어 올 수 있었을지 신기한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다.
'조선 판 세상의 이런 일이'라고 하면 적절할 정도로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반하는 의외의 내용들을 성격에 맞게 잘도 구성했다.
총 5부로 나누어 성격을 달리하여 정리했는데 1부는 그저 백성들의 일상생활을 소박하게 혹은 의외의 모습을 담아냈다.
찜질방의 시초와 같이 친근한 소재를 다루기도 하고 미신에 대한 그들의 순박하기보다 신앙에 가까운 믿음들은 흥미로웠지만, 주로 배고픔에 대한 내용이 짧지 않게 다뤄진다는데 대해 우리나라가 뒤를 한번 돌아보아야 할 때는 아닌지 생각하게 했다.
어느 샌가 도움을 받아야 할 나라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국내에서 끼니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으니 지금에 고마워하고 이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당시에도 고아원의 개념을 떠올린 게 신퉁방퉁 하지만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이기에 행정의 발전의 유무를 떠나 진행 가능했겠지?
2부는 범죄와 형벌을 다루었는데 전에 케이블에서 해주던 드라마처럼 현대의 기술발전을 따라올 순 없겠지만 그들의 추리력이나 논리적인 판단에 있어서는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유교적인 답답한 분위기의 오판이 느껴지는 것은 울화통이 터지지만 관습을 떠난 사건을 파헤칠 줄 아는 혜안만을 봤을 때는 지금의 정보화 사회가 담을 수 없는 사려 깊음이 존재한다.
3부는 정치를 담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치와 관련해선 긴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버랩 되는 장면이 많아 당장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특히 운하에 대해 더욱 그러했다.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의의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실수들을 디딤돌 삼아 더 나은 도약을 하기 위함이건만 어째서 정치는 잘못됨을 반복하거나 더 크게 질러버리는 경향이 있는 듯싶다.
씁쓸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온천이나 땅에 집착하는 왕의 모습으로 유아적인 태도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비록 3부에서만이 아니라 각 장마다 군신의 대립이 계속되는데 그 때마다 이뤄지는 문답과 행위들이 만담을 보는 듯 하다.
또 지나친 감은 있지만 현대의 개인의 존엄이 무시되는 국회와 달리 군신의 예를 갖추는 모습만은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군군신신부부자자...의미는 좋지만 과연 그 뜻만큼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갔을까?
4부는 유교사상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기구하고 억울한 사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마치 이제라도 하소연 하고 싶다!라는 듯이 당시에는 뭇매를 맞았을 일인데도 기록상 당당하고 뻔뻔하게 대처한 인물들의 내용을 접할 때는 유쾌하기까지 하다.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가? 어떻게 이렇게 당당할 수가?
여성에 대한 지위가 많이 상장된 지금에서도 뻔뻔함과 당당함에 있어서는 자신이 없는 내가 반성까지 하게 했을 정도다.
생각보다 여성들이 시키는 대로만 조신하게 지냈던 것도 아니거니와 지금의 시각으로는 말도 안 되는 규제들이 왕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하들에 의해서 강력하게 추진된 것이라니...
당연한 말이지만 왕권도 결국 지금과 별다를 바 없이 절대적일 수는 없나 보다.
5부에서는 우리나라에 정착한 외국인, 외국에 보내진 한국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영어마을과 같은 사역원에서 중국어만 썼어야 했다니 시간이 흐를 수록 교육열이 세진다고 생각했건만 어느 시대나 교육열이 센 건 그저 당연한 것 같다.
지금은 다문화가정이 만연함에도 사회적으로 백인 외의 외국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미 우리 국민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이리도 많은데 그녀들은 여기서 외롭기만 한 게 아니라 비교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힘든 일이 아니다 보니 잊고 살다가 새삼 무심했음을 뉘우쳐본다.
직접적으로 돕지는 못해도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만큼은 정비할 수 있는 문화가 어서 정착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교과서 외의 내용들로 구성되어있어 "앗!"하는 새로움과 다양한 시각이 제공된다.
대부분 딱딱하고 형식적인 지식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재미와 관심으로 이끄는 내용들은 그 잔상이 오래간다.
꼭 공부를 시킬 목적이라기 보다는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주기에 적절한 책이다.
어른들이 본다면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내용이라 신선할 테고 아이들에게는 역사가 공부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보다 심플하고 편안함으로 인식시켜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
조선의 이야기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결국 지금의 상황과 많이 비슷함을 느낄 수 있다.
곧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니 시간이 흘러도 같은 방식으로 비슷한 문화들이 반복됨을 알 수 있을 텐데 가끔 실수조차 반복된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만큼 실수를 줄여가려는 노력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당서평은 북로드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