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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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드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 역시 접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드물지 싶다.

일본과 영미권 추리소설이 한국인의 코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생소하고 발음이 다소 불편한 고유명사를 나열해 독자를 조금이나마 피곤하게 하는 이 작가는 어느덧 한국이란 나라에서 시리즈를 내며 사랑 받고 있다.

솔직히 첫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컸기에 후기작들에 대해서는 큰 감명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악한 늑대>는 나의 울분을 자극하면서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캐릭터들이 성장해 나가듯 작가 역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리즈를 보는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된다.

시놉시스는 진작에 짰겠지만 한국에 출판 된 시기가 적절했다. 작가로서의 역량도 성장했지만 소재 선택에 있어 사회의 흐름을 읽는 눈도 탁월해졌다. 점점 세련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같이 크는 듯한 기분에 흐뭇해진다.

물론 소재선택과 진행을 도운 편집자의 센스가 한몫 했을 테니 이번 작품은 작가와 캐릭터를 비롯 그녀의 출판사 식구들의 발전을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드라마도 오래하면 배우와 감독 스텝들이 가족 같아 지듯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여성과 남성을 떠나 가족과 같은 개념으로 수평적인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스토리에 위태로움을 유발하지 않아 안정적이다.

게다가 그들은 중견배우처럼 이제 작가와 함께 소설 속에서 편안하게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어 지금까지 타우누스 시리즈를 꾸준히 봐 온 독자들에게 성장적인 모습을 보이며 친근함을 더한다.

독자로서도 그들이 친숙하고 가까운 마음인데 작가는 오죽할까.

책을 통해서도 이제 작가가 그들에게 가지는 애착이 더욱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피아가 보여주는 그녀만의 사랑스러움을 느끼기도 전에 인간의 추악함에 치를 떨게 하는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이 없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긴 힘들다는 걸 알지만 잠시 동안 만이라도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같이 정신이 쏙 빠진다.

그 동안처럼 범인은 아니지만 의심스러움이 가득한 용의자들을 쫓아가며 함께 이리저리 휘둘리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독자들을 놀래 키는 그녀의 재주가 여지없이 살아있다

어떻게 그 사람이?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을 읽으면 항상 마지막에 내뱉게 되는 말인데 이번에도 역시 반복하게 되더라.

물론 그 전에 단서들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그만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작가의 장치를 눈치채지 못하기에 눈치가 없는 탓에 늘 끌려 다니고 있다.

그렇지만 추리를 못해서 안타까울 것도 없이 그저 작가의 의도대로 잘 읽어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어서 좋다.

 

그 전에도 없던 일은 아니지만 근래에 아동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아동 성범죄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폭행사건 등 여린 존재들에 대한 폭력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 무서운 건 처음엔 믿기 힘들다는 충격의 나로부터 이제는 "또야"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사회현상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될 정도로 빈번한 사건에 상대적으로 무뎌진 스스로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내 유년기에는 유괴가 가장 무서운 아동범죄였다면 지금은 금전과 상관없는 범죄들이 숱하다.

아동 범죄뿐만 아니라 20세기에 비해 21세기의 범죄는 뚜렷한 이유와 목적 없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단 그 건에 대해서는 도서와 상관이 없으니 미뤄두기로 하고 <사악한 늑대>의 초점에서 생각해보자면 피해자와 그 지인들이 불쌍한 것은 둘째치고 가해자의 정신적인 불완전함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이번 작품은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어른으로서 책임감과 분노를 느끼게 하는 소재를 다뤘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고 분노하게 됐다.

벌어질 사건에 대해서는 손쓸 도리가 없지만 나로서는 어떤 입장을 취해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대체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비단 폭력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잔인함과 순수함을 가지고 있기에 한사람을 단 한가지만 보고 매도하긴 힘들다.

하지만 윤리적인 도를 넘었을 때 감히 돌을 던질 자격은 없지만 사회적 질서를 고려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옳단 말인가.

단지 범죄에 대한 분노를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옳단 말인가.

지금 우리는 사회의 이해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반성이나 대응책을 찾기 보다는 보복의 감정적 대응을 취하려 한다.

단기간 분을 푸는 것에 불과한 그 행위는 이제 좀 더 깊이 있는 반성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 마다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미쳐 날뛰겠는 스스로를 느낀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서 더 이상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나의 의무임을 깨닫게 된다.

소통의 부재로 점점 사람이 사람다워 지지 못하고 고립된 상황에서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면서 이해할 수 없는 범죄가 생기니,

시민으로서의 나의 의무란 그저 소박하게나마 주변에 인간적인 시선으로 대하려는 노력이나마 해봐야 한다.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고 싶게 하는 책이지만 그럴 수록 스스로에게 그 자격이 없음을 절감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해당서평은 북로드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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