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의 문인기행 - 글로써 벗을 모으다
이문구 지음 / 에르디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소설가가 바라보는 작가들의 면면이 담겨있다

주로 교과서에서 다룰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의 작가들이 소개되어 있어 마치 나도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한 친근함이 있다.

작품으로만 작가의 목소리를 듣는데 익숙했던 내게 작가의 사적인 부분들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다시 그 작품을 읽는다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 설렌다.

그 동안 작가는 몰라도 작품에 대한 이해를 우선하여 작품만을 인식하는 편이었다면 앞으로 작가보다 작품의 이름이 앞서기 보다 작가 자체만으로도 인상 깊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서 벗을 모은다는 주제에 맞게 정말 소설가가 천직이구나 싶을 정도로 글로서 글쟁이들을 탁월하게 표현해주고 있어 감탄이 절로 난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 인지 체험한 바 없으나 <이문구의 문인기행>같은 타고난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면 글을 쓰고 싶다가도 나 같은 범인은 발을 들이면 안 될 것만 같아 더럭 겁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서 생각을 표현하고 싶게 하니 사람에게 문학을 귀히 여기되 멀리할 것이 아니라고 잘 이끌어주는 교사적 면모가 돋보인다. 스스로가 그렇게 이끌겠다는 의도는 없었겠으나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이 사람의 마음을 그리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현대문학과 전공서적을 자주 보느라 간결한 문장을 익숙하게 여기며 지냈었는데 오랜만에 구수한 말투를 들으니 책에서 된장 효모가 떠 오르듯, 막걸리 냄새 풍겨오듯 정겨움이 묻어났다

워낙 유명한 소설가들이라 그 이력은 화려하지만 생활은 참으로 우리네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열정의 정도일까?

소설가라는 직업 자체가 소박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질그릇 같은 그 모습을 보니 더욱 친근하다.

물론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그 부분은 갭을 느끼게 하기보다 신선함을 부여하니 여기서도 작가의 역량이 여지없이 발휘됨을 느낀다.

 

내용의 흐름상 근대의 시대상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대적 고뇌를 안고 있던 그 분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시대가 그들의 예술혼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의 일신의 안녕조차 바라기 힘든 환경에서도 묵묵히 글을 써온 작가정신에 숙연해 진다.

시대는 삭막했지만 그럼에도 진리를 추구하고자 했던 순수함 들이 지금 우리들에게 소중하게 전해질 수 있어 참 고마운 일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험이 더 해져 다시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것이 당연하겠지만 학생으로서 시험으로부터 오는 중압감을 벗어버린 입장이기에 순수하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기에 작가의 시대적 상황 뿐만 아니라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것 만으로도 독서의 질이 훨씬 깊이 있어진다.

학생이라면 작품 이해에 더 도움이 될 테고, 이미 성인이라면 좀 더 이해가 깊어진 눈으로 소양이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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