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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소수자들의 외로움, 소외감 등을 그려내는 소설들은 이미 숱하게 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나 작가가 받는 스포트라이트의 근거가 궁금했는데 <정크>에서 보여주는 표현력과 구성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수자의 특별함 보다 소수자로 착각하는 대중적인 의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갑갑하여 눈을 돌리고 싶음에도 강한 자력에 의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작가에겐 분명히 있다.
심한 박탈감으로 갈증을 느끼게 하는 <정크>는 젊음과 청춘의 아픔들을 빛과 어둠의 대조를 통해 더욱 선명히 그려낸다.
성재라는 이름보다는 그저 주인공으로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스스로가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안타깝다.
실제로 열악한 환경에 의한 상황보다는 자기애가 결여되어있고 자해적인 심리상태가 그를 붙잡고 놓지를 않는다.
자기연민을 넘어 자기 부정으로 넘어선 상태의 주인공은 사회에 대해 일찌감치 기댈 수 없고 기대하는 것도 없다.
사회에 부딪혀 넘어져 다쳤다기 보다는 일찌감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 삶에 동정보다는 혹시 나도 그렇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한때는 이런 저런 꿈을 품고 도전해보는 시기가 있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좌절하며 아파하는 청춘들.
아프지만 그럼에도 재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의 실패에 좌절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성재는 어느 쪽도 아니다.
애초에 본인의 환경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바라보기에 더 이상의 희망을 일찌감치 포기해 버려 현재의 상황을 이어간다.
어쩌면 그는 자기연민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그 절망감에서 쾌락을 느끼는가 싶을 정도로 자해적이다.
물론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대해 발전적이기 보다는 자기연민에 빠져 한탄만 이어지는 전개는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다.
캐릭터 자체는 소수자나 사회 부적응자로 분류되어 특별하게 여겨질지도 모르나 사람 자체로 보자면 현재 우리들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존감 높게 살고 있을까?
자신감이나 자기계발에 대한 욕망과는 확실히 다른 자존감을 다루는 소설이 많아진 요즘 우리 사회에 무엇이 부재한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정크>를 통해 청춘에 대한 소수자에 대한 고통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연령에 따르지 않은 자존감에 대한 상실을 얘기 한다.
줄이 하나 끊어져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성재를 통해 바깥시선에 맞춘 줄을 맞지도 않게 연결하여 살아가는 우리들의 우스꽝스러운 춤을 꼬집는 것 같기도 하다.
성장소설이라기 보다 어른들이 볼만한 자성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