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독설 - 합본개정판,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이미 한차례 나왔던 '언니의 독설' 2판이다.

작가 약력도 안 읽고 TV를 안 보기에 작가가 생소했는데 읽자마자 '이 사람은 강사다.'를 느낄 수 있었다

구어체로 되어있어 친근함을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시종일관 박력 넘치는 진행에 압도 된다.

정말 독하게 말 하는 것도 아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피하고 싶은 독설이 아니라 기대고 싶은 충고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주눅이 든 건 작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옳기에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잘못 했는지 깨닫는 시간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데 스스로도 동조했기에 안타까운 여성들을 각성시키니 <언니의 독설>을 굳이 비유하자면 <현대판 내훈>이랄까?

차이점이라면 말도 안 되는 예절로 옭아매는 부분은 아예 없이 오로지 실질적인 내용으로 승부한다.

 

책이 얇은 편은 아니지만 글씨가 큼직하고 내용별로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어 읽기 편하다.

1판은 너무 여성을 타깃으로 한 도서임을 부각시키려 했는지 지나치게 색감이 화려했다면 2판은 컬러감을 줄이고 깔끔함을 살려 중요 문구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했다.

강의 하나에 리허설을 수십 번 한다더니 출판 하나에 얼마나 많은 편집과 교열을 하는지 느껴질 만큼 담백하면서도 풍부하다.

그 방대함을 작은 책에 담을 수 있을까 싶은 만큼 빠져도 될 건 빠지고 '들어갈 만큼 들어간' 책이다.

본인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들을 소재로 일일이 지금 30대 여성들이 겪는 답답함을 풀어준다.

결국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니 독자의 실행여부에 따라 그 사람에게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다르겠지만...

나에겐 남다른 책이다.

이 언니가 나에게 늦지 않았다 한다.

왜 안 해보고 꼭 해본 사람인양 포기하녠다.

언니 믿고 해 보라고 하니까 정말 가슴에 꿈을 품고 죽을 때까지 장래희망을 버리지 않으련다.

 

운명인지...

이 책을 출근하면서 퇴근까지 틈틈이 다 읽었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나만 보기 너무 아까운 거다.

그래서 누구 빌려주고는 싶었지만 입사한지 반년도 채 안 돼서 그렇게 스스럼없이 다가갈만한 여사원이 없어 안타까운 맘이었는데 마침 그날 회식자리에서 기회가 생겼다.

알고 보니 작가가 꽤 유명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은 이미 '파랑새'로 알고 있더라.

회식자리에서 대화하게 된 과장님이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기에 대단하다니까 알고 보면 자기가 얹혀 사는 거라고 겸손히 말씀하시면서 TVN에 나오는 한 강사가 남편 연봉이 3000만원인데 시부모님이 애를 봐줄 의사가 있다면 그 남자의 연봉은 6000천만 원인 거라고 했단다.

어라?

이거 내가 오늘 읽은 <언니의 독설>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혹시 그 강사 이름이 김미경 아니냐니까 맞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

강사 출신이라는 게 팍팍 느껴질 정도로 책에서도 박력이 느껴지는 육성지원이 된다고 했더니 책에서도 그게 느껴지냐고 옆에 앉은 여사원이 재미있냐고 자기도 읽고 싶다고 하더라.
(
재미있다! 그냥 그 입담에 말리는 것 자체가 즐겁다.)

나는 옳다구나 하고 냉큼 빌려주겠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가방을 열어 건네 줬다.

내가 아직 안 읽었는 줄 알고 더 읽고 달라는 것을 재미있어서 중간에 덮기 힘들어 다 읽어 버렸으니 맘 편히 보라고 했다.

회식이란 늘 회사의 연장업무라는 이미지였는데 이번 회식은 책 얘기도 하고 꿈 얘기도 하고 가슴이 부푸는 시간이었다.

내 주변 패턴을 갑자기 바꿔놓다니 <언니의 독설>에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 듯 느껴졌다.

 

작가도 인상 깊게 봤는지 강수진 선생님의 얘길 한번 더 하던데 나 역시 그 구절이 맘에 든다.

강수진 선생님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처음엔 왜? 했지만 이어지는 뒷말에 역시 비범한 사람이구나 했다.

그 구절을 읽고 20대 중반부터는 풀어졌던 스스로에게 회한을 느꼈다.

나도 그랬었는데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돌아가면 더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다시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들 것 같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전공에 몸 바치던 그 시절은 전공이 좋아서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금전적인 부분과 등수에 연연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즐기지 못한 마음이 후회스러워 졸업하고는 여유로운 인생을 살기로 했다.

그것도 나쁠 것은 없지만 그 과정에 내면의 소리조차 무시해버린 과오를 저질렀다.

언제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타인을 위한 나로서만 살아왔다.

'남들도 그러니까.'

이 말 한마디를 면죄부마냥 스스로에게 핑계를 댔다.

이제 하고 싶으면 하고 일단 말아먹더라도 최선은 해 보자.

안 되면 마는 거지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진 말아야지.

내 마음에 몽글몽글 꿈들이 차 오른다.

근데 어쩌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고민이다.

글도 쓰고 싶고요, 카툰도 그리고 싶고요, 옷도 제작하고 싶고요, 노래도 부르고 싶고요...-_-

내 맘속의 엄청난 고집의 ''들은 지금 대전 중이다.

 

"해당서평은 21세기북스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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