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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을 통한 삶의 위로
이성규 지음 / 아비요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명랑만화를 보는 듯 개구진 소년과 생활력 강한 어머니 및 그 주변인물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들이 거창하진 않지만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준다.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의 소년은 매우 천진난만하여 어른이 될 것 같지 않은데 그 이력을 보니 어디서 이런 감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 의아할 정도로 보통 냉정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 금융권에서의 이력이 화려하다.
그의 이력을 진작에 몰랐기에 책을 더욱 순수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으나 한편으론 알고 봤더라고해도 그는 또 그 대로의 묘미가 있기에 즐거울 것 이라 생각한다.
원래 아는 사람의 추억을 듣는 재미가 더 쏠쏠한 법이니.
아이들의 방학이 다가오는 계절이 성큼 다가와서 일까?
첫 장을 펴자마자 방학이 되어 탐구생활을 펼치던 어린 시절이 문득 스쳐지나 갔다.
저자와는 세대도 다르고 당연히 놀이문화나 사상도 다를진 데 추억에 대한 회상에서 느끼는 그리움과 그 쓸쓸함에 감화되었나 보다.
내가 저자가 되어 이미 그 시절을 함께 지나고 있었다.
소설을 다양하게 읽으면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되고 싶은'유형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책장을 덮음과 동시에 밀려오는 현실감의 허망함에 절망하기도 한다.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한 순간 철 없고 책임의 무게를 한껏 내려놓아 한 없이 즐겁다가 책장을 덮고 나니 다시 덧입혀지는 책임과 역할의 무게라는 옷이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몇 시간이나마 작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어 단기간 리프레쉬를 하였으니 다행이다.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빵! 터지라고 노림 수를 쓴 부분도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매력이 있는 건 요즘같이 뭐든 치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세상에서 두서없이 그저 한 시절을 보여주는 저자의 추억담이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날이 추울 수록 따뜻한 음식이 간절하듯 잔잔하고 따뜻한 책이 다른 계절보다 더 감화되기 쉽기에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는 이 계절에 더 어울린다.
김종학 감독은 마치 한 편의 수채화 같다고 서평 했다.
누가 영화감독 아니랄까 봐 서정적이고 시각적인 표현을 썼다.
아닌 게 아니라 <소년은 잠들지 않는다>를 적절하게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날씨에 따라 종이의 질감에 따라 화가의 의도와는 다르게도 표현되기도 하고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듯 캐릭터들은 투명하게 그 개성을 드러내며 서로 겹치기도 하며 포용하고 있다.
틀리면 덮어 수정하는 게 아니라 그는 그대로 보여주고 대신 새로운 보완을 해 나가는 수채화의 매력이 아니던가.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
틀렸다고 덮고 지나가서도 안 되고 그렇게 잘 넘어간 듯 싶어도 안에서 어떻게 곪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순수했던 감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던 그 시절처럼 조금은 천진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해당서평은 아비요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