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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랄라랜드로 간다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54
김영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1월
평점 :
경쾌한 제목과 표지의 디자인 덕분에 이유 없는 반항심을 내재한 개구진 소년들의 사춘기를 발랄하게 풀어냈을 거라는 예상을 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 속의 캐릭터들의 조합이었지만 너무 허황되거나 극적이지도 않고 그저 딱 '있을만한'전개로 친근함을 더한다.
위기의 상황을 모면 할 생각으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무심코 내뱉은 '랄라랜드'의 존재가 용하의 주변으로 인력이 작용하게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은새의 관심이 솟아나는 시점이기도 하고 용하의 천적들의 초점을 고정시키는 계기가 됐다.
용하는 단지 암흑만을 경험할 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 랄라랜드가 그저 거짓말로 끝나지 않고 주인공과 그 주변의 관계를 성숙 시키는 새로운 세계로 발돋움하는 것을 보는 단계는 뿌듯하다.
요새 추리소설에 절어있어서 의심과 비인간적이고 냉소적인 성향에 익숙해져 있다가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를 읽으니 오랜만에 느끼는 인간적인 정에 마음이 녹아 내린다.
특히나 인면수심 범죄가 늘어나는 요즘 주변에 따뜻한 정을 바라기 보다 그저 사기 당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함부로 손 내밀지 말아야 하는 것이 관행처럼 느껴지는 때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람 좋은 용하네 엄마를 비롯한 용하네 집의 캐릭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같이 껴서 청량고추 송송 썰어 넣은 라면을 함께 먹고 싶었다.
상황도 나쁘고 신체적으로도 불리하지만 절대 비굴하거나 초라하지 않은 용하, 요즘 같은 시대에 손해 볼 정도로 사람 좋은 푸근한 용하네 엄마, 눈치 없고 무책임하고 현재 용하의 악조건의 동기를 제공한 주범이지만 심각한 상황에 유머를 깃들여주는 아빠, 초반엔 뻔뻔하고 귀찮은 존재로 등장하지만 갈수록 든든한 지원병이 되는 그 이름도 찬란한 망할 고 할아버지, 얄미워 죽겠는 밉상진상이 유년기의 상처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은근히 발설하며 모성애를 유발하는 피터 최, 표면적인 환경은 용하보다 월등히 낫지만 정서적으로 결핍을 심히 느껴 탈출하고 싶은 심정을 껴안고 사는 은새, 그 외 용하의 천적들과 학교 친구들 등 얄밉고 뻔뻔한 사람은 있을지언정 악하다고 할 정도의 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캐릭터며 스토리 진행에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허황 된 설정 없이 우리네 삶이 이렇게 올망졸망 모여 소소한 욕심들로 티격태격하는 것임을 보여주어 더욱 편안하다.
용하의 기면병이 낫는 모습을 보지는 못 했지만 그들의 합심하여 마음의 담에서라도 해방 된 '랄라랜드'를 홍보하는 문구를 보니 안타깝기 보다는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랄라랜드는 과연 청소년들의 전유물인가? 그저 그들의 유치한 세계에 불과할까?
사춘기 때는 법적으로 제한 된 나이이기에 제도적으로 자유를 저당 잡힌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가뜩이나 반항심이 강할 나이에 어디엔가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년만 탈출하고 싶은 게 아니다.
어른. 도 탈출하고 싶다.
회사원, 경영자, 연구원 등 어떤 사람이라도 소속으로부터 늘 제약을 느끼기에 막연히 랄라랜드를 꿈꾼다.
잠시라도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싶어하고 그 효과는 확실히 영향력 있다.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에서는 막연히 그런 탈출하고 싶은 욕망에만 공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용하네 가족의 택시 여행을 통해 소속감이 없는 자유에서의 불안감을 표현하여 현재의 상황에 감사할 줄 알게 한다.
우리는 늘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어하지만 결국 돌아올 곳이 있기에 꿀 수 있는 꿈이다.
나도 '우리집(용하네 집)'의 소중함을 느끼고 상황의 열악함에서 피하기 보다는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성장소설을 읽을 때면 한창 성장기인 청소년처럼 내 마음도 한뼘이 훌쩍 자란다.
음......어쩌면 성장소설은 청소년기 때 다 채우지 못한 정서적인 부분을 성장시켜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