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추억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진 않지만 사람은 추억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

지난 과거가 단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사람에겐 감정이 있기에 각색되어 나만의 추억이 된다.

그런 추억을 담보로 거래를 한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마법사의 존재에 이끌려 지속적인 친분을 유지하는 리카는 청소년기를 거쳐도 마법사를 볼 수 있게 되지만 어린 시절처럼 모두가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쓸쓸하게 느껴진다.

 

추억이 아름다웠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지난 시간들이 우릴 단순한 생물에 그치지 않고 존재감을 부여해주기에 추억은 소중하다.

이 전당포를 찾는 아이들은 저마다 소중하거나 잊고 싶은 추억들을 가지고 방문하는데 처음의 낯섦을 지나면 곧 친근함과 신기함에 끌려 지속적으로 마법사를 찾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성인이 되면 곧 잊는다니....

무엇이 소중한지 보다 무엇이 효율적인지를 판단하는 나이라서 그런가 보다.

혹 노인이 되어 그리움에 찾는 사람은 없었을까?

불현듯 그런 궁금증이 일 정도로 추억전당포는 그저 잊히기엔 너무 아쉽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신선한 발상으로 다른 세계로 초대받은 듯한 들뜬 기분으로 읽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보는 듯 여리고 부드러운 색감과 선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묘사를 보여준다.

소녀감성의 풋풋한 아름다움과 도심의 이성적인 시선을 거두고 인력으로 좌우할 수 없는 장소에 위치한 추억전당포는 노스텔지어를 제대로 자극하여 동화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온다 리쿠의 소녀적 감성이나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 추리물을 통한 따끈따끈한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괜찮은 발상으로 재미있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마무리에 대한 설정이 흐지부지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깔리는 복선도 좀 작위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제 순수하게 내용만 따라가기 보단 구성을 보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표지는 파스텔 톤의 포근한 일러스트와 손글씨느낌의 제목이 어우러져 동화의 입구를 연상케 한다.

한동안 많이 삭막했었지.

이렇게 따뜻하고 투명한 느낌을 만끽했던 적이 언제 또 있었을까?

지금 우리는 너무 돌진하는 나이인 걸까? 그런 시대인 걸까?

어느새 경계에 대한 뚜렷한 구분과 선명한 색감 같은 생활을 추구하게 되면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인생을 무료하게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무료하게 살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습관이 남아서 아직도 간단명료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배제하는 생활을 하면서 나의 감성 역시 정리되고 축소되었나 보다.

가뜩이나 현실감각 없는 나에겐 늘 읽어선 안되겠지만 가끔은 이런 서정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해당서평은 북로드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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