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출 - 낯선 공간이 나에게 말을 걸다
오영욱.하성란 외 지음 / 이상미디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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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사물에 대한 어떤 추억, 혹은 상징을 그려내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로 여러 장소를 얘기하는 것도 일관성 있어 차분하니 재미있겠지만 장소마다 다른 작가들의 목소리를 빌어 씌어진 <어떤 외출> 포트럭에 모여 수다를 산만하지만 흥미롭다.

금방 다른 목소리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기 보다 새롭고 재미있다.

 

나에겐 모두 생소하고 낯선 장소이지만 작가에겐 연관성을 부여하는 장소들이기에 그들의 여행에 유령같이 얹어진 하다.

물론 지명 자체는 들어본 적도 있고 나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장소도 있다. 하지만 여행에 별다른 욕심이 없는 나에겐 모두 남의 일이었기에 이렇게 책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 재미있다.

누군가 대신 발품을 팔아 좋은 감정을 전해준다니 책만큼 나에게 편리한 매체가 어디 있을까...

가끔 영감을 요하거나 정신적 휴식이 필요할 여행에 관한 에세이만큼 힐링 효과가 톡톡한 역할을 찾기 드물다.

 

오늘 드물게 몸을 움직여 영인산을 김에 나무 밑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열을 식히며 읽은 <어떤 외출> 이미 외출한 상태인 나를 장소에서 여기저기 마구마구 데리고 다녀 주었다.

여행이 아니라 하더라도 근처에서 접할 있는 카페나 음식점 같은 장소에 대한 소개도 있어 사고의 전환이 주변의 사물과 공간을 얼마나 새롭게 변화시키는지 느끼게 한다.

 

<어떤 외출> 읽고 문득 눈을 들어 돌아오는 길을 보는 기분이 동안 보지 못했던 일상에 대한 생소한 부분을 발견하게 한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밥집이라도, 어느 곳에 있을 듯한 나무 아래라도 새로운 영감을 받게 한다.

언제나 내가 사는 곳이 이렇게 다채롭다는 것을 숙지하고 있다면 감동이 끊이지 않았겠지만 동안 분출되지 못한 감동들이 한꺼번에 폭발하기에 기쁨이 배가 있다니 다행이다.

 

오늘의 감동이 내일은 다소 시들해질지라도 언젠가 다시 펼쳐 <어떤 외출> 오늘의 감정을 상기시킴과 더불어 그때의 주변을 새롭게 만들어줄 테니 괜찮다.

작고 작은 우리나라에 작은 도시에, 동네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공간과 사물들이 있다.

<어떤 외출> 읽고 둘러봐도 좋고 그저 지금 무심코 둘러봐도 좋다.

햇살이 따갑지도 않고 따뜻하게 선물처럼 내리쬐는 요즘 아닌가?

주변의 사물들이 사랑스러운 시기에 더욱 어울리는 책이다.

신정호가는 길목에 드리워진 흐드러진 장미에 숨막히게 감동하던 어제를 상기하니 가슴 벅차다.

 

매일매일이 악몽일 수도 기쁨일 수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마모되어 희미하게 남지만 분명한 흔적이 있다.

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스스로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시공간의 역할을 무시할 없을 것이다.

<어떤 외출> 바로 시공간에 대한 사람의 감정을 보여주며 사소한 데서 느낄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아주 작은 무엇이 우리의 감정에 파문을 일으키고 사색에 잠기게 한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

잠시 쉬어가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의 숨을 틔어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여의치 않다면 이렇게 <어떤 외출> 정신적 동반 외출을 감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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