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과 한비자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내용들로 엮어져 있다.
하늘 아래 무서울 것 없는 왕은 권력을 쥐고 있지만 올바른 정책을 펴기 위해선 물리쳐야 할 감언이설과 새겨들어야 할 쓴 소리들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주변에 충신을 두는 것 외에도 스스로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한 왕들에게 한비자의 법과 술의 이야기는 뼈에 새길 만큼 필요하다.
당시의 왕이나 신하들에게도 필요한 이야기였겠지만 현재에 적용한다 해도 크게 이질감이 없는 교훈들이 가득하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어도 조직 내에서 우두머리의 의무와 책임은 변하지 않고 그 무게가 더욱 가중되기에 한비자의 조언들이 지금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이치를 담고 있다.
정보화 시대에 살면서 이제는 정보의 부족보다는 질 높은 정보를 가릴 줄 아는 눈이 필요한 지금 더욱 한비자의 말이 적절한 시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핵심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바른 소리란 시대에 구애 받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 수록 그 가치가 드높아지는가 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들어야 하는 이가 어려움을 느낀다면 무슨 소용 있을까?
아직도 우리는 고담에서 새겨들어야 할 얘기들이 많이 있지만 전공관련자가 아니고서는 관심 갖기도 힘들고 관심이 있어도 한자와 고어가 난무하는 탓에 어렵고 생소하여 가까이하기 힘들다.
덕분에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은 옛 성인들의 말씀을 배우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만화 한비자 법 술로 세상을 논하다>는 만화로 표현하고 있어 일반인과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만화를 통해 세상의 이치와 법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상황에 어울리는 고사성어를 함께 습득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인 한자교육까지 이뤄낼 수 있다.
지금이야 한문, 역사, 철학, 윤리 등을 다른 분야처럼 따로 공부하고 있지만 사실 그 학문분야들은 경계 없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무슨 장르든지 만화로, 소설로 쉽게 풀이되어지면 그와 연관된 학문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어서 그 효과가 배가 된다.
한문책에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한비자가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출판된 덕분에 어른들에게는 상식을 아이들에게는 삶에 대한 자세를 바로잡고 연관되는 학문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
만화라서 재미있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바로 서기 위한 냉철한 시각이 너무도 적나라하여 정신적으로 긴장감이 아예 없진 않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기엔 이해타산적으로 변해버렸기에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순수한 마음을 나타내기 보다는 깊게 통찰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혹은 생각의 게으름으로 비친다.
한비자가 당시를 바라보았을 때도 세상은 이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간의 이기심이 만연했는데 더 말할 것도 없는 지금 한비자의 격언들은 깊은 심금을 울린다.
한 가정, 한 회사를 이끌어가는 데도 조직원들의 개성이 튀는 바람에 화합하기 힘들기 마련인데 하물며 한 국가를 꾸려가는 임금이야 어진 정치에 대한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국민의 일원으로 그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자로서의 고뇌보다는 권력을 행사하는데 대한 메리트를 더 느끼는 듯한 행보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 씁쓸하고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해서 늘 국민은 국가에 바라는 것이 많으나 실현되는 바가 적어 답답해 할 뿐이고 이제는 만성적인 체념 속에서 정치에 별다른 관심조차 없어 의무에서도 멀어져 있기에 갈등만 깊어지는가 본데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기엔 입장이 너무 다른 걸까...?
왕과 신하, 백성들의 입장에 맞는 자세와 혜안을 기르기 위한 책으로서 개인적으로는 지도자의 외로움과 고뇌를 많이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만화이기에 쉽고 재미있으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오히려 웬만한 책들보다 깊은 생각을 남기게 하는 책이라 독서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인생에 대한 자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권해주고 싶다.
우린 모두 어딘가에 속해있고 어딘가에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어른인 만큼 한비자의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