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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 - 조선 엘리트 파워
안승일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4월
평점 :
심신이 젊기에 이상을 추구하는데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지만 때를 기다리는 인내와 야비할 정도의 정치기술이 부족한 점이 안타까운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개화파에 대해선 국사 시간에 몇 번 이름만 듣고 넘어가버려 그 시대와 정신을 온전히 이해해보지 못 했는데 연암서가는 이번에도 여러 가지로 큰 공부를 시켜주었다.
나만 이런 것인지...대체 알고 있어야 할 당연한 상식들의 끝은 어디인지 모르겠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지만 각종 교양서적들이 잘 편집되어 출간되고 있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래를 상상하는 습관이 있는 나에겐 북카페 같이 꾸민 거실에 꽂을 책이 하나 늘어난 셈이다.
벌써 긴 책상 위에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국사를 공부의 딱딱한 개념이 아닌 흥미로운 감정으로 접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위인전에서 접했을 때만 해도 어떻게 기득권층이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을 위해서 누릴 수 있는 충분한 권리들을 쉽사리 던질 수 있는지 의아해하며 위인전기의 상습적인 포장기술이라는 의심을 하는 괘씸한 꼬마였던 나 이지만 작가의 시선 뒤에서 개인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 모습을 더욱 위선으로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순수함이 느껴졌다.
나 같은 일반인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은 지금의 무사안일주의에 따끔한 호통을 치는 듯 하다.
젊기에 뜨겁게 가동될 수 있었던 것일까?
나고 자란 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애초에 타고나기를 특별하게 태어난 듯 한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들의 혈기를 보다 보면 무모한 프로젝트라도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
김옥균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통틀어 이상을 추구하기 위한 희생에 주저함이 없는 모습에는 박수를 쳐 주고 싶으나 운이 따라주지 못한 상황에서 좌절을 능숙하게 견디는 노련함이 없는 모습에는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사람인데...'라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적용되지만 역시 정치에 기반해서는 늘 존재의 의무에 대해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조선 진보주의자들의 열정과 선견지명은 그들이 얼마나 현명하고 리더십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지만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기에 열세한 상황임을 인지하는 만큼 좀 더 정치인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너무도 인간적이기까지 한 그 리더십에 나 조차도 의리를 느껴 훌륭한 사상만큼 그 기량을 펼치지 못한 상황과 좌절하고 방황하는 그 모습에는 가족과 같은 아쉬운 마음으로 한탄했다.
어릴 때는 그저 바른 이상과 함께 할 동지들이 있으면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더러운 곳에 들어가면서 깨끗함을 유지하려는 젊은이의 아집을 유지해서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실패로 끝나 안타깝지만 지금의 진보를 이룬 초석을 제공하는데 충분한 그들의 희생에 대해선 충분히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수박 겉 핥듯이 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이 조금씩 걸음을 옮겨왔듯이 근대에 대한 교육계의 관점이 조금씩 달라지길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오기 위해 불과 몇 세대 전에는 상상도 못할 정책으로 묶인 대중매체를 위한 그 시대의 젊은 세력들의 투쟁을 통해 당장의 결과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지금의 결과는 실패로 끝나더라도, 지금은 당장 미약한 힘이라도 앞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면 언젠가는 큰 벽을 넘을 수 있구나...힘들어도 이상에 대한 추구는 무의미한 일이 아니기에 실패를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구나 싶다.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책임감 있는 행동인지 인식하고 있다.
요즘 들어 김옥균 같은 조선의 진보적 인텔리들에 대해 다시금 공부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그들의 이상과 행동력, 애국심을 느끼기 위함도 있지만 평범한 시민으로서 어떤 시선으로 정치를 바라봐야 할지 그 태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