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정갈하다.

손바닥 수필
최민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3월

짤막짤막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저자는 마치 시를 읊듯이 주제에 대한 사색을 통해 독자의 감수성을 두드린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통해 저자는 <손바닥 수필>에서 매일매일을 새로운 여행이나 하듯이 정겹게 속살거려 귀가 간지럽다.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졌기에 이토록 섬세하고 따뜻한 표현을 할 수 있는지...늘 수필을 읽으면 발동하는 궁금증에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넘실넘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가? 또 느낀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 

보통 수필을 읽을 때면 다른 시선에 대한 색다름에 이끌리게 되는데 역시 같은 것을 보고 느끼는 정도와 표현하는 정도가 천차만별이라 주변에 대해 새삼스러운 기분이 든다.

봄이라 그런가 비바람이 몰아치고 다시금 추워졌어도 <손바닥 수필>의 생경한 시선이 왠지 매일 같은 일상을 푸릇푸릇하게 느껴지게 하더라.

사람은 가슴에 담은 말이 많아 늘 많이 얘기하려 하지만 <손바닥 수필>은 현상에 대한 표현이 참 정갈하다.

항상 정신이 산만하고 수다스러운 나에게 그런 절제와 고요함이 느껴지는 글을 읽을 때면 부럽고 편안함 가운데 휴식과도 같은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림이 제 주인을 닮 듯 <손바닥 수필>에도 작가가 한껏 녹아있을 편안함이 가득히 느껴진다.

필시 몸과 마음이 말끔한 사람이기에 이런 정갈한 글맛을 낼 수 있을 것 이리라.

글을 쓴다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얘기들을 솎아내듯이 풀어낸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딱히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 무심코 펼친 페이지부터 읽거나 목차를 보고 끌리는 주제부터 선택해서 읽을 수 있어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는 우리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하드커버의 도톰한 표면이 왠지 뽀송뽀송한 샤워가운을 두른 듯 해서 휴식처로 삼아달라는 작가의 마음이 들리는 듯도 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고요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그 마음이 반영 되어있다.

인생설정의 기로에 놓인 나이기에 시간을 조리 있게 쓰지 못하는 요즘 참 새로운 마음과 자세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위로를 받은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