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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양탄자 ㅣ 개암 청소년 문학 14
카타리나 모렐로 지음, 안영란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부피는 얇지만 의미는 깊고, 유쾌하면서 핵심을 정확히 전달하며 시장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짧아서 의미전달이 더 명확하고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진작 이뤄졌어야 했을 경제에 대한 건강한 기준을 세울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청소년을 위해 출판되었지만 돈에 관련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속물근성이라 비난하거나 비난을 두려워하던 세대인 지금의 어른들에게도 효과적이다.
터키의 양탄자 시장에서 얼뜨기 여행객으로 얼떨결에 상술에 휘말려 낡은 양탄자를 충동 구매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거래와 흥정에 노련해지는 안나와 오이겐의 이야기 사이사이로 보이는 각국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흥미진진하다.
그들의 생생한 모습을 통해 시장경제란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상황에 대한 통찰력과 현명한 판단력이 필요함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돈이란 없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사회는 유독 돈에 쏟아지는 관심을 경계하도록 교육되어져 왔다.
돈이 사람의 마음을 혼란케 하고 비인간적인 사회로 변질 될 상황을 우려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예방적인 차원인 것은 알겠지만 그런 사회의 흐름이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과연 돈에 대한 욕심을 잠식시킬 수 있었을까?
오히려 무조건 적인 차단은 돈에 대한 욕망을 과열시키기만 하고 사전에 경제관념을 세우지 못해 방향을 잃은 배처럼 소비문화의 부작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선 절대적인 요소이며 부의 성취에 대한 노력의 온당한 대가이기 때문에 인생을 설계함에 있어 결코 배제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 동안은 돈의 가치와 속성에 대해서 속물근성에 치중해 편파적인 시선이 집중적이었다면 최근엔 경제적, 문화적 수준이 높아진 덕분인지 생계의 절박함을 벗고 나니 여유 있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새로운 계급주의를 낳는 악이라지만 실제적 신분의 차이를 타파한 지금 돈만큼 도약을 위한 요소가 없다.
어쩌면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대한 왜곡된 정보는 바로 부의 중심에 있는 자들이 일반사람들이 대놓고 그들의 영역에 발 들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술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진 지 긴 세월이 지난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이제 생계형 인생에서 자아를 추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돈을 절박하게 바라보는 시점에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로서 인식하는데 익숙해진 것이다.
과거에 비해 경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우려했던 비인간적인 시장경제를 낳았다기 보다는 보다 진취적인 사회를 이룩하는데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인간적인 사회로 변모한 것은 집중 된 경제에의 관심이 아니라 과열 된 경쟁체제를 부추기는 사회시스템 때문이 아닌가.
우리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계속 경제에 대한 무책임한 입장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인식하여 삶을 살아가는데 보다 윤택한 환경을 위한 도구로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의 양탄자>는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시장경제를 가르치고 경제란 무조건 '빼앗지 않으면 뺏기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소통' 속에서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개암나무에선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사회를 배우게 하는데 탁월함을 보여주었기에 <내 인생의 양탄자>도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읽었는데 역시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외엔 어떤 이야기들로 굳어버린 나의 눈을 반짝 뜨이게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