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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스캔들 - 부자들의 은밀한 돈 이야기
알렉산더 융 지음, 송휘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휘청대면서 안정을 바라고 있지만 정부의 조정이 들어간다 해도 영 회복하는 속도가 더디다 못해 오히려 바닥을 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한다.
경제는 이제 관심을 가진다 정도가 아니라 필수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가 되어버렸다.
<화폐스캔들>은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위기와 기회의 순간마다 변화하거나 비중이 달라지는 ‘돈’의 가치와 역할의 비중을 심도 있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가치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인생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은 황혼의 시기에 있거나 성직자라 해도 ‘돈’이라는 수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이기에 일반인인 우리에게 미치는 돈의 영향력은 상상이상이다.
말처럼 교환수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절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우리는 늘 돈을 갈망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돈에 대해 부리는 욕심만큼 그에 대해 공부하려는 노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사실인데 대놓고 ‘돈’을 공부하기엔 속물근성이 내비치는 것 같아 괜한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생활을 위한 필수 상식으로서의 지식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용어들이 생경하여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융은 총5부로 나누어 시대적으로 분류하여 역사 속에 녹아있는 사회의 분위기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며 마지막 장엔 돈의 연대기를 나열하여 깔끔하게 그 시간의 흐름을 정리 해 준다.
대놓고 전문적인 경제지식을 뽐내는 책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경제에 대한 개념과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적당한 농도의 친숙함을 녹여냈기에 부담 없이 접근하기 좋은 경제서적이다.
역사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는데 거기에 ‘돈’이 결부되어 보여지고 있으니 이미 알고 있는 세계사도 새롭게 보일뿐더러 더 재미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화폐스캔들>에서 저자가 저술한 의도를 간과해선 안 된다.
저자는 확실히 ‘돈’에 대한 개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눈높이를 일반인과 맞추기 위한 노력을 내비치지만 그 근본에는 현재의 금융위기 사태를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믿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금융시장은 여러 번의 위기와 회복을 반복하며 그 형태와 상황의 변화는 있을 지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오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말이 있듯이 작금의 현실이 고통이 되어 갈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조직이 만연하지만 이 와중에 사고의 전환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할 혜안을 발휘하는 사람도 분명이 있을 것이다.
나 같은 범인은 글로 공부해봐야 경험의 노하우로 대응하는 노련한 사람들의 선견지명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떻게 이 흐름을 지켜봐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얻을 수 있었다.
경제란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으로 플랜을 짤 수 있는 기계적인 해답을 요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하나의 생물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예측 불가하다고 손 놓고 방관만 하고 있다면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퇴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원한다면 공부해야 하고 알았으면 행하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이든 아는 것을 실천하기가 참 어려운 법이지만 그 보다 어려운 것은 답도 없는 미래를 예측하여 대응하는 일이다. 어차피 정부의 정책과 규제로 큰 위험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않겠지만 그 여파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순 없으니 개인으로서도 대책을 세워 자산을 운용하는 스킬을 높여야 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고 요즘 세상엔 없는 걸 넘어 부채의 문제도 상당하기에 스스로에게 책임질 수 있기 위해서라도 경제개념은 확실히 잡혀있어야 한다.
아마 <화폐스캔들>이 그 모든 해답을 줄 순 없겠지만 골치 아픈 전문 경제지식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정도는 자극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