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스
황명화 지음 / 하다(HadA)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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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들에 대해서 기특하게 생각은 해왔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몰인정함으로 시각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불편함이나 그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었기에 <하네스>를 통해서야 겨우 '창조'와 그의 주인 피아니스트 '예지'를 비롯한 그 주변인들을 통해 눈으로는 다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읽는 내내 기특하고 신퉁방퉁한 이 녀석은 마음이 따뜻해지게 하지만 사람을 위한 일생을 산다는 것이 너무 짠해서 읽는 내내 안쓰러움이 더 컸다.

물론 무지한 나 같은 독자를 위한 안내견에 대한 설명과 법조항들을 통해 안내견들은 시각장애인들을 안내하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지 않고 주인과 함께하는 놀이로 인지한다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그 종의 성향을 사람사회의 시스템에 맞춰 일생의 플랜을 짰다는 게 과연 개에게 당연히 돌아가는 시간조차 보상이라고 해도 되는가 싶었다.

 

인간을 위해 훈련되어지고 길러진다는 것도 기특한 한편 안쓰러운데 천성이 순하여 인간을 안내하고 보호하도록 교육받은 특성을 알고 도발하려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눈살이 찌푸려짐을 넘어서 분노케 한다.

스트레스를 푸는 것인지 단순한 장난인지 그 의도는 제대로 알 길이 없지만 그 어떤 이유가 됐든 엄연히 인간보다 나은 행동의 안내견에게 폭력성을 유발하려 들다니 몰상식하기 짝이 없다. 양심을 넘어 인격이란 것이 없어 뵈는 모습에 가슴에서 뜨거운 불길이 이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러한데 주인의 심정은 어땠을지 생각하는 것만도 잔인하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어째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우리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고스러움을 묵묵히 해나가는 그 이쁜 모습을 어째서 당연스럽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가면서도 나 또한 의식하지 못 하는 사이 그들보다 나을 것 없는 행위들을 무심히 하며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하찮게 여겨졌다.

 

유난히 개를 좋아하는 작은이모는 아끼는 히딩크(개 이름) 얘기를 신나게 하면서 꼭 하는 얘기가 있다. "개가 사람보다 나아~.사람은 배신하지만 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특별히 보증으로 힘들어하거나 곗돈을 떼인 것도 아닌 이모인데 유독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깊지 못하고 개에게 집중되어 있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평소엔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네스>를 통해 개의 충성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그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체가 되는 환경이 위험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개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 몫을 거뜬히 해내는 '창조'를 보면서 지구상의 많은 동물들이 사람보다 못할 것이 없는데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으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묵직해 진다.

안내견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와 심적 위안을 누리는 만큼 안내견을 비롯한 반려견, 그 외 동물들이 사람들의 변덕에 한순간 사랑받다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존중받는 세상이 왔으면 싶다.

 

저자는 <하네스>를 통해 안내견에 대한 설명과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생활의 불편함을 쉽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인간과 개의 우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만큼 사회문제를 잘 전달하는 게 없는 만큼 저자의 의도가 적절히 녹아있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사적인 포인트가 잘 녹아있어 읽고 나면 증발하는 가벼움이 아니라 가슴에 한 번 더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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