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성을 견제하고 합리적인 소비 권한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스스로는 자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하는 것임은 이미 대중매체를 통해 공공연히 알려져 있어 제목만 얼핏 보면 식상하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내 지갑을 조종 하는가>를 통해 무심코 선택하는 소비습관이 기업마케팅의 철저한 전략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특정한 브랜드나 제품을 꾸준히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향에서의 꾸준한 마케팅 전략이 이뤄낸 결과이다.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효과에 무심코 노출 된 소비자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에 해당 브랜드에 느끼는 향수를 지속적인 사용으로의 제품의 효과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기업들이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연구를 거듭해왔는지 살펴보자.

온라인이 활성화 된 지금은 제품과 소비자 간의 거리가 있어 시각적 광고효과에 주력을 다해야겠지만 백화점이나 마트 등 여전히 소비자와의 접촉이 있는 장소에서는 소비를 유발하는 기업들의 전략이 곳곳에 숨어있다.

1+1이나 시식에 대한 가시적인 효과는 이제 그 광고성의 비효율적인 측면을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지 여전히 홍보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제품을 광고하는 방법으로는 시각적인 표현을 주로 많이 쓰고 있다고 인지하지만 좀 더 심화 된 마케팅 전략에는 후각과 청각을 아우르고 있다는 사실이 재밌다.

그들은 소비 공간을 단지 제품을 진열하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브랜드나 제품을 구매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 소비하는 공간에서 추억에 젖어, 혹은 공포에 압박당해 의도치 않았던 충동구매를 일삼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저 우유부단한 성향에 예상치 못한 소비행동을 보였다고 생각하지만 그 잠재적 성향을 고려하고 행동을 부추기는 요소를 살린 전략의 치밀함이란!

소비자로서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기획팀의 아이디어와 꾸준한 마케팅 연구 성과에 대한 성실함에 감탄이 절로 난다.

쇼핑을 하다보면 칼로리 소모로 인해 출출해지기도 하는 시점에서 시식코너에서 풍겨오는 냄새에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기도 하는 것은 이제 전략이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기본으로 자리 잡은 마케팅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후각적인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제품의 매장에서 무심코 맡은 향이나 냄새가 향수를 자극하여 제품에 대한 친숙도를 높여 구매효과를 높인다.

그것은 청각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데 실제로 <누가 내 지갑을 조종 하는가>에선 이미 소비에 관련한 후각적, 청각적 효과는 유아기 때부터 형성된다고 한다.

동시대의 계층이 공유하는 문화, 생활패턴 등을 연구하여 후각, 청각적인 선호도나 친숙도를 제품이 진열 된 공간에 은근슬쩍 반영하여 소비를 유발시키는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한 때 브랜드해독에 전념했지만 결국 실패한 일화를 통해 기업들의 소비를 종용하는 허구성, 협박성광고에 맞서 무조건적인 브랜드해독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브랜드들 사이에서, 혹은 인지도가 낮은 상품에 상관없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게 길잡이가 되어 준다.

나도 채식을 시작하면서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위해 노력해봤지만 원칙을 고수하기엔 이미 유통업계의 네트워크망이 촘촘한 조직을 이루고 있어 완전한 이상을 추구하기 힘들다.

지금에야 무엇을 하든 현실과 ‘타협’하는 방안으로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기에 힘든 일이 없이 지나가지만 당시엔 정말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로 힘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브랜드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오해할지도 모르겠는데 <누가 내 지갑을 조종 하는가>는 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태도를 견제하고 현명한 소비를 위한 판단력을 높이기 위할 뿐이다.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괘씸해하기보다 목적의식이 부족한 소비행동을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해당서평은 웅진지식하우스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