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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뿌리는 자 ㅣ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평점 :
사건 해결이 주를 이루는 탐정소설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탓에 많은 사랑을 받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 중 다섯번째인 <바람을 뿌리는 자>는 이미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로 국내팬들에게 기대감을 고취시켰다.
이미 전작부터 읽어왔기 때문에 익숙히 않았던 분위기의 추리소설에 적응하여 금새 흥미를 느끼고 오랜만의 동창회를 하듯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타우누스시리즈에 매혹 된 독자라면 누구나 반가운 기분일 것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을 읽다보면 시즌별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라 주인공들의 성장과 여기서 등장하는 용의자들이 다음 스토리에선 어떤 비중으로 자리하게 될까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연결해서 읽지 않아도 흐름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지만 전작들을 통해 인물간의 이해관계를 알고 보면 스토리에 대한 재미가 더해지기에 순차적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한권을 읽기 시작하면 그 흡입력에 시리즈물의 다른편도 읽게 되어 그건 그 나름대로 앨범을 통해 친구의 과거의 사진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지만, 순서대로 읽으면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기에 친숙함도 배가되는 것 같으니 순차적인 독서를 권하고 싶다.
저자는 작은 파편들을 연결지어 거대한 구조물을 완성하는데 서로 다른 사건과 입장들이 모여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일일이 나눠놓고 보면 어떻게 이 사건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이랄 수 있는지 허탈하기까지한데 우리의 사회역시 다름없음을 느껴 그저 허구라고 넘어갈 수 있는 가벼운 문제는 아닌데 저자는 작품을 통해 가벼운 듯한 자연스러움으로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인지시키고 이해시키는데 참 탁월하다.
단순한 일대일의 복수극이 아닌 조직적이고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흐름은 범인의 예측을 더 어렵게 하고 그래서 중간에 멈출 수 없게 한다.
인간의 추악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어쩔 수 없는 그의 입장이 또 이해되어 연민이 생긴다.
저자는 영웅도 없고 악인도 없이 그저 우리네 사연많은 입장들을 캐릭터에 반영시켜 놓았기에 밉살맞은 행동에 얄밉기도 하다가 너무도 인간적인 그 모습에 미움보다 동정을 느끼게 한다.
사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작가로서의 역량이 높아서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캐릭터를 표현하는 법에 따라 작가의 인간에 대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물론 모든 작품에 그 성향이 녹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이런 따뜻한 시선을 느낄 때면 나도 모르게 작가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부드러운 인물표현이나 구성진 스토리에 예상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캐릭터와 배경을 구상하려면 상당한 체력이 필요할텐데 의외로 여성작가임에 놀라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타우누스 시리즈에서 사고의 원인이 되는 인간의 양면성, 혹은 이기주의를 보여주는데 그녀의 인간에 대한 비판적, 동정적 시선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작품을 읽는 재미다.
사람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생각한다는게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은 섬뜩할 정도의 이기주의가 발생할 때가 있는데 그런 개개인들의 입장이 상충하여 각종 사회문제가 야기되기도 하고 작은 이해만 있으면 되는 일에도 답답하리만치 타협이 안되는 관료주의를 꼬집는다.
또 그러면서도 인간이기에 잘못인 줄 모르고 저지르기도 하고 알면서도 저지르기도 하고, 언제나 정의를 구현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있기에 그녀의 작품이 따뜻하다.
전작에 비해 점점 성숙해가는 작품과 캐릭터들들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캐릭터들의 관계가 깊어지고 드러나면서 그들간의 유대감과 갈등이 심화되고 그 장소에 함께 시간을 공유하기에 나도 모르게 말참견을 하고 싶을 정도다.
드라마를 보면서 중얼거리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된 느낌?
그만큼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드라마적 요소가 많아 사건을 해결하는 단순한 구조를 넘어 스토리라는 큰 매력이 시간을 홀랑 뺏어갈 것이다.
"해당서평은 북로드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